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의 바다 이구아나와 하늘색 발 갈매기 부비
갈라빠고스 신드롬과 뻬루 띠꼬 딱시
우리의 위풍당당하지만 아담한 'HAPPY LATIN' 호는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고 에콰도르의 공해를 지나고 있다.
에콰도르는 스페인어로 적도라는 뜻이라고 한다.
적도 부근은 열대 저기압인 태풍이나 허리케인, 인도양의 사이클론이 발생하는 근원지나 태풍 중심이 무풍지대이듯이 바다 자체는 늘 잔잔하다.
멀리 산 로렌조 등대가 아스라이 보인다.
늘 곁에 있어 줄 것 같은 등대.
하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것이 항상 그렇듯 곧 멀어진다.
유선 설비 기사 자격증을 따고 무인도에서 등대지기로 근무했던 선배 조교 이야기가 생각난다.
'고기 잡아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외로움에 지치면 바다에 비친 달이 날 오라 손짓하는 것 같고 내가 미친 건지 파도가 미친 건지 다 미쳐가.'
에콰도르는 잉카제국의 일부였으나 스페인의 식민지였기에 스페인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촌으로 갈수록 인디언 풍속이 남아있다.
경공업이 발달하지 않은 농업국이면서 석유를 수출하는 OPEC 회원국이다.
캄보디아처럼 자국 화폐와 달러를 같이 쓰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이다.
본토에서 약 천여km 떨어진 곳에 갈라파고스제도가 있다.
갈라파고스는 공룡만 없지 지금까지 보지 못한 특이한 동식물들이 많이 서식해서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보호하고 있다.
잔잔한 바다라 항해에 대한 걱정거리가 없어 싸롱사관들이 캡틴 집무실 소파에 편한 자세로 둘러앉아 맥주 한 캔씩 앞에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갈라파고스 제도가 가까이 있는데 저기는 대륙과 고립된 채 동식물이 독자적으로 진화해서 별난 것들이 많다며?"
캡틴의 말에 1항사가 대꾸한다.
"그러게요. 사 분의 일 톤이나 하는 거북이며, 1.5m나 되는 바다 이구아나, 발이 하늘색인 갈매기, 빨간 발인데 부리가 하늘색인 새도 있고 지금까지 보도듣도 못한 별 희한한 것들이 많이 산다고 들었습니다."
"다윈이 여길 와서 보고 진화론의 영감을 받은 모양이야. 그래서 말이지 성능 좋은 일제 전자제품이나 휴대폰이 지금 세계 시장에서 보기가 힘들잖아. 내수에만 신경 쓰고 국제 표준화하는 데는 등한시해서 그런 모양이야. 그래서 갈라파고스 신드롬이란 말이 생겼다지. 요즘 일본 애들은 자기네 나라에서 사는 게 너무 편해 외국 근무는커녕 다른 나라에 가는 것도 귀찮아하는 모양이야."
캡틴이 잠깐 말을 멈추자 내가 말했다.
"필리핀의 아름다운 세부 해변에 갈라파고스 비치가 있던데요. 경치가 기가 막히데요."
"그래요. 그 휴양지의 갈라파고스는 낭만인데 그 낭만이 고립되면 시대착오가 된다고 봐야 할까?"
안 선장님의 짧은 말 한마디에 긴 여운이 남았다.
모두 웃으면서 맥주 캔을 들어 '살루드' 하며 부딪히고 한 모금씩 하자 캡틴이 말을 이었다.
"남미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의 영향으로 적도 부근의 따뜻한 바닷물이 옮겨가고 그 자리에 영양분이 풍부한 바닷물이 올라오면서 여기 뻬루 해안이 한때 정어리와 멸치 황금 어장이었지. 근데 요즘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후가 심각한 모양이야. 그게 다 엘니뇨 현상 때문이라지. 엘니뇨는 페루와 칠레 연안에서 일어나는 해수 온난화 현상인데 따뜻한 해수 때문에 정어리가 잘 잡히지 않는 기간에 일어나는 엘니뇨는 에스파냐어로 ‘어린아이’라는 뜻인데, 이 현상이 12월 말경에 발생하기 때문에 크리스마스와 연관 지어 아기 예수의 뜻을 가진 엘니뇨라고 부르게 된 것이라네. 라니냐는 다 알다시피 스페인어로 ‘여자아이’라는 뜻이고 엘니뇨와 반대로 바닷물의 온도가 낮아지면서 대기 순환에 영향을 주어 이상 기후가 나타나요. 엘니뇨나 라니냐 현상이 일어나면 지구 곳곳에 홍수나 가뭄이 자주 생기잖아. 그래서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 보통 때보다 더 비가 많이 내리고 페루 등 남아메리카는 서늘해지고 북아메리카에는 강추위가 오기도 한답디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각각 다른 현상이 아니라 서로 관련되어 연속적으로 일어나요. 이러한 이상 기후로 인해 농수산물의 공급이 불안정해져 가격이 폭등하고, 모든 산업과 경제 활동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거지. 장기간 지속하는 지구의 이상 기온과 자연재해를 통틀어 엘니뇨라 하는 모양이오."
"그런데 나비효과도 비슷한가요? 잘 이해가 되지 않던데요."
내가 묻자 캡틴이 맥주 한 모금하면서 잠시 생각하다가 말씀하신다.
"나비 효과는 요 옆의 아마존강에서 나비가 날개를 한 번 퍼덕인 것이 대기에 영향을 주고 또 그 영향이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 미국을 강타하는 토네이도와 같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예에 빗댄 표현인데 지구 한쪽의 자연 현상이 언뜻 보면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먼 곳의 자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지."
