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에서 누이 좋고, 웃어서 좋고
봉제의 시작은 재단부터라고 한다.
오더량에서 로스 2~3%를 더 잘라 불량에 대비하고 옷을 만들기 시작한다.
지금 우리 작은 공장은 세 라인에서 하루 육천 장까지 생산이 나온다.
그런데 생산이 잘 나오는 만큼 재단이 못 따라준다.
한참 옷을 꿰매고 있는데 재단물이 떨어지면 재봉사 이삼십 명이 손 놓고 놀 수밖에 없기에 손해가 크다.
노는 만큼 손해에, 다시 라인 따라 봉제물이 올라올 때까지 앞에선 기다려서 생산이 안 나와 두 배의 손해다.
그런 일이 이삼 주나 계속됐다.
당연히 지난달은 적자를 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재단대를 하나 더 갖다 놓고 재단반은 매일 야근에 일요일도 일하면서 재단물 맞추기에 여념이 없다.
여러 궁리를 해서 재단이 펑크 나지 않게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어제저녁 여섯 시쯤 직원들 일당을 다 나눠줄 무렵 재단 반장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일과시간에 5,010장을 잘랐으니 타깃 수당을 달라고 한다.
최근 그만둔 생산 이사가 하루 오천 장 자르면 타깃 수당을 이천 리알 주기로 약속했단다.
타깃 달성을 했다니 기분 좋게 수당을 주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재단반에서 재단물을 길게 깔면서 군인들이 구령에 맞춰 뛰는 것 같은 기성이 들렸다.
봉제반에서는 매일 타깃 수당을 타가는데 자기들도 자극이 되어 진짜 열심히 일한 모양이다.
타깃 수당을 받아 행복하게 미소짓는 직원이 있지만 그걸 부럽게 바라만 보는 직원도 있기 마련이다.
일단 타깃이 달성되면 훈련된 선수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수량이 늘어나게 되어 있다.
이런 걸 바로 누이 좋고 매부 좋다고 하는 거 아닌가.
직원들은 같은 시간 일하고 성취감과 타깃 수당을 받아 좋고 공장은 생산량이 늘어 좋고.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재단반 직원들 야근을 줄일 수 있고 휴일에도 제대로 쉴 수가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더.
미국으로 가는 카디건 오더를 받아 한 벌에 똑딱단추 13개를 달고 있다.
단추를 달아본 직원을 모아 열 명이 시작했다.
스냅 치는 일은 단순하지만 대부분 처음 하는 거라 당연히 생산이 나오질 않았다.
열 명이 일하는 것을 유심히 보니 대부분 한 손으로 하나씩 끼운다.
그런데 반장 알린 씨 찌도은 무이(사촌 동생) 따이후 씨만 오른손 새끼손가락으로 옷을 잡고 양 손가락을 사용하여 위아래 구멍에 스냅 부속을 끼운 후 와셔를 넣고 스냅을 치니 다른 사람보다 동선이 줄어 매우 빨랐다.
반장과 스냅 치는 직원 모두 불러 따이후 씨가 하는 걸 보고 그대로 따라 하라고 했다.
매일 1등부터 3등까지 타깃 수당을 주니 생산이 점점 올라간다.
이 카디건 작업만 사오 년째 한 원청 공장에 반장들과 견학 갔었는데 봉제하는 직원들 손놀림이 얼마나 빠른지 가히 신의 손같이 보여 모두 존경스럽고 우리는 기가 팍 죽었다.
그때 현장 관리자가 스냅 치는 우리 직원은 시간당 45~48장 친다고 아주 자랑스럽게 말했고, 아가씨들이 스냅 부속 넣고 페달을 발로 눌렀다 내리는 일을 의장대 군인이 열 맞춰 사열하는 것처럼 척척 엄청 빠르고 예쁘게 잘했다.
대부분 사람이 미인에 약하듯이 봉제공장에서는 일 잘하면 다 사랑스럽고 예쁘게 보인다.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처음엔 하루에 열 장도 못 치던 것이 지금 우리는 대부분 시간당 오십 장 이상 치고 육십 장 이상 치는 직원도 세 명이나 된다.
아침에 일 시작하면서 빳빳한 지폐로 타깃 수당을 주니 단순한 작업에 서로 경쟁하면서 열 시간 동안 얼마나 집중하느냐에 따라 매일 일이 등이 바뀐다.
위에 사촌 동생을 뜻하는 찌도은 무이라는 말이 나왔다.
할아버지가 아닌 할머니가 하나라는 말이다.
모계사회 비슷한 나라라 많은 직원이 이종사촌 또는 이모, 조카와 같이 일하고 친가 쪽 친척과는 덜 가까운 거 같다.
벙 뽀은(형제자매) 사이라고 소개한 직원들이 나중에 알고 보면 찌도은 무이라는 이종사촌지간이다.
글쓴이가 '뿌어여응 찌어 찌도은 삐 크니어(우리 사이는 할머니가 둘이네)'라고 하면 모두 넘어간다.
이렇게 우리 공장은 오늘도 요란한 재봉틀 소리와 재단반 뛰면서 나는 기성과 함께 직원들 미소와 건들면 터지는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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