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원의 항해일지

조명빨 확실한 오로라와 아름다운 노르웨이 피오르

부에노(조운엽) 2019. 11. 3. 07:32




알래스카의 오로라 

 

 

 

신비한 백야, 오로라 그리고 피오르

 

 

 

‘Say you, say me, say it for always’라는 가사로 시작하며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던 라이오넬 리치의 'Say you, say me'.

냉전 시대 소련을 탈출하는 댄서 이야기를 풀어간 영화 ‘백야’의 엔딩 음악으로 당시 젊은이들이 열광했던 '별이 빛나는 밤' 같은 심야 방송이나 청춘남녀들이 모이던 음악다방에서 심심찮게 듣던 곡이다.

조명 님이 닉대로 빛에 관심이 많은지 오로라와 빙하지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피오르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부탁했다.

오로라가 보이는 위도까지 항해하는 배는 쇄빙선이 필요한 특수선뿐이다.

일반 화물선은 바다가 얼지 않는 항구까지만 화물을 실어 나른다.

비가 안 오는데 치는 마른 번개는 싱가폴 같은 적도 부근을 지나면 자주 볼 수 있다.

 

백야는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항구에서 여름이면 매일 겪는다.

부두 근처 노천카페에서 새벽 서너 시까지 앉아 있어도 주위가 환하다.

처음 겪는 경이로운 현상이다.

빛과 어둠이 서로 바뀌는 밤과 새벽이 없다니 새로운 감동이다.

여름밤에 태양이 져 자야 하는데 고위도 지방에서는 해가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아 새벽에도 밖이 환하다.

백야가 나타나는 곳은 스칸디나비아 3국, 알래스카, 캐나다 그리고 칠레, 아르헨티나 최남단 등지이다.

거기서는 밤에도 어스름하게 환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 두꺼운 커튼을 쳐야 한다.

반대로 한겨울에는 극야 때문에 밤이 지속하여 햇빛을 볼 수 없다.

좌우지간 북유럽 사람들이 해만 나면 웃통 벗고 일광욕하는 것을 이해해야겠다.

그 동네에서는 늦은 시간에 술값을 더 받는다.

그리고 미안한 이야기지만 길 가는 개는 쳐다봐도 동양인에게는 냉담한 편이다.

 

오로라는 조금 더 위쪽인 북극과 남극권에서 볼 수 있는 신기한 현상이다.

대기 중에 형형색색의 빛이 나타나며 무척이나 아름답기 때문에 '천상의 커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로 녹색이지만 드물게 빨간색, 파란색, 흰색 같은 다채로운 오로라도 간간이 보인다. 

주변에 전기 불꽃 튀는 듯한 틱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시야를 가리는 것이 별로 없고 밤 날씨가 맑은 캐나다의 옐로나이프 같은 곳이 유명한 오로라 관측 지역이다.

아이슬란드 블루 라군에서는 온천욕을 하며 오로라를 볼 수 있다.

남극권에서 세종기지가 있는 킹 조지 섬 같은 곳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고 한다.

극지방 가까운 데서만 오로라가 나타나는 이유는 극지방의 지구 자기장과 태양에서 날아온 태양풍이 충돌하면서 방전을 일으키기 때문이란다. 

대기권에 흐르는 매우 강한 지자기 유도 전류에 대비를 못 하면 전력시설이 고장 날 수도 있다.
실제로 캐나다의 퀘벡 발전소가 고장 나 퀘벡과 몬트리올에 대정전이 발생한 적이 있다.

반면 주민들은 조명이 모두 꺼진 도시의 하늘에서 아름다운 오로라를 볼 수 있다.

 

미국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서 사람과 가축을 해치는 늑대를 보이는 대로 사냥해서 멸종되었다.

늑대가 사라지자 천적이 없어진 사슴이 늘어나 닥치는 대로 풀과 나무순을 먹어 치워 숲과 강이 황폐해졌다.

수십 년간 계속 공원이 황폐해지는 것을 개선하려 했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고심 끝에 연방 정부에서 늑대를 풀어봤다.

늑대가 사슴을 공격하여 사슴이 줄어 떠난 자리에는 식물들이 무성해지고 나무도 커졌다.

감자에 싹이 나고 잎이 나고 가위, 바위, 보!

어, 이건 아닌가...

나무숲이 늘어나자 다양한 새와 곤충들이 날아왔고 매와 독수리도 따라서 왔다. 

사슴들이 눈에 잘 띄지 않자 늑대는 코요테도 사냥했다.

