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다시 직원들 미소와 재봉틀 소리를 들으니 사는 것 같다

부에노(조운엽) 2019. 5. 17. 19:10






다시 직원들 미소와 재봉틀 소리를 들으니 사는 것 같다

카페 회원님이 올린 게시물에 기가 막히게 멋진 글이 있어 인용한다.


내가 시드는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아파하지 말자, 시드니까 사람이다.
누군들 살아 한때 꽃 아닌 적 있었던가!


살다 보니 내 마음은 아직 청춘인데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은 많이 삭았다.

이제 한국에선 경비원으로도 받아주지 않는 나이라고 하던가.

외국에서 살며 성공한 사람은 백에 한두 명일 것이다.

내 나라에서도 쉽지 않은 것을 말과 문화가 다른 남의 나라에서 자리 잡는다는 게 정녕 쉬운 일이 아니다.

그저 까먹지 않고 맛있는 음식이라도 잘 챙겨 먹으면 다행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쓴이는 십여 년 전 캄보디아에 와서 봉제업을 접하게 됐는데 이 업은 정년이랄 게 없다.

칠팔십 살이 되어도 건강만 허락하면 할 수 있다.

실제로 프놈펜에서 봉제업에 관련된 업체에서 일하는 노익장들이 제법 있다.


태어나서부터 죽어서까지 입는 옷을 만드는 봉제업은 사람이 사는 한 영원할 것이다.

그런 봉제업이 잘 운영되려면 오더, 인력 그리고 운영자금이 잘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프놈펜에 살면서 우연히 일당 재봉사를 공장에 공급해주는 인력 일을 몇 년 하게 되어 오더만 있으면 될 거 같아 공장 운영에 참여하게 됐는데 날밤 새우며 몇십만 장을 꿰매도 직원 급료 주고 나면 내 월급은커녕 쌀 살 돈도 남지 않았다.

결론은 공임이 싼 오더를 받아 일하면서 재주는 곰이 넘고 이득은 다른 곳으로 흘러갔다는 말이다.

그래서 두어달 공장 문을 닫고 기다리다 전보다 공임이 훨씬 좋은 양질의 오더를 받게됐다.

이제 우리 직원들이 납기에 맞춰 예쁘게 잘 꿰매주기만 하면 된다.


전에 같이 일했던 사장님 한 분의 말씀이 늘 귓전에 맴돈다.

아무리 힘들어도 직원들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만 들으면 힘이 난다는...

나 역시 허리가 아파 두어 달 약 먹으면서 방에 누워있다가 다시 공장 문을 열고 직원들 미소와 재봉틀 소리를 들으니 사는 것 같다.

직원들도 우리 공장에서 다시 일하는 것이 좋은지 눈이 마주치면 대부분 웃어서 나를 기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