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 남을 것인가?
3년 전 이맘때 영국에서 '일의 미래(The Shift)'라는 책을 쓴 린다 그래튼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를 인터뷰했다.
그녀는 2011년 이 책에서 IT 기술의 발달로 현존하는 많은 직업이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고 예견했었다.
직접 대면한 자리에서 그래튼 교수는 흔히들 사라질 직업 1순위로 꼽는 단순 노동직 외에 중간 관리직도 곧 없어진다고 단언했다.
"그들은 조직 위계 서열 시스템하에서 지시 사항과 정보를 아래로 전달하는 일을 했어요. 하지만 오늘날엔 모든 조직원이 인터넷이나 SNS로 연결돼 있으니 더는 중간 관리 직급이 필요 없어진 거죠."
솔직히 그때는 이 말이 별로 생생하게 와 닿지는 않았다.
그가 그린 미래가 먼 훗날의 일로 느껴져서 그저 '아, 그런가?' 했을 뿐이다.
그런데 최근에 노동 환경의 급속한 변화를 보면서 '일의 미래'가 10년, 20년 뒤의 상황이 아니라 당장 2~3년 후 내게 닥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12월 IT 기업 아마존은 미국 시애틀에 무인 대형마트 '아마존 고' 첫 매장을 열었다.
이곳에는 점원도, 계산원도 없다.
소비자는 그저 스마트폰에 깔린 앱을 통해 본인 인증 과정을 거친 뒤 물건을 구매해서 매장을 나가면 그만이다.
구매한 상품은 컴퓨터 센서 등을 통해 자동 기록되고, 나중에 고객이 미리 등록해 놓은 신용카드로 결제된다.
'유통 혁명'이라고 환호하는 이들도 있지만, 일자리 종말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실제로 아마존 고 같은 매장이 일반화되면 미국 내 일자리 350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세계경제포럼 보고서는 자동화로 인해 2020년까지 15개 선진국에서 일자리 500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미국 시티그룹도 OECD 국가 일자리의 57%가 위험에 처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듯 제4차 산업혁명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최근엔 이코노미스트 등 해외 언론에서도 '기계와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 '미래 사회 노동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같은 주제를 특집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세부적 방법론은 다양하지만, 근본적 해법은 대략 두 가지로 요약된다.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창의력을 키우고, 한 직업에 안주하지 말고 지속적인 재교육을 통해 평생 제2, 제3의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사가 MBA를 취득해 의료 서비스업에서 제2의 직업을 준비하는 식이다.
한국은 이런 피할 수
없는 시대적 변화에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을까 생각하면 갑갑해진다.
학생들은 아직도 학교에서 창의력을 키우기보다는 정답을 찾는 훈련만 반복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OECD 최장 노동 시간과 회식, 야근이 당연시되는 조직 문화 속에서 미래를 준비하기보다는 오늘을 살기도 바쁘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지만, 우리는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아 큰 문제가 될 것이다.
It's a heartache, Bonnie Ty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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