동남아 은퇴 이민

취업 비자 없이 남의 나라에서 돈 벌기

부에노(조운엽) 2016. 12. 9. 06:29




프놈펜에서 수많은 나가 폐인을 만드는 나가 월드 카지노 전경




캄보디아에서 돈 벌기




“제가 얼마 투자해서 이삼 년 안에 투자금 회수는 문제없고, 그다음엔 주머니에 쓸어담기만 하면 돼요.”
“그래요? 제가 그 돈을 벌어 주진 못해도 지켜 줄 수는 있을 테니 말씀해보세요.”


몇 년 전 일이다.

아는 분이 사업 계획서를 들고 찾아왔다.

컬러 도면까지 있는 아주 멋진 자료였다.

일반 비즈니스와는 거리가 먼 한글학교를 운영하는 내가 남의 사업에 자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기왕 찾아왔으니 몇 가지 물어보고 조언을 했다.


“이런 사업을 하려면 당연히 손님들이 모토 타고 쉽게 올 수 있는 곳이어야 하고, 캄보디아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아세요? 캄보디아 사람들의 씀씀이를 파악하셨나요? 가난한 나라에서 이걸 몇 달러라도 내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고, 한 사람이 일 년에 몇 번쯤 이용할 수 있을까요? 손님 수를 추정해서 수지 타산을 생각해봤습니까?”

“아니, 지금 하라는 말이여, 마라는 말이여?”


물론 내가 말한 일부분은 그분도 확인해봤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돈 벌 생각이 앞서 마음이 급해 밀어붙이면 쉽게 될 거로 생각한다.

다른 나라에서 다 잘 됐으니 캄보디아에서는 당연히 될 것이고, 투자 자금도 준비됐고, 도움 줄 관리도 알고 있으니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많은 돈이 들어가는 일이니 꼭 하고 싶으면 앞으로 최소한 육 개월, 가능하면 일 년은 더 준비하고 시작해도 늦지 않아요. 제일 중요한 것이 캄보디아를 알아야 합니다. 서두른다고 되는 일이 아니잖아요. 천천히 준비하세요. 그게 버는 겁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가끔 그분을 마주칠 기회가 있었지만, 그 일에 대해서 더 말하지 않았다.

일 년쯤 지난 후, 그분이 학교로 찾아와서 음료수를 내밀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교장 선생님 덕분에 저 수억 벌었어요, 시간을 두고 그 사업을 검토해보니 캄보디아에서는 아직 쉽지 않을 것 같아 접었습니다.”





시아누크빌 오치디 풀 게스트하우스




십여 년간 프놈펜에서 많은 한국 분을 만났다.

그중에는 사업차 들어오는 분들도 있었다.

이런저런 말을 나누다가 자연스레 사업 얘기도 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준비가 안 된 분들에게 내 말의 결론은 대개 부정적으로 끝났다.

그게 듣기 싫어서 나를 만나길 꺼리는 분들도 더러 있었다.


내 조언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을 벌인 분들도 있었다.

그런데 준비 안 된 분들이 사업해서 요행히 잘된 것을 아직 못 보았다.

내가 능력 있는 컨설턴트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말이 잘 안 통하고 문화가 다른 남의 나라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한국에서 사업하기보다 상상 이상으로 훨씬 어렵고, 사업을 하려면 그 나라의 법과 제도를 아는 것은 기본이고,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은 당연히 안 되고, 법과 상식대로 해도 뒷돈에 꼬일 수가 있다.

또, 캄보디아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 방식, 주머니 사정 등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잘 생각해야 한다.

일개 다문화 가정에서도 서로 문화가 다르고 소통이 잘 안 되어 얼마나 찌그닥째그닥하며 사는지 다들 알지 않는가.

그리고 태어나서 수십 년 산 내 나라에서도 치킨 가게 하나 차리면 다 벌거라 생각하고 시작하지만, 과연 현실은 어떤지.


그런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떼돈 벌겠다고 달려들어 돈부터 지르면 어쩌라고.

투자하고 나서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을 때 남의 나라에서 누가 해결해 줄 것인지.

비싼 수업료 내고 나면 많은 돈 날아가고 엄청난 스트레스와 함께 빈 보따리 싸고 귀국할 일만 남게 된다.

세상일이 벌기는 쉽지 않지만, 까먹기는 한순간이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큰 돈벌이에는 반드시 '사'자가 끼거나 '마'가 도사리고 있다. 


경제 수준이 우리나라보다 한참 뒤진 나라에서 한 십 년 전에 한국이나 일본에서 대박 쳤던 사업이나 사람에게 영원히 필요한 의식주, 그리고 관광 관련업을 잘 찾아서 하면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문화와 언어가 다른 남의 나라, 그중에서도 세계 최빈국 중 한 나라인 캄보디아에서 한 개인이 남의 돈 벌기가 어디 쉬우냐 말이지.



글 한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