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이야기 여섯 번째, 빨간 머리 아일랜드 여인​

 

 

빨간 머리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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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이야기 여섯 번째, 빨간 머리 아일랜드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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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Danny boy https://www.youtube.com/watch?v=p5C6tQV05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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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회색빛 공업 도시 리버풀항에 곡물을 풀어주러 갔을 때 아이리시해를 거쳐 갔다.

좌현 쪽에는 에이레라고 부르던 큰 섬이 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영국에 처음 가보는 거라 마음은 들떠있었고 또 에이레에 대한 궁금증이 한 쪽에 있었다.

에이레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게 몇 가지가 있는데 남북처럼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로 나누어져 있다.

영국의 속국인 북아일랜드는 지금도 독립하려고 폭력과 유혈 사태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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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 어느 섬나라인가 해변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다 옆자리의 영국인 젊은이들과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다.

영국인의 정확한 잉글리쉬 발음에 놀라고, 아일랜드 출신이라는 빨간 머리 아가씨에게 반해 힐끗힐끗 쳐다보다가 게 눈이 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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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나라 중 하나로 우리 조상 보다 수십 배는 더 험한 인고의 세월을 거쳐 살아남은 자들의 나라이다.

인류 역사상 유대인 다음으로 고난을 겪은 민족이라고 한다.

우리는 일제의 식민 통치를 36년 동안 받았는데 아일랜드는 근 팔백여 년이나 영국의 지배를 받으며 가난과 핍박 속에 살아왔다.

특히 그들의 주식인 감자에 잎이 마르는 병으로 칠 년 동안 지속한 대기근으로 대영제국의 방치 아래 백만 명 이상이 굶어 죽었다.

고기와 밀이 나왔지만, 영국이 다 가져갔다고 한다.

지금 인구도 몇백만 되지 않는데 그 당시 인구 반 이상이 먹을 게 없어서 죽은 기구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래서 많은 아일랜드인이 먹고살려고 자기 나라를 떠났다.

이때 사랑하는 가족, 친지, 연인들과 헤어질 때 불렀던 '대니 보이'가 그들이 즐겨 부르는 국민 노래이다.

이민 간 나라에서도 천대받기는 매한가지였단다.

흑인 앞 군번으로 생각하면 된다.

지금은 아일랜드계 미국인이 삼천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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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국민의 대다수인 켈트족은 바다와 호수, 산과 강으로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을 벗 삼아 우리 조상만큼이나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며, 춤추고 노래하는 삶을 즐기는 유유자적한 민족이다.

펍에 둘러앉아 기네스 맥주를 마시면서 설 풀기를 좋아하는 순진하고 정겨운 사람들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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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제 일어나 이니스프리 호수로 가리라, 이니스프리로 가리라.

거기서 진흙과 가지로 작은 집을 지으리라.

거기에 아홉 개의 콩 줄기와 꿀벌 집을 지으리라.

그리고 벌이 윙윙대는 숲에서 혼자 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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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학창 시절 읊조리거나 귀동냥으로 들었던 이 시를 대부분 기억할 것이다.

아일랜드의 시인 예이츠가 어린 시절 뛰놀던 '길 호수'에 있는 이니스프리섬을 그리며 쓴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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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로마인, 게르만족 등에 밀려난 켈트족이 마지막까지 버틴 지역이 아일랜드이다.

아일랜드의 정식 명칭은 빛의 여신 에일린의 이름을 딴 에이레이고 영어로는 Ireland라고 한다.

아일랜드인은 유럽 사람들에 비하여 흰 피부에 머리색이 검은 편이지만, 금발과 빨간 머리를 가진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미인이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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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에서 핼러윈이 생겼다.

핼러윈은 오래전부터 켈트족의 축제였다.

백야가 끝나고 극야로 갈 때 모닥불을 피우고 일 년의 수확을 축하하였다.

고대 켈트인들은 죽은 사람의 영혼과 함께 짓궂은 요정, 악령들이 지구로 돌아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켈트족은 이런 반갑지 않은 존재로부터 위장하기 위해 마스크를 썼고 '영혼 케이크'라고 알려진 음식을 구걸하고 죽은 사람을 위해 기도를 올렸다.

핼러윈의 전통은 아일랜드인들이 먹고살기 힘들었던 19세기 대기근에 이민 간 미국에 전파되었고,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바뀌었다.

예를 들어 아일랜드 이민자들은 미국에서 순무를 찾기 어려워 대신 호박을 조각해서 썼다.

아일랜드 이민자의 핼러윈 전통은 이제 전 세계인의 축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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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인들은 가톨릭을 믿고, 성공회를 믿는 잉글랜드인, 장로회의 스코틀랜드계 켈트인과의 갈등이 심했다.

