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일하는 지들이 더 더운데
프놈펜에서 객공 일을 하면서 예전처럼 새벽 세 시쯤 일어나 직원 급료와 경비를 컴퓨터 엑셀로 정리하고 네 시 반쯤 식사하고 다섯 시 반쯤 까나리야 공단 객공 시장으로 나가 직원 출근 시키는 게 하루 일상이다.
요즘은 새벽에 밥 먹을 때 선풍기를 틀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땀이 흐른다.
그만큼 프놈펜이 덥다는 말인데 공장에서 일할 땐 재봉틀과 백 명이 훨씬 넘는 직원들 열기로 더 덥다.
현장에 잠깐 왔다 갔다 해도 금방 셔츠가 땀에 젖는다.
한 라인에 선풍기를 열 대 넘게 사줬는데 그래도 바람이 닿지 않은 직원들은 덥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그렇게 더운데 반소매 옷 입은 직원은 거의 없다.
형광등 빛에 살이 탈까 봐 긴 옷에 모자까지 쓰고 일하는 직원도 있다.
캄보디아 어학원 다닐 때 듣던 말이 우리 눈에 외모가 예뻐 보여도 캄보디아에선 피부색이 검으면 미인 축에 안 든다나.
좀 죄송하게 생겼어도 피부가 희면 모두 부러워하는 미인이란다. ^^
요즘 생산은 쏟아져 나오는데 재단과 실밥 따기가 못 따라주어 재봉사들 좋은 손이 자주 논다.
재단 대를 하나 더 장만했어도 세 라인에서 하루 생산량 오천 장에 재단량은 삼천 장을 겨우 넘기는 실정이니 봉제반이 롤러코스터를 탄다.
봉제공장은 재봉사들이 옷을 만들어 다른 직원들 먹여 살린다는 말을 할 정도로 봉제의 꽃이 재봉사이다.
누구 하나 미운 직원은 없지만 대부분 관리자는 일 잘하는 재봉사 직원을 참 아끼고 사랑한다.
몇 년을 공장에 재봉사들을 보내고 관리하는 일을 하니 그들이 우리 같은 사람을 먹여 살리는 건데 그들이 좀 못 살고 못 배웠다고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것은 인간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점심엔 나와 한국인 직원 먹을 떡국을 끓여 아이 낳고 돌아온 고참 뻿 씨 먹으라고 한 그릇 떠주었다.
내가 데려오지 않고 현지인 객공 사장이 데려와 같이 일하는 재봉사 나리 씨가 소금과 후춧가루는 있는데 찍어 먹을 게 없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전에 종종 고참들과 삶은 달걀이나 오리 알을 나눠 먹었더니 일 잘하는 객공 용병 나리 씨가 선수를 친 것이다.
얼른 오리 알을 삶아 나눠 먹으라고 주었다.
그리고 카페 회원 초보자 님이 프놈펜 올 때 우리 직원 주라고 종합 비타민을 갖고 와 반장 세 명에게 주고 남은 한 통을 아이 낳고 돌아온 소톤, 옥 뻐으 부부에게 주었다.
캄보디아에 좀 살아 보니 내가 조금 잘해주었다고 그들이 오래 기억할 거로 생각하면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그저 나누어 내가 기분 좋으면 그만이고 바로 잊는 것이 상책이다.
더운 나라에서 새벽에 나가 일하니 낮에 한숨 자지 않으면 정신이 맑지 않다.
에어컨과 선풍기가 없는 공장 주방에 의자를 깔고 누워있는데 갑자기 바람이 분다.
뭔가 정신 차려보니 반장 씨나 씨가 영감 더울까 봐 선풍기를 가지고 와 틀어준 것이다.
"세상에, 일하는 지들이 더 더운데..."
이렇게 사람 사는 일이 작은 나눔에 서로 감동하고 살아 있음에 다시금 고마움을 느낀다.
'캄보디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캄보디아의 안타까운 현실 (0) | 2018.07.22 |
---|---|
프놈펜에서 누이 좋고, 웃어서 좋고 (0) | 2018.07.19 |
프놈펜 노랑머리 (0) | 2018.06.11 |
프놈펜 채소 도매 시장 프싸 다음 꼬 (0) | 2018.06.01 |
캄보디아 여인의 자존심 (0) | 2018.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