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의 꿈
배경 음악 : 꿈, 조용필 https://www.youtube.com/watch?v=u42VwB-faVA
전원주 씨의 아가씨 때 꿈은 시집 잘 가서 현모양처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무도 프러포즈하는 사람도 없었고 그 흔한 중매 자리도 안 들어왔다.
그래서 그 당시 횡횡했던 인신매매단에라도 끌려갔으면 하는 막연한 바람이 있었다.
그런데 정말 그런 기가 막힐 일이 생겼다.
길을 가다가 인신매매단으로 보이는 험악한 사람들에 강제로 차에 실려졌다.
드디어 바라던 꿈이 이루어지나 하고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전원주 씨를 본 두목으로 보이는 사람이 '야, 너 내려.' 하는 것이었다.
안 내리려고 인상을 쓰면서 의자를 꽉 잡고 버티고 있었더니, 두목이 하는 말...
"얘들아, 차 버려. 우리가 내리자."
이에 격분한 전원주 씨는 그녀만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특출한 웃음을 무기로 성우와 탈런트에 도전해서 와신상담하며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
연예계도 엄청나게 경쟁이 치열하다.
방송국에 연예인만 이천여 명이 있고, 대다수가 무명이다.
다 아시겠지만, 무명시절은 항상 춥고 배가 고프다.
그들이 늘 염두에 두는 것은 연출자들에 얼굴도장 찍는 일이다.
그래서 일이 있으나 없으나 매일같이 연출자들과 눈이라도 한 번 더 맞추려고 왔다 갔다 한단다.
전원주는 어려서 인천에 살 때 짠물이 많이 나 먹는 물이 부족해서 그 무거운 물지게를 지고 날러 키가 안 자란 것 같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밥도 짓고 참 힘든 나날이었는데, 그때 어머니가 그녀를 강하게 교육했다고 한다.
그녀가 '계모'라고 믿었을 만큼 어머니에게 많이 혼나고 얻어맞으면서 자랐는데, 그땐 울면 더 맞았고 만약 변명이라도 하면 그날은 반 죽는 날이었다.
그녀는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 가정부와 무당 역만 20여 년을 했다.
주인마님만 강부자, 여운계, 사미자 등 수도 없이 바뀌어도 그녀는 영원한 가정부였다.
많은 사람이 그녀가 숙대 국문과를 나와서 교사 출신이라고 하면 무척 놀라고, 그렇게 작은 전원주가 운전하고 다닌다고 하면 더 놀란다.
사실 그녀는 교편을 잡았었다.
키가 작아 칠판에 글씨 쓰기도 힘들어했는데, 한 번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잘못한 일이 있어서 훈육 선생이 학생들 뺨을 때리는데, 옆에 있던 그녀도 키가 작으니 학생인 줄 알고 뺨을 가차 없이 때려 기절했다고 한다.
그녀는 그 후 결심했다.
"이건 내 일이 아니다."
그리고 학교를 퇴직했다.
한 번은 운전하고 가는데 경찰이 사람 없는 차가 혼자 굴러가는 줄 알고 뒤쫓아온 적도 있었다고 한다.
뭘 할까 고민하다가 그 당시 동아방송에서 공모했던 성우 모집에 나갔다.
그녀는 목소리 하나는 타고 났었다.
프로그램을 맡아서 방송하는데 목소리가 너무 고와서 꽤 인기가 있었다.
그녀 목소리를 듣고 얼굴 한 번 보겠다고 방송국에 와서 졸도한 남자가 여럿 있었다.
114 안내양들이 겪었던 애환을 그녀도 수없이 겪었다.
그녀가 TV 방송에 출연할 때였다.
앞에 얘기했지만, 연예계는 엄청나게 치열하다.
대사를 다 외우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 연습 시간을 확보하려면 시간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그래도 떨면 대사를 까먹기 마련이라 배포까지 키워야 한다.
그래야 캐스팅이 잘 된다.
단역이 녹화에 지각하면 쫓겨나고, NG 자꾸 내면 다음부터는 안 써준다.
그녀가 무당 역을 맡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대사 중에 귀신 이름을 7가지 외우는 것이 있었다.
일주일 내내 연습했는데 연기 도중에 예상치 않았던 꽹과리 소리가 요란해서 그만 까먹고 말았다.
그때부터 연출자들 사이에 '전원주는 새대가리'라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김성환 씨는 극 중 대감 이름을 줄줄이 말해야 했는데, 당황하여 '박근형 대감, 최불알 대감...' 등으로 헷갈리게 말하는 바람에 6개월간 배역을 못 받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전원주는 가정부와 무당, 김성환은 도둑 운 좋으면 포졸A로 굳어버렸다.
