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뽕 스푸의 시원한 계곡
깜뽕 스푸의 시골 닭과 시아누크 빌
프춤번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1반 반장 씨나 씨가 자기 고향에 놀러 오라고 했다.
우리나라 경기도에 해당하는 깜뽕 스푸로 차로 한두 시간이면 간다고 해서 그때 생각해보자고 했다.
연휴가 시작되고 혼자 주간 말뚝 당직을 서고 있는데 씨나 씨와 계속 연락이 되어 홀가분한 마음으로 출발하게 됐다.
시아누크 빌 가는 4번 국도 99km 지점에서 만나자고 했다.
캄보디아 시골은 대부분 조용하고 공기가 맑은 데다 시원해서 좋다.
밤하늘에는 엄청난 별과 은하수를 가깝게 느껴볼 수 있고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벌레 우는 엄청난 소리에 자연의 신비와 어렸을 적 추억에 젖어 들 수 있다.
그런데 씨나 씨 고향의 물은 참 맑아 더 좋다.
캄보디아에서 보는 물은 대부분 황토가 섞인 게 익숙하지 않은 색인데 산 밑에 인적 없는 그녀 집 앞에 흐르는 개울물은 우리나라 계곡에 흐르는 물같이 맑고 깨끗하다.
간단히 정수해서 먹어도 기분 좋을 것 같다.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를 캄보디아 시골 닭
도착하니 우리 공장에서 같이 일하는 씨나 씨 동생 부디 씨 부부가 반겨 맞는다.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자마자 시원한 맥주와 시골 닭이 나왔다.
노랗게 구운 닭과 잘 익은 영계백숙이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어렸을 때 방학에 시골 할머니 댁에 가면 놓아 키우던 닭을 할아버지가 잡아서 손자들 먹으라고 해주시던 그 시골 닭...
정말 기가 막히게 맛있다.
퍽퍽한 양계 닭만 먹는 도시민들이 가엾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
그녀 집에서 조금 더 가면 큰 계곡이 있다고 해서 가족 모두 함께 물놀이를 갔다.
한쪽에선 고기를 굽고 시원한 물속에 들어갔다 나와 맥주 한 캔 하는 맛이 또 기가 막힌다.
계곡의 해가 일찍 지고 어둑해지려고 하니 으슬으슬 춥게 느껴진다.
늘 더운 캄보디아에서 이런 느낌은 아주 생소하고 기분이 좋다.
리더쉽과 실력을 두루 갖춘 우리 공장의 보물, 1반 반장 씨나 씨
봉제하기 전에 무슨 샘플이든 갖다주면 혼자 예쁘게 잘 만든다.
다음 날 아침, 씨나 씨 숙모께서 아침밥을 준비했다고 먹고 가라 해서 113km 지점으로 모두 갔다.
어제 그렇게 잘 먹고도 아침에 허기가 졌는지 밥을 세 접시나 먹었다. ^^
맛있게 먹고 나서 카페 한잔하고, 여기까지 온 김에 시아누크 빌에 가서 바닷바람 한 번 쐬고 가자 했다.
프놈펜에서 일부러 오기에는 가까운 거리가 아니지만 이미 반은 왔으니 편하게 갔다.
현지인이 깜뽕 싸옴이라 말하는 시아누크 빌의 한 개인 섬
러시아 사람 소유라는데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다.
청춘을 한바다에서 거친 파도와 함께 산 마도로스 출신이라 늘 바다가 그립고 그 기억의 편린 속에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며 프놈펜으로 돌아가면서 바다와 배 그리고 항구 도시에서 있던 추억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덥고 먼지가 많은 내가 사는 제 이의 고향 프놈펜이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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