그러자 토끼와 쥐가 늘어났고 여우와 족제비 그리고 오소리들도 모여들었다. 

멸종된 줄 알았던 비버가 돌아와 강둑을 만들고 다양한 물고기와 수달, 오리의 서식지가 되었다.

그러자 강의 흐름이 바뀌었다. 

이제 공원은 야생동물이 사는 훌륭한 서식지가 되었다.

영국의 칼럼니스트 조지 몬비엇이 강연 중 말한 내용이다. 

그는 최상의 포식자가 사라진 공원에 늑대가 다시 오자 끊겼던 먹이 사슬이 연결되고 결국은 지형까지 변했다고 말했다.

황폐해진 공원을 수십 년간 사람이 회복하지 못한 것을 늑대가 했다며 자연의 위대함을 역설했다.

 

영국 BBC가 방송한 자연 다큐멘터리 ‘블루 플래닛’은 깊은 바닷속 생명체들의 향연을 빼어난 영상미로 담아내 극찬을 받았다.

그해 영국인들이 가장 많이 시청한 프로그램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조지 몬비엇은 ‘블루 플래닛’이 현재 우리 바다가 처한 가장 중대한 위기를 다루지 않았다며 이를 비판하는 글을 가디언지에 기고했다.

그는 바다 생태계는 육상 생태계보다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플라스틱도, 해양 오염 혹은 기후 위기 때문에도 아니고 바로 싹쓸이 어업과 양식 때문이라고 했다.

치어까지 다 잡아 상품이 될만한 고기 외에는 다 버리고, 양식장 사료로 쓸 잡어를 마구 잡아 씨를 말리고, 혼획으로 잡혀 죽은 고래, 상어, 바다거북이 너무나 많다고 한다.

더 충격적인 것은 중국에서 수출하는 대표적인 양식어류인 고가의 돔 등의 양어 사료를 생사료도, 배합사료도 아닌 바로 닭과 돼지의 배설물을 먹인다고 한다.

배설물을 먹은 어류는 살모넬라와 대장균과 같은 박테리아에 취약해져 많은 양의 항생제와 약품이 투여된다.

이 잔여물이 흘러가는 곳은 바다와 우리 식탁이다.

지금 같은 어업방식으로는 이삼십 년 내로 바다에서 물고기 씨가 마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의 피오르와 여객선 

 

 

노르웨이 트론헤임에 갈 때 우현 바닷가로 거대하고 웅장한 피오르 절벽을 보며 며칠을 항해했다.

고저 환상이었다.

오랜 세월 빙하의 이동과 침식으로 생긴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쌓인 하얀 눈 그리고 가끔 저절로 생긴 듯한 폭포, 그 주위에 빽빽이 들어선 침엽수들.

캐나다 서해안 항구도시 키티맛항에 갈 때는 어땠는데.

그 아름다운 피오르 협곡을 8시간이나 항해하며 올라갔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다 달력이나 그림엽서 사진이다.

그 아름다운 피오르 해안에 크루즈선이 승객들을 열심히 날랐다.

그런데 그런 아름다운 곳도 자주 가니 경치는 건성으로 보고 딴짓하게 되더라.

 

피오르는 빙하가 침식되어 해안지역에 만드는 지형이므로 북극과 남극에 가까운 고위도 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

어원이 노르웨이어 Fjord에서 왔듯이 노르웨이가 피오르 지형이 발달한 대표적인 나라이다.
노르웨이 외에 피오르 지형을 볼 수 있는 곳이 알래스카와 캐나다, 그린랜드, 칠레 남부와 뉴질랜드 등이 있다.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같이 빙하가 아닌 하천에 의해 침식된 지형은 리아스식 해안이라 한다.

 

타이 푸껫 카론에서 돗자리 펴고 앉아 동네 아짐들 손금 발금 공짜로 봐주면서 웃고 즐기며 세월을 보내던 때가 생각난다.

조명 받고 살 팔자인 사람들은 겉으로는 화려한 듯 보이나 조명 꺼지면 말짱 황이고 대개 말년이 험한 편이다.

선배들의 경우를 봐서라도 영원한 인기라는 게 없다는 걸 얼른 깨닫고 박수 칠 때 떠나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반면 조명 보고 손뼉 치며 그들을 동경하고 평범하게 사는 중생들의 팔자가 상팔자라는 생각이 든다.

개 팔자가 상팔자라고 여기던 때가 지난 나 같은 중늙은이는 고저 움직일 수만 있어도 고맙게 생각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