아일랜드에서 영국인들의 성공회 포교는 강압에 폭력적이었다.

일부 성공회 성직자들과 신자들이 대기근으로 굶주린 아일랜드인에게 성공회 개종을 강요하며, 개종하지 않으면 죽게 내버려 두었다고 한다.

가톨릭교도들의 정치 참여는 금지했으며, 영국 성공회가 아닌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은 전부 탄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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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인들은 독립하려는 의지가 강해 19세기부터 수많은 무장봉기를 했으나 번번이 진압되었다.

아일랜드 공화국군, IRA가 조직되었으나 영국군과 싸우기에는 쪽수가 적어 영국의 공공 기관을 공격하고 후퇴하는 식의 게릴라 전술을 사용했다.

이에 영국군의 보복으로 아일랜드 민간인이 피해를 보면 IRA는 더 강경한 테러를 하게 되고 다시 영국군이 진압하는 등 폭력이 끝없이 이어졌다.

마침내 1937년 공식적인 국명을 에이레, 영어로는 아일랜드로 바꾼 뒤 더는 영연방에 속하지 않는다는 신헌법을 선포하고 독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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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는 물고기를 잡아먹고 목축업과 농업으로만 살아왔다.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을 때나 독립한 후에도 아일랜드는 유럽에서 가난한 편이었다.

그러다 1980년대부터 적극적인 외국 자본 유치와 금융업을 활성화해 경제가 급성장하여 영국보다 더 잘 사는 나라가 됐다.

구글, 애플, 트위터, 마이크로소프트 등 IT기업은 물론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회사의 유럽 본사가 아일랜드에 있다.

낮은 법인세율과 조세 회피처로 유럽 기업들이 애호하는 투자처이다.

높은 경제 성장, 낮은 실업률과 정치적 자유 등이 연착륙된 안정된 나라이기 때문에 이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유럽의 최빈국에서 불과 일이십여 년 만에 고도성장을 하여 완전 고용을 하며 일 인당 국민소득이 칠만 달러가 넘는 기적의 나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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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란트라고도 부르는 북유럽의 섬나라인 아이슬란드는 말 그대로 얼음 땅이다.

남한 크기만 하고 아일랜드와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

처음 섬을 탐험한 때에 온화한 서부가 아니라 빙하로 덮인 동부 내륙 지역을 먼저 발견하고는 얼음뿐이라고 착각해서 얼음의 땅으로 붙였다는 설이 있다.

또 다른 설로는 온화한 지역임을 알면서도 일부러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게 하려고 얼음투성이인 그린란드와 뒤바뀐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린란드도 처음 발견했을 때 약간의 초원이 있는 해안가를 먼저 발견했기 때문에 그리되었다는 설도 있다.

아이슬란드 해역은 아일랜드와 함께 대구 어장으로 유명하다.

일 년 내내 서늘한 기후 탓인지 지구에서 뉴질랜드, 아일랜드와 함께 영토 내에 뱀이 한 마리도 살지 않는 몇 안 되는 국가이다.

빙하기에 뱀들이 다 죽고 다시 들어오지 않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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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스코틀랜드와 노르웨이 사이에 피의 범고래사냥으로 유명한 페로제도가 있다.

노르웨이와 덴마크가 지배하다가 지금은 덴마크령으로 남았다.

페로제도는 18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땅이 매우 척박하여 초원은 있지만, 나무는 한 그루도 없다고 한다.

20세기 이후 고래가 줄면서 포경 규제가 시작되었을 때 이들에게만큼은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

이들이 잡는 고래는 오로지 주민들이 먹기 위해서 잡으며 시장에서 팔지도 않는다.

한 해 잡는 고래가 천 마리가 넘지 않으며 개체 수에도 별 영향이 없어서라고 한다.

페로 제도의 육류 공급량 중 30%가 직접 잡은 고래 고기이고 고래사냥을 하지 않을 경우 그만큼의 식량을 다른 곳에서 더 구해와야 한다.

그런데 페로제도에서 잡히는 고래고기는 중금속에 심하게 오염되어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과 캐나다 등의 국가들이 백 년 이상 퍼부어댄 산업폐수와 쓰레기로 북대서양이 상당히 오염되어 있기 때문이다.

페로 제도의 수석 의료관이 고래 식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발표할 정도였으며, 페로 제도의 주민 상당수가 고래고기를 먹고 수은 중독으로 앓고 있거나 사망했다고 한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알레르기 환자가 많이 있다.

건강을 생각하자면 고래잡이를 당장 중단해야 하지만, 문제는 그럼 대신 뭘 먹고 사느냐 하는 딜레마가 있다.

이 섬은 아이슬란드보다도 농사를 짓기에 좋지 않은 기후이고, 소와 양을 기르기는 하지만 얼마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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