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원의 항해일지

뉴질랜드 연가

부에노(조운엽) 2020. 11. 9. 06:16

 

 

뉴질랜드 연가

음악 : 연가(Pokarekare ana), 은희 https://www.youtube.com/watch?v=NVbPgIE27Gw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Pokarekare ana'는 '연가'라는 제목으로 우리가 학생 때 부르거나 들어서 익숙한 노래이다.

우리나라에서 많은 청춘남녀가 아는 이 노래는 뉴질랜드 민요이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와 웰링턴항에 화물을 실으러 간 적이 있다.

오클랜드항 입구에서 파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짐을 싣고 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너울성 파도가 선수로 계속 밀려오는데 살짝 쫄은 기억이 난다.

위치가 남위 40도가량 되는 데다 겨울철이라서 그랬을까.

물론 파도를 뒤에서 받으면 배가 날아갈 수 있는데 어디 파도가 정해놓고 때리나...

정박 중에 시내에 나가니 시장에는 수산물과 키위가 넘쳐났다.

나라 새가 닭만 한 크기의 키위 새라고 하고, 정말 곳곳에 키위가 널려있다.

뉴질랜드 사람을 뜻하는 말이라고도 하던데 외환시장에서 키위는 뉴질랜드 달러를 말하기도 한단다.

요 키위를 파인애플처럼 고기 잴 때 넣으면 육질이 기가 막히게 부드러워진다.

그런 키위를 많이 먹으면 배둘레헴 신사 숙녀분들 내장 지방도 좀 분해되리라 믿는다.

마오리족의 대족장이 배를 타고 낚시를 하던 중 우연히 섬을 봤다.

그의 아내는 뉴질랜드 남섬의 만년설을 멀리서 보고 '저기는 섬이 아니라 구름이에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족장은 그곳에 가 보았고, 그렇게 해서 뉴질랜드를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네덜란드 항해사로 유명한 타스만이 뉴질랜드에 처음 왔을 때 새로운 Zeeland라고 이름을 붙여 New Zealand가 되었다고 한다.

네덜란드 남동부에는 Zeeland라는 주가 있다.

뉴질랜드는 두 개의 큰 섬으로 이루어졌는데 섬의 면적이 의외로 영국보다 조금 더 크다.

오클랜드와 웰링턴이 있는 북섬과 크라이스트처치가 있는 남섬이 있다.

북섬은 대도시들이 많고 남섬은 개발 되지 않은 곳이 많다.

그래 봐야 인구가 500만 명도 안 된다.

북섬은 화산지대가, 남섬은 빙하지형이 많으며 높은 산과 절벽, 호수가 즐비해서 아름다운 곳이 많다.

그래서 북섬은 '불의 섬', 남섬은 '얼음의 섬'이라 불린다.

북섬보다는 남섬 쪽에 멋진 곳이 많다.

알프스를 연상시키는 만년설이 뒤덮인 설산과 깊이 팬 피오르, 거대한 협곡, 아름답고 깨끗한 호수 등 절경이 널려있다.

헬리콥터를 타고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스키를 타고 내려올 수도 있다.

옆 나라 호주보다 정치 사범들이 많이 들어왔고, 원주민인 마오리족과 잘 사귀었다.

이 나라는 국민 사이에 평등정신이 강하며 사회적, 경제적으로 계급을 나누면 싫어한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양로연금 제도를 실시하였다.

완전고용과 실업수당 제도, 무상 의료, 대학까지 무상 교육제도 등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있다.

스웨덴, 노르웨이에 이어 세계 3대 복지국가 중 하나라고 한다.

지금은 복지시스템을 더 발전시켜 일하면서 복지 혜택을 받도록 유도하고 있단다.

남반구라 우리나라와 계절은 반대이다.

지형이 복잡하고 높은 산맥이 있어 그리 크지 않은 땅인데도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알래스카, 칠레와 함께 빙하와 온대우림이 함께 있는 곳이다.