새 맥주 캔을 따면서 캡틴이 묻는다.
"1항사 큰딸이 KOICA 단원으로 뻬루 산다더니, 국장도 우리 지금 가는 삐우라에 아는 사람이 있다며?"
"아, 네. 중학교 때 친구 누나가 여기 이민 와서 산대요."
"그래, 본 적은 있고?"
"그러니까 중삼 때 동숭동에서 새벽에 신문을 돌렸는데 그 누나가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고생한다고 분식을 사주더라고요."
내 대답에 안 선장님이 반색하고 또 묻는다.
"오~ 오래된 인연이구먼. 지구 반대편에서 다시 만나면 무척 반갑겠네."
나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요. 살면서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몇 안 되는 우호 세력 중 한 분이죠. 단발머리 유빈 누나 생각만 해도 늘 힘이 됩니다. 우리 집에 딸이 없다 보니 어떻게 어머니하고도 친해진 모양에요."
캡틴이 웃으며 한마디 했다.
"조 국장, 옷깃 스치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생각해 봐요. 남자끼리는 쉽게 안 되거든."
"하하하~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그런데 뻬루에 티코 택시가 참 많거든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Tico taxi in Peru
남의 나라에 이민 와서 금방 잘살게 되는 경우는 참으로 드물다.
말도 안 통하고 낯설고 물선 남의 나라에서 대부분 아픔을 겪으면서 수업료를 내고 현재에 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빈 누나도 예외는 아니라서 한국에 있는 일본계 회사에서 매형과 같이 잘 나가다가 뻬루에 인연이 다 이민 바람이 불어 삐우라에 정착할 때 엄청 고생했단다.
정비공장하다 야금야금 말아먹고 가진 돈 떨어지니 땟거리를 걱정하면서 삼 년 동안 남에게 말 못 할 고생을 하고 피눈물을 삼키며 살았다고 한다.
그때 먹을 게 없어서, 매형에게 선물로 받은 애지중지하던 프랑스 차를 에콰도르에 팔러 간 한국인 직원이 중간에 사라진 모양이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직원 출퇴근용 차 티코를 팔려고 내놓았는데 코딱지만 하다고 아무도 거들떠보질 않았다고 한다.
마침 리마에서 한국 사람이 티코를 산다고 해서 이번에는 직접 차를 끌고 리마로 향했다.
그런데 삐우라에서 리마 거리가 딱 천 킬로이다.
빤 아메리까 고속도로가 편도 일 차선에 도로 사정이 엉망이라 리마까지 가는 데 열몇 시간은 족히 걸린다.
암튼 빨리 팔아와야 사랑하는 아들 먹을 우윳가루라도 사지...
'쌩~ 쌔앵~~' 날아가다가 아이고, 중간에 차가 퍼졌다.
도로 한쪽에 차를 세워놓고 보닛을 연 채 난감해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벤츠가 옆에 섰다.
아가씨같이 예쁜 동양 아짐을 보고 '도와드릴 거 있냐고' 하면서 기사도 정신으로 차를 세운 모양이었다.
그 뻬루아노가 차 상태를 보고 여기서 될 게 아니니 정비소까지 견인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의 뽀브레시또 티코가 벤츠에 매달려 빤 아메리까 고속도로를 달려갔다.
그런데 갑자기 도요타 택시가 팽하니 벤츠를 앞질러 갔다.
열 받은 벤츠 아저씨가 전속력으로 도요타 택시를 쫓아갔다.
도요타는 더 밟고...
피곤해서 티코 운전석에서 눈을 감고 있던 유빈 누나는 차 속력이 빨라져서 천천히 가라고 앞차에 손을 흔들어도 들은 척도 안 한다.
유빈 누나도 때로는 한 성깔 하는데 크락션을 누르며 차를 세우라고 했는데, 도요타 택시를 앞지를 생각만 하는 벤츠 아저씨는 못 들은 척 전혀 속력을 늦추질 않고 달려가기만 했다고 한다.
뚜르히요에서 택시회사를 하던 뻬루아노가 지나가다 이 광경을 보고 티코에 관심을 두게 됐다.
생각해 보라, 당시 뻬루에서 알아주던 일제 도요타가 엄청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데 그 뒤를 벤츠가 맹렬히 뒤쫓고, 바로 뒤에 전혀 뒤처지지 않으면서 앞차들 비키라고 크락션 울리고 손을 흔들며 난리굿을 치는 티코 차라니...
그래서 뚜르히요의 그 택시회사 사장이 유빈 누나한테 티코를 열 대 주문했단다.
도요타 택시 한 대 값이면 티코 여러 대를 사는데 여러분 같으면 안 하겠는가?
손님이 내는 택시 요금은 똑같고...
게다가 티코는 뒷좌석 의자 접으면 웬만한 가정용 냉장고는 들어갈 정도로 실용적이다.
그래서 당시 뻬루에 굴러다니던 티코의 반 가까이 유빈 누나가 수입해서 판 거라 했다.
많이 팔 때는 하루에 백 대도 넘게 팔았다나...
한 대 100불만 남아도 얼마야?
그리고 티코가 엄청 팔리면서 도요타가 안 팔리고 매물만 나와서 뻬루 개국 이래 처음으로 자동차를 이웃 나라에 역수출했다는 전설이...
그리고 내 글이 뻥인지 아닌지 묻지 마라.
나도 요즘 맛이 가서 내 글이 긴가민가 언제 뻥을 쳤는지 나도 잘 모른다.
필이 오르며 집중하니 그동안 살면서 잊혔던 것들이 다시 떠올라 시공을 넘나들며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
But anyway, when I dream, I always dream of you.
Perhaps someday you'll come 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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