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프놈펜, 지들도 더운데

부에노(조운엽) 2018. 6. 30. 06:48





세상에, 일하는 지들이 더 더운데



프놈펜에서 객공 일을 하면서 예전처럼 새벽 세 시쯤 일어나 직원 급료와 경비를 컴퓨터 엑셀 정리하고 네 시 반쯤 식사하고 다섯 시 반쯤 까나리야 공단 객공 시장으로 나가 직원 출근 시키는 게 하루 일상이다.

요즘은 새벽에 밥 먹을 때 선풍기를 틀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땀이 흐른다.

그만큼 프놈펜이 덥다는 말인데 공장에서 일할 땐 재봉틀과 백 명이 훨씬 넘는 직원들 열기로 더 덥다.

현장에 잠깐 왔다 갔다 해도 금방 셔츠가 땀에 젖는다.

한 라인에 선풍기를 열 대 넘게 사줬는데 그래도 바람이 닿지 않은 직원들은 덥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그렇게 더운데 반소매 옷 입은 직원은 거의 없다.

형광등 빛에 살이 탈까 봐 긴 옷에 모자까지 쓰고 일하는 직원도 있다.

캄보디아 어학원 다닐 때 듣던 말이 우리 눈에 외모가 예뻐 보여도 캄보디아에선 피부색이 검으면 미인 축에 안 든다나.

좀 죄송하게 생겼어도 피부가 희면 모두 부러워하는 미인이란다. ^^


요즘 생산은 쏟아져 나오는데 재단과 실밥 따기가 못 따라주어 재봉사들 좋은 손이 자주 논다.

재단 대를 하나 더 장만했어도 세 라인에서 하루 생산량 오천 장에 재단량은 삼천 장을 겨우 넘기는 실정이니 봉제반이 롤러코스터를 탄다.

봉제공장은 재봉사들이 옷을 만들어 다른 직원들 먹여 살린다는 말을 할 정도로 봉제의 꽃이 재봉사이다.

누구 하나 미운 직원은 없지만 대부분 관리자는 일 잘하는 재봉사 직원을 참 아끼고 사랑한다.

몇 년을 공장에 재봉사들을 보내고 관리하는 일을 하니 그들이 우리 같은 사람을 먹여 살리는 건데 그들이 좀 못 살고 못 배웠다고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것은 인간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점심엔 나와 한국인 직원 먹을 떡국을 끓여 아이 낳고 돌아온 고참 뻿 씨 먹으라고 한 그릇 떠주었다.

내가 데려오지 않고 현지인 객공 사장이 데려와 같이 일하는 재봉사 나리 씨가 소금과 후춧가루는 있는데 찍어 먹을 게 없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전에 종종 고참들과 삶은 달걀이나 오리 알을 나눠 먹었더니 일 잘하는 객공 용병 나리 씨가 선수를 친 것이다.

얼른 오리 알을 삶아 나눠 먹으라고 주었다.

그리고 카페 회원 초보자 님이 프놈펜 올 때 우리 직원 주라고 종합 비타민을 갖고 와 반장 세 명에게 주고 남은 한 통을 아이 낳고 돌아온 소톤, 옥 뻐으 부부에게 주었다.

캄보디아에 좀 살아 보니 내가 조금 잘해주었다고 그들이 오래 기억할 거로 생각하면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그저 나누어 내가 기분 좋으면 그만이고 바로 잊는 것이 상책이다.


운 나라에서 새벽에 나가 일하니 낮에 한숨 자지 않으면 정신이 맑지 않다.

에어컨과 선풍기가 없는 공장 주방에 의자를 깔고 누워있는데 갑자기 바람이 분다.

뭔가 정신 차려보니 반장 씨나 씨가 영감 더울까 봐 선풍기를 가지고 와 틀어준 것이다.

"세상에, 일하는 지들이 더 더운데..."

이렇게 사람 사는 일이 작은 나눔에 서로 감동하고 살아 있음에 다시금 고마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