비가 올 땐 어마무시하게 오기도 하고 아직 화산활동을 하여 인명 피해가 나기도 한다.

여름엔 우리나라보다 시원하고 겨울엔 덜 춥다고 하나 우루과이처럼 겨울 새벽에 무릎 시린 건 못 말린다.

우리나라처럼 온돌 난방 같은 게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뉴질랜드는 다른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이라 당연히 생태계가 독특하다.

사람이 이주해 와서 살기 전까지는 고래, 물개, 박쥐 같은 것 말고 포유류가 단 한 종도 없었다고 한다.

지금 뉴질랜드에 사는 육상 포유류는 전부 사람과 같이 들어와 살 게 된 것이란다.

키위 새, 모아 등 날지 못하는 육지 새 종류가 많다.

그리고 산 양을 덮쳐서 콩팥을 꺼내먹는 매처럼 보이는 케아라는 앵무새도 있다고 한다.

지능이 뛰어나 먹이를 얻기 위해서 물건을 밀거나 당길 줄 알며 도구도 사용하고 서로 협력할 줄도 안다.

동물학자들은 케아 앵무새가 확률과 통계를 이해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뉴질랜드에 사는 대형 야행성 앵무새 카카포는 올빼미앵무새라고도 하며 서식지에 오랫동안 포식자가 없고 먹이도 풍부했기에 몸집이 크고 날지 못한다.

다리 근육이 잘 발달하여 도둑놈 발처럼 크고 튼튼하다.

방어 수단이라고는 벌 서는 넘마냥 제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밖에 없었기에 사람과 개나 고양이 등에 잡아먹혀 50여 마리까지 준 멸종 위기 동물이다.

뉴질랜드 학자들이 엄청난 노력으로 보호하고 알을 바꿔치기해서 부화시키는 등 개체 수를 늘리고 있단다.

수명이 아주 길어 120살까지도 산다고 한다.

가히 현세에 강림하신 십장생 과이시다.

크긴 하지만 앵무새 특유의 귀여운 얼굴로 사람을 겁내지 않고 잘 따르는 영리함도 있단다.

다른 앵무새와는 달리 잘 걷기 때문에 마당에서 닭이나 거위처럼 풀어놓고 기를 수 있다.

게다가 무지막지한 수명 때문에 사고사나 병사로 죽지 않으면 대를 이어서 길러야 하는 반려조가 될 수 있다.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하며 화산과 지진이 잦다.

크라이스트 처치에 지진이 일어나 수백 명이 사망, 실종하고 북섬 근처 화이트섬에서 화산이 폭발하여 수십 명이 사라졌다.

서울 면적보다 큰 타우포 호수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거대 화산 호수이다.

밤에 보면 별이 쏟아질 것 같고 안드로메다 은하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

우리 카페 타우포 교수님이 여기에 꽂혀 아이디를 그렇게 지으신 모양이다.

인구는 적지만 스포츠에 재능이 뛰어나다.

어디 가나 널려있는 푸른 잔디, 거친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강인하며 전투적인 마오리족의 DNA가 섞여서 그런 것 아닌가 싶다.

럭비는 남녀 공히 단연 세계 최강이다.

미국이 독무대인 170년 전통의 아메리카컵 세계 요트 경기에서는 수억 인구 미국의 최대 강적이라고 한다.

호주나 뉴질랜드는 서양인들이 들어와 사는 나라라 우리가 보기엔 미국, 유럽이나 비슷하게 느껴진다.

뉴질랜드 사람은 생각이 자유분방해 벌거벗고 조깅하는 것을 합법화한다든지, 개가 멍청하지 않다고 운전을 가르치는 등 웃기는 짬뽕 같은 짓을 하기도 한다.

하늘과 바다, 별과 산 그리고 양밖에 없는 것 같은 뉴질랜드에서 때로는 옛날 연애할 때를 생각하며 멍 때리기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