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가 승선했던 TK Tanker 소속선
원유를 수입해 석유 화학제품을 엄청 수출하는 대한민국
'HAPPY LATIN'호가 리비아에서 싣고 있는 화학비료는 원유에서 만든다.
브레가항에는 원유 수출 부두가 있고 그 오른쪽에 화학 비료 공장이 있어 비료도 많이 수출한다.
우리나라는 그 원유를 수입해 가공하여 석유 화학제품을 엄청나게 수출한다.
우리나라 수출 상위 품목 중 하나가 석유 화학제품으로 한국에서 수입한 원유의 절반 이상은 정유 후 다시 수출한다.
글쓴이도 프로덕트 탱커 탈 때 중동이나 캐나다 밴쿠버에서 원유를 싣고 한국에 풀어주고, 다른 나라에 항공유 등을 실어다 준 적이 있다
비료는 농사를 도와 굶는 사람을 줄여준 일등 공신이다.
농사를 지을 때 영양분이 부족하면 작물들이 제대로 자라기가 힘들다.
특히 과일 종류는 거름을 안 주면 잘 안 자라 맛없는 돌배, 개복숭아가 된다.
지구에 있는 자연적인 비료는 인류가 20억 정도만 유지될 수 있는 정도밖에 없는데 화학비료 덕분에 식량 부족에서 벗어나 인구가 무려 70억이 넘게 늘어났다.
강을 따라 생긴 세계 4대 문명은 상류에서 내려오는 흙과 영양분 덕분에 농산물이 잘 자라 사람들이 잘 먹고 살다 보니 문명이 발달한 것이다.
비료의 3대 요소라 하는 질소, 인, 칼륨의 필요량은 식물에 따라 다르다.
물론 옛날 사람들이 이런 걸 알았을 리가 없고 분뇨, 뼛가루, 재, 생선 썩은 것 등의 잡다한 재료로 갖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농사를 지었다.
현대에는 노벨상을 받은 독일인 화학자 프리츠 하버가 공기 중에서 질소를 농축해 암모니아를 합성하여 질소 비료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해 농업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천연 비료는 개인이 하는 농사에서나 가능하지 본격적인 상업적 농사에서는 엄청난 비용 문제로 화학비료만 사용한다.
요소 비료의 원료는 공기 중에 널려있는 질소이고 제조 공정이 쉬워 어느 정도의 인프라만 있으면 어느 나라든 만들 수 있다.
산유국들은 물보다 싼 석유에서 비료를 생산하기에 무척 싸게 수출한다.
석유는 땅속에서 나는 탄화수소를 주성분으로 하는 가연성 기름이다.
갈색을 띤 검은 액체인 천연 그대로의 것을 원유라 하는데 이것을 증류하여 휘발유, 등유, 경유, 아스팔트 등을 추출한다.
자동차 연료와 공업용으로 널리 쓴다.
석유는 대략 기원전 2천 년부터 고대 이집트인들과 중국인들이 사용했다.
연료로 사용했던 것은 아니고 윤활유나 설사약으로 썼고 중국인들도 약으로 썼다고 한다.
그때까지도 석유는 연료로 쓰이지 않았고 당시 불을 붙이거나 난방을 하는 데는 고래기름, 나무 등이 쓰였다.
석유가 본격적으로 채굴된 시기는 19세기 미국에서 최초로 유정을 파서 원유 채취에 성공하면서부터이다.
우리나라에 석유가 처음 사용된 것은 1880년대였지만, 국내에서 석유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게 된 것은 대한 석유공사가 설립된 1962년 이후부터이다.
처음 석유가 나왔을 때는 어둠을 밝히는 용도로 사용된 등유였고, 난방 및 취사용으로 사용이 확대되었다.
지금은 가스로 대체되어 거의 찾기 어렵지만, 오래전만 해도 가정마다 취사용으로 연탄과 석유풍로를 사용하였으며, 주택가에는 석유를 파는 가게가 곳곳에 있었다.
이처럼 석유는 연료는 물론, 각종 생활필수품을 만드는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를 제공하는 등 우리들의 의식주와도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예를 들어 농산물을 재배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비료, 농약, 살충제 등이 모두 석유로 만들어진 것이며 비닐하우스에 쓰이는 각종 필름이나 나일론, 폴리에스터 등 각종 합성섬유도 석유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밖에도 스포츠용품, 완구, 주방용품, 합성세제, 합성고무 등 우리의 일상생활 중에서 석유가 들어가지 않은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유는 그 자체로서는 사용하지 못한다.
