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항에 입항하는 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
함부르크에서 남희와 재회
독일은 미국, 중국과 함께 수출액, 수입액 모두 1조 달러가 넘는 경제 대국이다.
공업이 발달하여 자동차 수출을 많이 한다.
우리가 딱정벌레 같다고 하는 폭스바겐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이 타고 싶어 하는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등이 독일제이다.
독일 자동차는 좀 비싸지만, 성능이 좋아 실용적인 것을 원하는 사람에게 딱 맞다.
폭스바겐은 경차부터 리무진, 슈퍼 카, 버스와 대형 트럭에 오토바이까지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든 종류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회사이다.
아우디, 포르쉐, 람보르기니, 벤틀리, 부가티 등 날고 긴다는 브랜드를 인수 합병했다.
토요타, GM과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회사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백 년이 넘는 역사의 최고급 자동차 브랜드로서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창업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디자인과 성능이 품위가 있고 세련되었으며 대표적인 부와 권력의 상징이 되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심볼은 별이다.
BMW는 바이에른주의 자동차 회사의 약자이다.
BMW는 벤츠의 고급스러움에 스포티한 느낌을 더해 젊은 층의 인기를 끌며 벤츠와 함께 독일 자동차 브랜드의 양대 산맥으로 성장했다.
운전의 즐거움을 우선으로 한다는 BMW는 엔진 소음을 최소화하기보다는 자동차의 힘을 느낄 수 있게 엔진소리를 살렸다고 한다.
원을 사 등분 하여 흰색과 파란색을 대칭으로 배치한 로고는 누가 봐도 BMW를 연상하는 상징적인 심볼이 되었다.
아우디는 라틴어로 '듣다'라는 뜻으로 당시 생소했던 후륜 구동 방식의 차를 만들었다.
차체에 둥근 곡선이 많아 부드러운 디자인이 특징인 아우디는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 네 곳이 합병한 회사다.
엠블럼의 동그라미 네 개가 아우디를 상징한다.
독일 사람과는 한눈에 봐도 다르게 보이는 제 3국인 스티비더(인부)들이 ‘HAPPY LATIN’ 호에 자동차를 싣고 있다.
보통 이런 작업은 일명 ‘돈내기’라 해서 에이전트와 항만 노조 간에 ‘배 척당 얼마’로 계약하기에 빨리 끝난다.
하역 작업 중에 본선 선원들은 크게 할 일은 없다
크레인과 동력을 제공하는 발전기가 정상으로 돌아가는지를 확인하고 본선 실정에 익숙한 선원들이 선적하는 것을 뒤에서 보조해주는 정도이다.
그리고 화주가 작성한 스토와지 플랜에 따라 잘 선적하는지 슈퍼바이저와 1항사가 점검한다.
언제 어디서든 안전사고에 유의하는 것은 기본 철칙이다.
그런데 함부르크에서는 여자 슈퍼바이저도 보이네.
안전모를 쓴 금발의 아리따운 아가씨가 엉덩이를 살래살래 흔들고 다니면서 야무지게 작업지시를 한다.
이번 항차 자동차를 싣는 ‘HAPPY LATIN’ 호는 배가 푹 가라앉지 않기에 밸러스트 탱크에 해수를 가득 채웠다.
함부르크의 밤은 빨리 왔다.
아직 5시도 안 됐는데 어둑해져 배 조명을 모두 켰다.
“잠시, 잠깐만...”
지금 상황을 굳이 설명할 필요까지 없어도 당황하니 목소리까지 떨린다.
서둘러 쉐이빙 거품과 함께 고슴도치 같은 수염을 정리하고 스킨을 바르며 남희를 쳐다봤다.
오~ 눈부시게 아름다운 긴 생머리와 여전히 밝고 아름다운 미소.
그 미소 속에 언뜻 스쳐 가는 싸늘한 느낌을 나만 느꼈을까?
“야~ 나미! 반갑다! 온다고 연락도 하지 않고...”
너무나 반가워서 두 팔을 벌리며 거리가 불과 5m도 안 되는 남희에게 달려간다
그녀 역시 샐쭉하면서도 일단은 못이기는 척 마주 안았다.
선내 스피커에서는 누가 틀었는지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어느새 하얀 사관 정복으로 갈아입은 젊은 사관들이 방안으로 들어와 웃으며 남희를 반긴다.
이어 안 선장님이 금빛 테두리가 선명한 하얀 모자를 비스듬히 쓴 채 파이프 담배를 물고 만면에 미소를 띠며 들어왔다.
