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섬 중 하나인 하트 섬의 볼트 성
섬 이야기 두 번째, 천 섬
외항선을 처음 타고 한겨울에 거친 태평양을 건너 캐나다 밴쿠버에 갔다.
우물 안 개구리로 살다가 난생처음 비행기도 타보고 큰 배를 타고 망망대해에서 항해했다.
멀미 좀 하다가 북미 대륙에 도착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미는 잊어버렸다.
그 후로 아무리 파도가 쳐도 멀미를 한 적이 없으니 타고난 배 체질인 모양이다.
그런데 밴쿠버 입구에 있는 밴쿠버 아일랜드가 좀 멋있나?
울창한 침엽수림에 그림 같은 집들이 어울려 있는 아름다운 경치에 공기, 바다뿐만 아니라 모든 게 깨끗하게 느껴졌다.
밴쿠버섬은 태평양 북동부에 있으며,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일부이다.
밴쿠버섬 아래쪽에 있는 빅토리아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주도이다.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을 딴 이 도시는 19세기에 영국인이 정착하면서 북서 태평양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다.
정원 도시로 알려진 빅토리아는 험준한 해안선과 해변으로 경치가 좋아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
은퇴자들은 이 지역의 아름답고 따뜻한 날씨를 즐기러 많이 온다.
밴쿠버 비시항에 입출항할 때 파일럿이 이곳에서 타고 내린다.
캐나다 동부의 작은 항구에 곡물을 실으러 간 적이 있는데 아쉽게도 천 섬 들어가기 전 입구였다.
캐나다 Thousand Islands는 오대호 중 하나인 온타리오호 끝에서 세인트로렌스강 하류에 약 80km에 걸쳐있는 1,800개 이상의 섬이다.
강과 섬 사이에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선이 지도상 그려져 있으며 캐나다 쪽의 섬은 온타리오주, 미국 쪽의 섬은 뉴욕주에 속한다.
섬마다 울창한 나무와 아름다운 집이 들어서 있다.
천 섬의 명소로 하트 섬에 있는 볼트 성에 재미있는 실화가 있다.
비바람 치는 어느 날 밤에 노부부가 호텔에 묵으러 왔다.
하지만 호텔에는 빈 객실이 없었다.
저녁 늦게 이 도시에 도착한 노부부는 찾아가는 호텔마다 만원이었다.
마지막으로 찾아온 이 호텔도 객실이 없다는 말에 직원에게 애원했다.
"여기도 방이 없으면 우린 한데서 날을 지내야 해요."
직원은 노부부를 그냥 보낼 수 없어 자기 방을 내주었다.
그렇게 해서 노부부는 그 직원의 허름한 방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 날 노부부는 직원에게 물었다.
"젊은이, 당신에게는 어떤 희망이 있소?"
직원은 대답했다.
"제가 호텔에서 일하다 보니 호텔 하나 운영하는 게 꿈입니다."
며칠 후 그 직원에게 편지가 한 통 왔다.
그를 초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여행 경비로 수표도 들어 있었다.
편지에 적힌 주소로 찾아가 보니 아담한 호텔이었고 노부부가 반갑게 맞이했다.
"지금부터 우리 호텔에서 일해 보지 않겠나? 자네가 착하고 성실하여 우리 부부가 상의하여 그대를 부르기로 했다네.”
청년은 그 제안을 받아들여 그 호텔에서 열심히 일하였고 호텔은 날로 번창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노부부의 어여쁜 딸과 사랑에 빠져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게 되었다.
우씨, 조친절 영감에겐 평생 이런 편지 한 번 안 오나...
이 청년이 바로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체인을 만든 조지 볼트이시다.
엄청난 부와 명예를 쌓은 그에게 예기치 않은 불행이 찾아왔다.
다름 아니라 사랑하는 아내가 불치병에 걸린 것이다.
운명의 여신은 꼭 이럴 때 소설처럼 나타나는가 보다.
마음 아파하던 그는 세인트로렌스강 중간의 천 섬 중에서 아름다운 하트 섬을 사서 중세식 성을 짓기 시작하였다.
공기 좋고 아름다운 그곳에서 요양하면 아내의 병세도 좋아질 거라는 생각에서...
독일 출신인 볼트는 라인강변의 아름다운 고성을 떠올리며 성을 건축했다고 한다.
아내의 생일에 성을 선물하려고 부지런히 짓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아내는 성이 다 지어지는 걸 보지 못하고 41세에 돌아가시게 되었다.
낙담한 그는 공사를 멈추고 그 섬을 떠나 다시는 오지 않았다.
하트 섬에 조지 볼트가 짓던 성은 그 애틋한 사랑의 이야기로 전설이 됐다.
6층 건물에 120개의 방이 있는 볼트 성은 천 섬 중에서도 가장 크고 아름다운 성으로 그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정성이 보인다.
천 섬 브리지 당국은 하트 섬과 인근 요트 하우스를 1달러에 인수하였다.
후대를 위해 70여 년간 묵혀있던 볼트 성을 처음 상태로 복원, 보수하였다.
스테인드글라스 돔, 대리석 바닥, 웅장한 계단, 1, 2층에 있는 모든 객실이 복원되고 가구가 비치되었다.
성과 주변 구조물의 보수 작업에 모두 5천만 달러 이상이 들었다고 한다.
일반인이 유료로 볼 수 있다.
보트를 가진 방문객은 하트 섬에 무료로 정박할 수 있다.
외국인이 하트 섬에 들어가려면 미국 비자가 필요하다.
유명한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은 세인트로렌스강에 있는 천 섬에서 유래하였고 지역에 따라 여러 가지 레시피가 있다.
6개월마다 국적이 바뀌는 섬이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에 있는 꿩섬 이야기이다.
꿩섬은 3,000㎡ 크기의 작은 무인도이다.
한쪽으로는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혼다 리비아 마을을, 반대쪽으로는 프랑스 남서부의 앙다이와 마주한다.
두 나라 사이에 낀 이 섬은 두 나라가 공동으로 소유하는 영토이다.
프랑스와 스페인이 360년 전부터 매년 6개월씩 돌아가며 섬을 소유, 관리한다.
17세기 스페인과 프랑스는 30년간 이어온 전쟁을 끝내기 위해 양국 국경 사이에 있는 꿩섬에서 평화협상을 했다.
양국은 꿩섬을 평화와 협력을 상징하는 중립적인 땅으로 선언하고 6개월마다 소유권을 주고받기로 했다.
이 섬이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를 왔다 갔다 한 것만 700번이 넘는다.
프랑스 앙다이 시의회는 6개월에 한 번씩 직원들을 보내 잔디를 깎고 나무를 다듬으며 섬을 단장했다.
스페인 경찰은 종종 섬으로 들어오는 불법 야영객들을 쫓아낸다.
평화로운 이 섬의 가장 큰 위험은 기후변화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피레네산맥의 만년설이 녹아내려 섬을 침식했다.
양국의 공동소유가 된 후 이 섬의 크기는 반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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