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최근 어렵게 살아난 이야기

부에노(조운엽) 2020. 1. 4. 19:24




주변 사람들과 캄보디아 음식으로 신년맞이




일이니?




사람이 희망이 있으면 어려운 일도 쉽게 넘길 수 있다.

국제 마도로스로 이 나라 저 나라 떠돌다 무슨 인연인지 프놈펜에 와 십 년 남짓 살면서 웃고 즐기는 가운데 환갑도 넘기고, 봉제의 '봉' 자도 모르는 사람이 어째 봉제공장을 해 이 년 넘게 일하며 임대 계약 만기도 몇 달 남지 않았다. 


지난가을에 오더가 끊겨 두어 달 공장 문을 닫았다.

주변 아는 작은 공장 몇 군데도 기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실정이었다.

겨우 오더를 받아 선수들을 다시 모으는데 여의치 않았다.

고참들은 어디 갔는지 나타나지 않고 두어 달 매일 아침 일찍 재봉사를 구하러 공단에 나가 동분서주했으나 한 라인도 채우질 못했다.


우리나라도 그랬듯이 저임금 국가에서 봉제업 임금이 매년 올라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다른 업으로 넘어가는 과정인 모양이다.

젊고 예쁘장한 직원은 힘든 봉제공장 일을 그만두고 예쁜 유니폼을 입고 시원한 이온 몰이나 고급식당으로 출근하는 걸 종종 본다.

재봉사가 넘칠 땐 오더가 없어 좋은 손 놀리다가 오더가 3~4월까지 꽉 차니 일할 선수들이 없네.

쉬운 싸구려 미주 오더로 손을 풀면서 두 작업을 겨우 납기에 맞춰 끝내고, 일본으로 갈 치마 작업에 들어갔는데 직원이 턱없이 부족하고 리더도 며칠 그만둬 맨 불량만 나오고 생산이 나오질 않아 밥이 넘어가지 않아 누워버렸다.

그동안 어려운 일도 이 또한 지나가리니 하며 넘겼는데 인제 그만 접어야 하나.


원청공장에서 해결책을 제안했다.

이렇게 미싱사를 못 구해 시간 보내다 납기를 못 맞춰 클레임 무느니 있는 직원으로 반 공정만 하면 나머지 공정과 합복은 자기 공장에서 하겠단다.

속치마, 겉치마 각각 하루 열 시간 700장 꿰매면 20일 동안 오더량 13,500장은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정신 차리고 공정 시작하는 뒷자리에 선수들을 앉혔다.


해가 바뀌니 삼사 년 같이 일했던 손이 빠른 고참 소톤 부부가 합류했다.

다른 고참 예쁜 아짐 시나 씨와 자세가 좋은 새댁 에익씨나 씨도 나타났다.

오버록으로 긴 치마나 바지 옆 단을 재봉할 때 실밥 자르는 쪽 가위를 오른손 안에 쥐고 재단 물 끝을 재봉틀에 물려 조금 밀고 나머지는 반 접어 두 번에 미는 동선이 짧은 자세가 제대로 배운 것이다.

찔끔찔끔 여러 번 박으면 불량도 많고 늦다. 





토요일인 오늘 8시간 일해서 시간당 타깃이 70장 이상 나왔다. 샘플 치마와 귀여운 새댁 에익씨나 씨




타깃 수당으로 빳빳한 돈을 흔드니 둘째 날인 어제 오후에 시간당 목표량 70장이 나왔다.

오늘 아침엔 그나마 부족한 재봉사가 두 명이 결근했는데 나머지 인원으로 목표량을 넘겨 생산이 나온다.

그러니 사람 마음이 간사해서 이제 슬슬 배가 고파진다.

딩크 형이 말한 '아임 스틸 헝그리!'가 아니고 '아임 헝그리 나우.'다.

세상 돌아가는 일이 집중하다 보면 죽으라는 법 없이 또 이렇게 돌아가는 모양이다.



'캄보디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안의 보금자리  (0) 2020.05.19
캄보디아 은빛 바다  (0) 2020.05.03
메기의 추억  (0) 2019.12.19
비단 짜는 캄보디아 여인  (0) 2019.12.17
동남아는 맛있는 열대 과일의 천국  (0) 2019.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