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선함을 일상으로 만드는 한국 젊은이
캄보디아 깜뽕짬의 오지마을.
2015년부터 이곳에서 무너져가는 집을 새로 지어주고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마을 학교를 짓는 한국 젊은이가 있다.
바로 업드림코리아 이지웅(30) 대표다.
업드림코리아는 ‘선함을 일상으로 만든다’는 슬로건을 가진 제조업 회사다.
패션 브랜드 ‘딜럽’과 올봄 출시 예정인 생리대 브랜드 ‘산들산들’을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이기도 하다.
딜럽은 기부형 브랜드다.
캄보디아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다시 디자인해서 의류, 잡화 등에 새겨 판매한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의 40%까지 아이들 미술 교육과 학교, 집을 짓는 데 기부한다.
산들산들은 여성용품 브랜드로 소비자가 한 팩을 사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한 팩을 기부하는 회사이다.
지금은 업드림코리아를 이끌지만, 한때 이 대표는 흥청망청 돈을 쓰고 놀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시작한 사연을 들었다.
D'LUV(딜럽)은 ‘사랑을 그리다, 정의하다’라는 뜻을 담은 브랜드이다.
캄보디아의 가난한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의류와 악세사리 등에 적용하여
‘착한 소비를 통한 기부문화’ 정착을 만들어가고 있다.
중학생 때 취미로 윈드서핑을 하다가 고등학생 때는 요트 국가대표가 되었다.
그러다 사범대로 진학했다.
“교사인 어머니께서 대학을 갔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저 또한 운동선수를 평생 직업으로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대학진학을 택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사범대에 입학했어요. 그러나 교사는 제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았어요. 그때부터 방황했어요. 공부 대신 아르바이트를 했죠. 퀵서비스, 대리운전, 우유배달 등 안 해본 게 없었습니다. 돈도 모아봤고 노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ROTC에 들어갔습니다. 적성에 맞아 직업 군인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죠.”
긴 방황 끝에 진로를 정했지만, 인생의 방향을 다시 정하는 계기가 생겼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당시 사고 목격자들은 이 대표가 죽은 줄 알았다고 한다.
병실에 누워있다 보니 그동안 해온 것들이 무의미해졌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 회복 후 그동안 모은 돈으로 외국 여행을 떠났다.
에펠탑 앞에서 바게트를 먹고 피사의 사탑 앞에서 피자를 먹었다.
그렇게 28개 나라를 돌아다녔고 마지막 여행지는 인도였다.
당시 길거리에서 돼지가 먹는 먹이를 함께 먹고 있던 어린아이들을 목격했다.
이 대표는 알 수 없는 분노와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힘을 키워 그들을 도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친구와 함께 여행 에세이 ‘두렵다. 그래도 나는 간다’를 썼다.
초판 1쇄를 한 달 만에 다 팔고 4쇄까지 나왔다.
책을 쓴 후 해병대에 입대했다.
전역 후에는 그동안 모은 월급으로 면목동에 사무실을 차렸다.
2015년 3월 마음 맞는 친구 2명과 함께 벤처 기업 딜럽을 시작했다.
그동안 모은 돈과 대출, 정부 지원사업에 신청해서 초기 자금을 모았다.
처음에는 무작정 인도나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당시 아는 사람 소개로 캄보디아 NGO 센터장을 만나 캄보디아를 다녀왔다.
가난해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눈으로 직접 봤다.
이를 위해 지원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책 인세를 모두 캄보디아 집 짓는 데 기부했습니다. 책 말고 앞으로 지속해서 지원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했죠. NGO 활동 중 그림 교육이 있습니다. 그걸 보면서 아이들의 그림을 패션 아이템에 입히면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캄보디아 NGO와 MOU를 맺었고 옷을 만들었어요. 상품 이름은 아이들의 이름으로 지었습니다. 옷을 만들고 나서 백화점에 무작정 찾아가서 입점을 부탁했습니다. 발로 뛰었지만, 성과는 별로 없었습니다. 낮은 인지도에 유통망을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거죠.”
몇 달 고생하다가 한현민 씨를 모델로 섭외했고 첫 백화점 판매도 시작할 수 있었다.
1년 뒤 업드림코리아 법인을 설립했다.
2017년에는 엑소, 방탄소년단 등이 딜럽 제품을 착용해 화제였다.
요즘엔 웹사이트뿐 아니라 백화점, 홈쇼핑에서도 딜럽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대표는 멘토로서 캄보디아 편모가정 아이들을 만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힘든 것 중 하나가 ‘생리대가 비싸다’는 것이었다.
당시 그는 생리에 대해 무지했다.
생리는 하루 만에 끝나고 생리대는 하루에 한 장만 쓰는 줄 알았다고 한다.
아이의 말을 듣고 나서 공부를 시작했다.
“평균 칠 일 동안 혈이 나오고 평균 두 시간마다 생리대를 교체해야 한다는 자료를 봤습니다. 계산을 해보면 한 달에 많으면 삼십 장까지 필요한데 마트에 가보니 생리대 가격은 가난한 아이들이 매달 사기에 너무 비쌌습니다. 얼마 뒤 신발 깔창이나 휴지로 생리대를 대신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직접 제작하기로 마음먹었죠. 제작업체를 찾아가 만들어보니 중형 모델을 기준으로 제작단가는 판매가의 반의반도 안 됐습니다. 흡수율도 시중 제품과 같고 순면으로 만들었는데도 말이죠.”
이 대표는 이 내용을 이 일을 함께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글과 함께 SNS에 올렸다.
얼마 가지 않아 오만 명이 넘는 누리꾼이 ‘좋아요’를 눌렀고 칠천여 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렸다.
소비자가 한 팩을 사면 한 팩은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방식으로 생리대를 만든다는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학교나 동사무소에서 이름을 적고 받아가는 번거로움 없이 무상 생리대를 집으로 직접 배달한다.
짧은 시간에 일억사천만 원을 모았다.
브랜드 이름을 정하고 제조공장을 섭외해 샘플을 만들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도 받았다.
딜럽은 지금까지 캄보디아에 집 세 채, 마을 학교 한 채를 지었다.
꾸준히 캄보디아를 방문해 봉사활동과 미술교육을 하고 있다.
이런 업드림코리아의 목표는 오래갈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를 통한 기부문화가 정착되게 하고 싶다고 한다.
“올해는 산들산들을 정식 출시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오래 준비했고 또 잘 만들었습니다. 많은 분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고 사랑받는 만큼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딜럽도 멋진 디자인으로 대중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지속해서 캄보디아의 가난한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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