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항해하는 유조선
자원 천국 호주
한국 해기사들의 동정과 해운 소식을 전하는 한국 해기사협회의 월간 해기지 표지 모델은 주로 항구에 정박하거나 항해 중인 각 선사의 배 사진이다.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를 배경으로 찍은 배 사진이 종종 표지 모델로 나와 마도로스의 꿈을 자극한다.
호주 북동부 그루트 아일런트항에 철광석을 실으러 갔다.
호주는 자연의 복을 받은 나라로 어마어마한 광석과 곡물을 수출한다.
한국, 일본, 중국을 비롯하여 세계 여러 나라 화물선이 수십 년 동안 끊임없이 실어 가도 마르지 않는 샘물같이 계속 나온다.
연안 바다에는 물 반 고기 반인지 물고기 떼가 바글바글해 바닷물 색깔이 검푸르게 변한 것이 눈에 보인다.
얼마나 고기가 많아서 저럴까.
어선이 그물을 치면 잠깐이면 한 배 채우고도 남을 거 같다.
접안하고 부두 옆에서 낚시하니 팔뚝보다 굵은 고기가 계속 잡힌다.
정말 복 받은 나라 맞네.
현지인이 상어 낚시하는 것을 지켜봤다.
어른 크기만 한 상어가 커다란 갈고리와 와이어로 만든 낚시에 잡혀 이빨이 부서지도록 몸부림치며 올라온다.
옆에 서 있다가 꼬리에라도 맞으면 다칠라.
입만 도려내고 나머지는 바다에 도로 던져버린다.
기념품으로 만들어 파는 모양이다.
에구, 바다거북이 박제나 저런 건 그냥 줘도 난 안 가져가겠구먼...
오스트레일리아는 라틴어로 남쪽을 의미하는 'Australis'에서 나왔다.
유럽의 오스트리아와 헷갈릴 수 있다.
오스트리아는 라틴어로 '동쪽의 나라'라는 뜻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부인인 프란체스카 여사는 그냥 호주댁이라 불렀다.
한국전쟁 때 호주군을 포함한 연합군 전투기들을 보고 사람들은 '사위 나라 구해주러 뱅기까지 보내줬네.'라고 했단다.
정작 진짜 장인 나라인 오스트리아는 2차 대전 후 미영불소 네 나라에 점령되어 남 도와줄 형편이 전혀 못 됐고 나중에 영세중립국으로 갔다.
어마어마한 땅덩어리에 비해 인구는 삼천만 명도 되지 않고 노는 땅이 엄청나게 많아 정말 널널하다.
이민을 계속 받아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고 여러 인종이 섞여 사는 다인종 다문화 국가이다.
대부분 시드니, 멜버른 등 대도시에 몰려 산다.
호주는 오랜 세월 고립되어 코알라나 캥거루, 오리너구리, 에뮤 등 이곳 아니면 볼 수 없는 동물들이 많다.
갈라파고스 제도와 같이 자연 생태계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18세기 말에 대영제국은 죄수를 데려다 서쪽으로 개척해 나갔다.
그때 죄수는 흉악범도 있었겠지만 빵 쪼가리 몇 개, 페니 몇 닢 훔쳐도 재수 없으면 잡혀가던 시절이었다.
애버리지니라고 불리는 원주민들과 마찰이 많았으며 전쟁과 전염병으로 원주민이 전멸했다.
당시 원주민 인구는 백만 명이 넘었으나 1920년대에는 수만 명으로 줄었다.
1850년대의 골드러시에 일확천금하려는 사람이 많이 몰려왔다.
호주는 넓은 땅에 풍화와 침식이 활발하게 일어나 금광이 널려있었다.
이런 노천 금광 하나만 찾으면 금을 갈고리로 긁어모아 자루에 주워 담아 떼돈을 벌었다.
또한 남부 애들레이드 등지의 따뜻한 기후에서 곡물과 포도가 잘 되어 농사지으러 온 이민자도 많았다.
남반구라 여름과 겨울이 우리나라와 반대이다.
아시아, 태평양에서 들어오는 이민자가 늘자 호주 백인 노동자들은 주 정부에 이민을 막아달라고 요구한다.
이에 호주에서는 이민자들이 마구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해서 하나의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생겼다.
그전까지는 각 주가 따로 놀았다.
그래서 호주 연방이라는 나라가 생기게 되었다.
호주 연방 정부가 들어서고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이민자를 막는 것이었다.
인구의 80% 이상이 백인으로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과 함께 한동안 인종차별을 국가 차원에서 방조했다는 흑역사를 가지고 있다.
영국계 백인들이 절대다수인 나라라 백인 호주 주의로 유색인 이민자를 박해했다.
20세기 후반까지도 원주민에 대한 차별이 심했다.
백호주의로 대표되는 호주의 이민 규제 정책은 1970년대에 무효가 되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전 세계의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교민은 베트남 패망 후 월남에서 탈출한 한인들이 호주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2008년에 들어서 총리가 공식으로 사과하였다.
이렇게 감추고 싶은 흑역사를 인정하고 학교 등지에서 제대로 가르치는 것은 좋은 일이나 아직 처우 개선은 부족하단다.
호주 영어는 호주 사투리가 강하며 동부 쪽의 젊은 층은 미국식 영어를 섞어서 쓴다고 한다.
소를 어마어마하게 방목하여 키우는 나라답게 소고기 천국이기도 하다.
여기에선 귀한 돼지고기가, 널린 소고기보다 값이 비싸다.
호주 바다에 많이 사는 파란고리문어는 복어와 같은 맹독이 있어 아주 위험하다.
호기심에 파란고리문어를 잡거나 공격받는다든지, 해안가를 걷다가 파란고리문어를 밟아서 돌아가실 수도 있다.
파란고리문어는 작고 평상시엔 보호색으로 위장하여 잘 안 보인다.
그 문어가 공격받거나 위협을 느끼면, 위장을 풀고 노란 배경색에 파란 고리가 있는 원색을 드러낸다.
동물의 이런 색 변화는 적을 놀라게 해 도망가게 만들거나 '나 승질 드러우니 건들지 마셔.'라는 경고란다.
하지만, 인간에겐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하게 된다.
지구 온난화로 이제 우리나라 해안에서도 종종 보인다.
이젠 한국에서도 재수 옴 붙으면 파란고리문어 독에 돌아가실 수도 있으니, 바다에서 잘 모르는 생물을 함부로 만지거나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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