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아침, 까나디아 공단 앞에서 웃어서 아름다운 소녀 쓰라이 오은 양
아직도 나이로 관계의 선을 긋다니
군대 제대하고 외국 생활을 시작한 이래 한 십여 년 한국 생활 빼고 지금까지 남의 나라에서 먹고살고 있다.
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우선 신간이 편하다.
수많은 인연의 애경사에서 자유스럽고, 일상생활에서 선후배를 따져 우대하고 챙겨야 하는 것도 남의 일이니 말이다.
외국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면 족보를 묻는 사람이 많다.
나이, 고향, 출신 학교 등 뭐 궁금한 게 그리 많은지...
거짓말은 할 수 없고, 어떻게 인연이 섞였는지 호구 조사하다가 나이 한 살이라도 적으면 말 내릴 궁리부터 한다.
젊어서 외항선 마도로스로 화물 따라 외국 항구를 전전하다 휴가 때 김포공항으로 귀국하면서부터 기분이 잡쳤다.
일 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어리벙벙한데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반말을 함부로 하는 이가 많았다.
88올림픽과 2002월드컵을 치르면서 우리 국민의식이 점차 나아졌다고 생각하나, 그때나 지금이나 말 함부로 하는 사람과는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
마이가리 병장 달고 휴가 때 동창들 만나 신나게 먹고 놀다가 2차로 간 신촌의 한 조용한 칵테일 바에서 고등학교 은사를 만났다.
반갑다고 인사하는데 제자들에게 말을 높이시더라.
말씀 낮추라고 여러 번 말해도 이제 성인이라며 말을 낮추지 않으셨다.
그 이후로 글쓴이도 윗사람은 깍듯이 대하지만, 나이 적은 사람이나 설혹 아는 사람 자식이라도 평생 말을 낮추지 않고 살았다.
일본 문화에선 어머니가 자식에게도 말을 놓지 않고, 우리 선조들은 부부간에 '하오'체를 쓰지 않았던가.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사회적 지위는 직장과 군의 계급 등으로 평가되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나이’가 중요한 기준으로 추가된다.
근대 교육제도가 도입되고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동년배가 동시에 학교 입학, 졸업, 직장 입사, 승진과 퇴직하는 일련의 과정이 이어졌다.
즉, 나이가 개인의 생애주기를 결정하는 기본 축으로 자리 잡게 됐다.
쌍둥이도 위아래를 따지는 가족 내 질서 기준이 사회에서 동년배 사이에서도 누가 생일이 빠른지를 따지게 됐고, 군대 동기간에도 군번을 따지는 문화가 됐다.
서양이나 다른 많은 나라에서 ‘나이’는 중요한 기준이 아니라서 칠십 먹은 영감과 열 살 먹은 동네 꼬마가 친구가 될 수 있고, 삼사십 년 차이가 나는 연인 사이도 비일비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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