원유는 여러 물질이 혼합된 것으로 불이 잘 붙지 않아 연료로 쓸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증류, 탈황, 분해 등 정유 과정을 거치게 된다.
석유는 남는 찌꺼기들까지 아스팔트 원료로 쓰고 버릴 게 하나도 없어 현대 인류가 활용하는 가장 핵심적인 천연자원 중 하나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의 대미 석유 의존도는 90%에 가까웠는데 미국이 일본에 수출을 중지하고, 다른 나라를 통해 석유를 공급받을 항로도 봉쇄하고 나니 더 전쟁 수행이 불가능할 위기에 놓여 이판사판 진주만을 공습하게 된 것이다.
진주만 기습은 성공하였지만, 일본은 석유 협상은 커녕 분노한 미국에 의해 처참하게 깨지고 전쟁에서 패배하게 된다.
많은 사람이 ‘석유’ 하면 중동을 생각한다.
죄송하지만, 중동의 유전은 20세기 중반에 개발된 것이고 그 이전에 전 세계에 석유를 공급하던 나라는 다름 아닌 미국과 러시아였다.
미국의 텍사스 유전과 러시아의 바쿠 유전은 20세기 중반 이전까지 전 세계에 석유를 공급해 왔으며 그것을 판 돈으로 두 나라는 20세기 초강대국이 될 수 있었다.
점점 기울어가던 영국이 되살아나고 노르웨이가 복지국가로 잘살게 된 것도 북해의 유전 덕이 크다.
생산 기반 시설이 거의 없는 중동의 여러 나라도 석유를 팔아서 잘살고 있다.
산유 국가에서 국민 복지를 위해 돈을 퍼붓는 것은 일도 아니다.
대항해시대에는 향신료를 얻는 자가 부자가 되었다면, 현대에는 석유를 많이 가진 나라가 부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석유로 인한 국가 간의 분쟁은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진주만 공습부터가 석유로 인해 발생한 전쟁이며 20세기 중반 엄청난 유전들이 발굴된 이후로 중동은 세계의 화약고가 되어 석유를 차지하려는 부족과 나라 간에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가 지구온난화와 대기오염의 주범이다.
이제 조명이든 난방이든 석유를 쓰지 않고 대체가 거의 완료되어 가정에서는 기름 냄새를 맡을 일이 없는데, 내연기관마저 전기자동차 등으로 바뀌면 요즘 태어난 세대는 석유 냄새 자체를 모를 수도 있다.
등유 램프나 석유풍로가 사라진 것처럼 내연기관 자동차와 주유소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는 플라스틱에 뒤덮여 산다.
당장 우리가 입고 있는 옷부터 당신이 쳐다보고 있는 모니터까지 모두 플라스틱이 포함되어 있다.
플라스틱이 안 들어가는 것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다.
플라스틱을 많이 쓰게 된 것은 산업이 발달하면서 석유를 대량정제하게 되어 나프타라는 폐기물이 대량으로 남아 과학자들이 이 나프타를 재활용해서 섬유로 가공했고 이게 모든 플라스틱의 시작이었다.
기본적으로 석유 폐기물로 만들기 때문에 가격이 쌀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플라스틱 섬유를 이용하다 보니 목화의 수요량이 많이 감소해서 미국 남부 전역을 뒤덮고 있던 목화밭이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당연히 그 폐기물인 목화씨 기름의 생산도 크게 줄어들어서 예전에는 식용 기름, 연료 등 온천지에 면실유를 썼지만, 지금은 목화씨 기름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우리가 흔히 감기, 몸살, 두통에 먹는 아스피린도 석유에서 추출되는 페놀로 만들고 보습제인 바셀린도 석유로 만든다.
의약품 외에도 수술용 장갑, 주사기, 붕대 등도 플라스틱으로 만든다.
위생과 전염 위험 등의 이유로 보통 이런 도구들은 한 번 사용하고 버리기에 엄청나게 많이 쓰는 제품들이다.
오해하기 쉬운데 액화 천연가스 LNG는 석유에서 분리하는 것이 아니고 유전에서 나오는 유전 가스나 가스전으로부터 채취한 가스를 액화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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