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은퇴 이민

외국 살던 추억 못 잊어 타향병 앓는 이들 y 타향살이 연주

부에노(조운엽) 2017. 4. 16. 11:34





외국 살던 추억 못 잊어 타향병 앓는 이들


회사원 김 모 씨는 비빔밥에 고추장을 넣지 않는다.
된장, 고추장이 들어간 음식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한다.
삼 년간 아버지 직장 일로 이탈리아에서 살다 온 이후 생겨난 식습관이다.
김 씨는 '귀국한 지 몇 년 됐지만, 아직도 한국의 장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로마에서 먹던 피자, 스파게티가 고향 음식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미국에서 유학한 홍 모 씨는 '봄만 되면 미국 병을 앓는다.'고 했다.
홍 씨는 '미국에서 살던 작은 도시의 한 공원에서 매년 셰익스피어 축제가 열리는데 여기서 진정한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며 결혼 2주년 때도 방문했다.'고 했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여행 후 끊임없이 캄보디아에 대한 연민과 약간의 동경으로 매일 후유증에 시달리는 이도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아이들이 눈에 밟히고, 겉으로 보기에 잘 씻지 못하고 남루한 옷을 입은 현지인이 더럽고 불쌍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순박하게 웃는 모습이 가슴에 와 닿아 정이 들고, 도시 사람보다 더 사람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인간적으로 좋았고, 문화 혜택을 별로 못 받고 사는 자연 그대로의 삶이 더 건강해 보였고, 그런 향수에 젖어 아직도 캄보디아 앓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외국 살던 경험을 못 잊고 그리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외국에서 고국을 그리워하는 향수병에 빗대, '타향병'을 앓고 있다고 표현한다.
무한 경쟁과 스트레스로 지친 사람들이 외국에서 경험했던 좋은 기억을 되씹는 현상이다.

이같이 외국 생활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늘어난 건 유학, 여행, 워킹 홀리데이 등 외국에서 공부하고 놀고 일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는 것과 관련이 깊다.

프리랜서 사진작가 박성은 씨는 문화·예술 전문 크라우드펀딩(대중 모금) 사이트 텀블벅에서 '타향병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바치는 사진'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박 씨는 삼 년 전부터 아이슬란드, 덴마크,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사진을 찍었는데 이들 국가에 대해 타향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사진집, 포스터, 엽서 등을 만들어 팔기 위해서였다.
이 프로젝트에는 두 달 동안 106명이 참여했고, 250여만 원이 모였다.
박 씨는 '사진을 통해 유럽 여행 도중 행복했던 순간을 공유하려고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는데 예상외로 참여자가 많아 놀랐다.'고 했다.
익명으로 대화할 수 있는 카카오톡 채팅방이나 모임에는 외국에서 살다 온 사람들이 만든 동호회가 많다.
한 유학 경험 동호회에서 활동 중인 취업준비생 박 모 씨는 '동호 회원끼리 유학 시절을 추억하면서 우울한 현실을 잊을 때가 많다.'고 했다.

함인희 이대 사회학과 교수는 '어려운 취업 여건과 계속되는 후진국형 대형 사건·사고 때문에 대한민국 현실에 실망한 사람이 잠깐이라도 경험했던 외국의 좋은 추억을 더 그리워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택수 한국 사회문제연구원장은 '국제화 시대에 자라난 이는 다른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특히, 서구식 개인주의 문화에 익숙한 이들은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 생활 방식이 자신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