“오~ 아름다운 나미 씨. 또 만나게 될 줄이야. 훨씬 더 예뻐졌는데.”
캡틴이 중후한 목소리로 나와 떨어지는 남희를 가볍게 안아주며 어깨를 토닥였다.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이를 앙다물고 아무 말도 못 하고 서 있는 남희.
환갑이 다 되어가는 조리장 영감님이 승선하고 처음으로 하얀 주방 모자까지 쓰고 손바닥을 비비며 들어왔다.
“아니~ 아귀찜, 해물파전에 김치찌개 맛있게 해놓고 유럽에서 귀한 콩나물도 무쳐놓았는디 아무도 식사하러 안 오신다요?”
조리장의 말을 듣고 드디어 참던 울음을 터뜨리며 내 목을 부둥켜안고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어 들릴락 말락 종알대는 남희.
“자기야~ 내 말 다 듣지도 않고 그렇게 전화를 끊으면 어떡해. 흑흑...”
방에 들어오지 않고 문 앞에 서 있던 잘생긴 독일 청년이 어깨를 움찔하고 있는 것이 내 눈에 띠어 남희를 가볍게 떼어놓으며 말했다.
“어~ 나미야! 손님도 와 계시는구먼.”
“그냥 내비도! 쟤 차 타고 와서 고맙긴 한데.”
“그래도 국제신사들인데 인사는 시켜줘야지.”
“야~ 엔틀라인(오리 새끼)! 나는 비행기 타고 내일 아침에 갈 테니 먼저 가라. 당케(고마워).”
남희의 코맹맹이 소리에 멋쟁이 독일 청년이 양 손바닥을 보이며 아쉬운 듯 물러선다.
나도 별다른 할 말이 없어서 ‘굿 럭 투 유, 아디오스~’라고 인사하며 기름값이라도 주려고 하니 손사래를 치며 받지 않았다.
“근데 웬 오리 새끼가 나와?”
내 질문에 살포시 머리를 기대는 남희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짜식이 오리 새끼같이 만 날 화장실만 빼놓고 쫄래쫄래 쫓아다니잖아, 그래서 오리라고 불러.”
캡틴이 다른 사관들을 쳐다보며 그만 식사하러 가자고 말했다.
그러자 1항사가 자세를 갖추며 ‘HAPPY LATIN' 호의 초급 사관들에게 눈짓을 했다.
이어 군기반장 격인 일등 항해사의 장난기 섞인 낭랑한 목소리.
“일동 차렷! 대한국민 특파원 아가씨, 나미 씨께 식사 경롓!”
구두를 ‘착’ 모으는 소리와 함께 남희에게 거수경례를 절도 있게 붙이며 ‘시간 됐습니다. 밥 먹으러 갑시다요~.’라고 말하며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안 쓰던 조리 모자를 어색하게 쓰고 인사하다가 모자를 떨어뜨리고 당황하는 조리장 영감님.
남희도 긴 머리를 한 손으로 잡으며 묵례를 하고 잠시 숨을 가다듬으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정말 고마워요, 모두. 이역만리 외국에서 이렇게 저를 환대해주셔서요. 훌쩍~ 앞으로 아무리 힘든 일이 닥쳐도 지금 이 행복한 순간만을 떠올리고 영원히 잊지 않을게요. 흑흑~.”
모자를 줍느라고 몸을 숙인 조리장 영감님의 맨 엉덩이가 남희의 눈에 클로즈업되자, 킥킥대고 웃는 그녀의 웃음소리에 ‘HAPPY LATIN’ 호의 사관들은 또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젊으나 늙으나 이 마도로스 아저씨들은 왜 속곳을 잘 안 입는 거야.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기업 다임러그룹의 회장이 은퇴하자 라이벌 기업 BMW는 광고 한 편을 내보냈다.
‘마지막 날’이란 제목의 영상으로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박수를 받으며 회사를 떠나는 회장의 모습이 보였다.
벤츠를 타고 집에 돌아온 회장은 운전기사가 떠나자 반전이 시작된다.
‘마침내 자유롭게 됐다.’는 문구와 함께 차고 문이 열리면서 회장이 신나게 몰고 나가는 차는 벤츠가 아닌 BMW의 스포츠카이다.
‘수년간 경쟁할 수 있도록 영감을 준 벤츠 회장님, 고맙습니다.’란 자막이 깔린다.
훈훈한 독일인의 유머이다.
Highway Star,Deep Pur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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