밑바닥 생활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
마님 역할은 비스듬히 누워서 '야, 밥 묵자.' 하면 끝나지만, 가정부 역은 무거운 밥상 들고 방문을 여러 번 들락날락하고, 상을 바닥에 소리 안 나게 놓아야 하는 등 제법 힘든 노동이다.
게다가 애까지 업고 밥상을 나르는 역은 정말 중노동이었다.
그러고도 집에 와서 그 장면 하나라도 보려고 TV를 켜면 안 나올 때가 부지기수였다.
편집된 것이다.
방송에서 편집되면 그나마 출연료조차 없는 시절이었다.
그 때문에 결혼해서 애를 키우면서까지도 어머니께 종종 수모를 당했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자네 딸은 TV에 나와도 가정부나 무당에다 그나마 바람같이 사라진다.' 등등 어머니 부아를 돋웠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그랬다.
"이 년아 어째 너 하나가 이리 속을 썩이냐. 너만 잘 풀리면 원이 없겠다."
그러나 그녀는 돈 한 푼 없었어도 매일같이 방송국에 출근했다.
얼굴도장을 찍기 위해서였다.
김성환 씨와 함께 방송국에 들르는 날이면 많은 사람이 쳐다보며 수군거렸다.
'저기 봐. 새대가리 식모와 불알대감님이 또 왔네.' 하고...
아들이 국민학교를 졸업하는 날이었다.
없는 돈에 아들놈 짜장면 한 그릇 사주려고 학교에 갔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기에 집에 왔더니 벌써 와 있는 것이었다.
아들 녀석 왈, '엄마는 쪽 팔리게 뭐 하러 학교에 와...'라고 말했다.
애들이 그녀를 보고 '식모 왔다!'라고 놀렸을 게 분명했다.
그때 그녀는 정말로 탤런트 생활을 때려치울까 심각하게 고민했었다고 한다.
당시 주머니가 얇아 시장을 봐도 파장할 때 가곤 했다.
그 시간에 가면 팔다 남은 채소 등을 떨이에 싸게 살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다.
시장 어디에선가 장사하는 아주머니 한 명이 시장이 떠나갈 듯 유쾌한 웃음을 웃는 것이었다.
그 웃음을 듣는 순간 가슴이 확 트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 나도 이 좋은 세상에 웃고 살자.'라고 결심했다.
그때부터 그녀는 조명과 거울 앞에서 웃는 연습을 했다.
아들이 '엄마 왜 그래, 웃지 마. 귀신 나올 거 같아 소름 끼쳐.' 할 정도로 미친 듯이 웃는 연습을 했다.
그랬더니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이었던 것이었다.
방송국에 들른 그녀는 갑자기 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연출자들한테 엿이나 먹이자".
대기실에 연출자들이 20명 정도 모일 때를 기다려 문을 살그머니 열고 들어가서 갑작스럽게 '와하하하~~~' 하고 사무실이 떠나가라 웃어 주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다.
나오면서 설움이 북받쳤다.
'내가 이 나이에 이렇게까지 해서 먹고살아야 한다니'라는 자괴감 때문에...
그랬는데 어느 날 새 드라마를 촬영하는데 조연 중의 한 명으로 그녀가 발탁되었다.
시골의 순박한 아주머니 역할로 목소리도 크고 잘 웃어야 하는데, 연출자들이 혼비백산하도록 웃어젖혔던 그날의 그녀가 인상 깊게 남아있었는지 '드라마 성격에 전원주 웃음소리가 딱 맞다.'라는 의견이 나왔던 것이었다.
그 드라마가 바로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였고 장장 7년 이상을 장수하였다.
거기에서 드디어 그녀는 떴던 것이었다.
그녀의 호탕한 웃음이 당시 IMF로 어려웠던 서민들의 애환을 녹이고 그녀의 상징이 되었다.
그렇게 쌓인 이미지가 실제 우리네 어머니를 매우 닮았고, 당시 여주인공들, 사모님들보다 더 오래, 더 인기리에 배우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오랜 고생 끝에 인기 연예인이 되었고 억대 출연료를 받는 CF도 줄줄이 찍고 '원주 보러 오세요.'라는 멘트로 원주시 홍보대사로 뛰었단다.
20년을 참고 뜬 태양은 지지도 않더라.
지금 그녀의 달력에는 일 년 치 녹화, 강연 스케줄이 빽빽하게 쓰여 있다고 한다.
일이 많으면 피곤하지도 않다.
노력하는 사람은 작아도 커 보이기 마련이다.
그녀는 꿈이 또 있다.
가수가 되는 것이다.
요즘 젊은 가수들이 그녀를 보고 '후배'님이라고 웃으며 얘기한단다.
그녀 나이 팔순이 넘었지만 90세까지는 끄떡없이 뛸 자신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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