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은퇴 이민

백 세 시대에 은퇴는 없다, 공부해야 살아남는다

부에노(조운엽) 2017. 2. 21. 06:26








백 세 시대에 은퇴는 없다, 공부해야 살아남는다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MBA 수업 도중 한 교수가 학생들에게 질문했다.

"당신이 백 년을 산다고 가정할 때, 소득의 약 10%를 저금하고 은퇴할 수 있는 시점은 언제인가?"

학생들의 답은 팔십 대였다.

교실은 조용해졌다.

장수의 축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모두 팔십 대까지 지금과 같은 업무 강도로 일해야 한다.

평균 근로 기간이 삼십 년에서 오십 년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이 수업의 주인공은 린다 그래튼 런던 비즈니스 스쿨 교수이다.

장수의 축복이 어느새 악몽이 돼버린 이 시점에 그래튼 교수는 "지금까지 '학교-직장-은퇴' 삼 단계로 나뉜 인생의 프레임부터 바꿔야 한다. 백 세 인생을 행복하게 누리기 위해서는 앞으로 '늘어나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경영학계 오스카상이라는 '싱커스 50'에 2011~2015년 연속 선정됐다.

그래튼 교수는 지난해 6월 같은 학교 교수 앤드루 스콧과 함께 출간한 신간 '백 세 인생'에서 연장된 수명의 즐거움을 누리려는 방법을 소개했다.

책에서 그녀는 유형 자산, 즉 돈만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인생의 긴 여정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가족, 친구, 연인, 건강, 유연함 등 다양한 무형 자산도 보유해야 한다. 특히 유연함이 중요하다.

결국, 우리는 살면서 여러 직업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 여러 국가에서 살아볼 확률도 높다. 새로운 경험에 열려 있고,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성향은 백 년의 인생을 건강하게 살아가는 큰 자산이 될 것이다."


그래튼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녀는 단호한 어조로 '지금 당신이 18세든, 45세든, 60세든 지난 세대와 다른 방식으로 미래를 헤쳐나가야 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한 뒤, 나이 들면 은퇴하는 틀은 이제 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백 세 시대를 연구하게 된 이유가 있나.

"지난해 서구권 국가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절반은 평균 예상 수명이 백오 살이다. 백 세 시대는 우리의 생각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의 대다수는 구십 대까지 살 것이다. 장수는 이미 우리에게 당연한 일이 됐지만, 어떻게 해야 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놀라울 정도로 부족하다. 과거에 당연했던 것들은 이제 '역사 속의 일'이 될 것이다."

―어떤 '당연한 것'들이 사라지나.

"은퇴 혹은 정년이라는 개념이 사라질 것이다. 앞으로 사람들은 더 오래 일해야 한다. 당연한 소리 같겠지만, 대학 졸업 후 이삼십 년간 열심히 일하고 은퇴 후 연금으로 소소하게 노년을 즐기는 모습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칠팔십 대도 삼사십 대처럼 일하게 된다는 얘기인가.

"기업은 앞으로 육십 세에 직원을 내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을 실직으로 내몰면 그만큼 경제적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칠팔십 대가 직장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도 아니다. 급변하는 고용시장에서 그들이 생산성을 유지하려면 새로운 스킬에 대한 근본적인 투자가 중요하다. 만약 당신이 은퇴를 앞둔 사십 대라면, 야근과 주말 근무로 회사에 온 힘을 쏟는 대신 여가에 능력을 재창조하는 것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건강도 중요하지 않나.

"그렇다. 건강은 무형 자산 중 '활력 자산'이라고 부른다. 건강한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관리는 긴 삶을 행복하게 사는 데 아주 중요하다. 물론 더 오래, 젊은이들만큼 일할 수 있게 하는 자산이기도 하다."

―칠팔십 대에 필요한 능력이 또 있나.

"평생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 즉 '변형 자산'이 필요하다. 삶에 대한 유연한 자세는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백 년을 사는 동안 우리는 여러 종류의 직업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 다양한 도시, 혹은 여러 나라에서 살게 될 경우도 많아질 것이다."

―칠팔십 대가 젊은 층보다 업무 면에서 더 유리한 능력도 있지 않나.

"칠팔십 대를 하나의 특성으로 분류하려는 관점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이 또한 바꿔야 한다. 보통 어릴수록 한 가지 특성으로 그 세대를 분류하기 쉽지만, 윗세대는 다르다. 살아온 환경, 경험에 따라 칠팔십 대는 젊은 층보다 훨씬 더 다양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 어떤 이들은 아이디어를 내는 데 강점이 있을 수 있고, 어떤 사람은 글을 잘 쓰거나, 회계 업무를 잘 볼 수도 있다. 세월의 경험으로 누적된 능력은 개인의 특성을 강화한다. 이 때문에 그들을 하나의 세대로 카테고리화해서 모두 비슷한 능력을 보유할 거로 생각해선 안 된다."


―인적 네트워크도 중요하다고 했다.

"가족, 친구 등 인간관계 역시 '생산적 자산'에 속한다. 좋은 평판에 대한 중요성은 새로운 분야에 진입할 때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를 개인 브랜드 구축이라고 볼 수도 있다.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봐도 그렇고, 최근 연구 결과가 뚜렷이 보여주는 사실이 하나 있다. 육십 대가 넘어서면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줄 새 친구를 사귀기 어렵다. 백 년의 세월 동안 행복한 삶을 누리고 싶다면, 친구를 사귀고, 인맥을 넓히는 일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능력을 키워야 하나.

"무형 자산을 키워야 한다. 예컨대, 배움은 풍부한 삶을 살기 위한 필수 요소다. 이를 '생산적 자산'이라고도 하는데, 궁극적으로 유형 자산, 즉 돈을 벌게 해주는 초석이 된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지식은 수입 잠재력을 높인다. 과거에는 대학을 졸업하는 것으로 학습이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백 년 인생은 '백 년의 공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전문성을 습득하는 것은 평생의 작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