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보이지 창간호의 표지 모델 메릴린 먼로
메릴린 먼로와 플레이보이의 전설
배를 타고 많이 들어가는 나라는 경제 대국 미국, 중국 등이다.
자원이 풍부한 캐나다는 태평양으로 나가는 수출 화물이 엄청나고, 일본 또한 수출입 화물량이 세계 최상위권이라 자주 들어가게 된다.
엄청나게 크고 넓은, 예전에 양쯔강이라고 하던 장강을 거슬러 올라가 상하이 블루스로 유명한 다리 옆을 한참 지나 작은 부두에 배가 들어간 적이 있다.
고층 건물이 즐비한 시내와 달리 한적한 어촌 같은 곳이라 사람들이 순박하게 느껴졌고 음식값도 쌌다.
일과 끝나고, 저녁이면 허름한 동네 식당에 가서 칭챠오샤연, 칭조루핀 같은 새우, 돼지고기 야채 볶음을 시켜 중국 술 피주나 빼주를 마셨다.
가격이 착해 이것저것 시켜 먹다 보니 큰 병어를 요리한 창위라는 음식이 담백하고 맛있어 지금도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또, 미꾸라지처럼 생겼는데 장어만큼 큰 민물고기가 정력에 좋다고 뻥을 쳐서 종종 시켜 먹었다.
정력은 개뿔, 그냥 단백질이지...
차이나 레스토랑 요리와는 격이 다른 그냥 먹기 편한 상하이 촌 동네 로컬 음식들이다.
당시 외국인이 환전해 쓰는 와이후이라는 돈이 현지인이 쓰는 인민피보다 환율이 높고 그들이 외제 물건 살 때 필요하다고 해 그저 마도로스들이 먹고 노는 데는 따봉이었다.
시계가 천천히 돌아가는 듯한 촌에서 세월아 네월아 하역이 늦어지니 배에 주부식이 떨어져 간다.
동네 작은 시장에서 쌀과 채소를 사 오고, 마늘종 담은 항아리나 수박 장수 손수레를 통째로 끌고 오기도 했다.
동네 촌장에게 웃돈 주고 물소나 돼지 한 마리 잡아 오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래도 현지 가격은 정말 쌌다.
한국 선식이 없는 곳에서 그렇게 찔끔찔끔 사서 될 일이 아니라 조리장이 대리점 직원과 같이 현지 선식에 갔다.
냉동고기 박스를 보니 한자 약어만 쓰여 있고 말은 안 통해 뜯어 보니까 소고기 같은데 엄청나게 싸서 선원들 소불고기 자주 해주려고 왕창 실었다.
그런데 소불고기 맛이 좀 이상한 거다.
중국 물소고기도 별로였는데 이건 더 아니었다.
그거이 고기 색깔이 분홍빛인데 알고 보니 토끼고기(兔肉)였다.
배에서 일주일 점심 주메뉴가 월요일부터 소 돼지 닭, 소 돼지 닭, 일요일에는 회나 생선 그렇게 돌아가는데 졸지에 토끼, 돼지, 닭으로 살 게 된 것이다.
그러니 그때 생각만 하면 지금도 속에서 니글니글하고 토끼풀 냄새가 나는 것 같다.
토끼는 세계 어디 가나 널려있어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토끼고기는 기름기가 거의 없는 순수한 단백질 덩어리라 그런대로 먹을 만 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토끼고기는 산토끼가 아니고 주로 집토끼를 키워서 잡아 판다.
우리나라와 달리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정육점에서 토끼고기를 판다.
전 세계에서 한 해 수십억 마리의 토끼가 도축되어 닭, 오리 다음으로 많이 먹는다고 한다.
레시피도 많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요리해 먹는다.
스페인의 유명한 요리 빠에야도 원조 발렌시아식은 해물이 아닌 토끼고기와 달팽이로 요리한 토끼탕+밥인데, 발렌시아가 산간지방이기 때문이란다.
북미의 경우 유럽만큼 흔하게 먹진 않지만, 유럽과 가깝고 역사도 긴 동부에서 많이 먹는다고 한다.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에선 풀만 잘 먹이면 크는 데다 번식력이 좋고, 가죽을 팔 수 있는 토끼가 중요한 가축이라고 한다.
학교에서 학생이 의무적으로 몇 마리 이상 키우라 지도하고 토끼탕이 아쉬운 대로 중요한 보양식으로 대접받고 있단다.
토끼전 등 각종 우화에서 교활한 동물로 출연해 호랑이나 늑대 등을 놀리는 역을 맡았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에서도 교만한 모습으로 나와, 죽었다 깨도 질 수 없는 거북이와의 시합에서 지는 역을 했다.
한국, 일본, 중국을 비롯해 인도에까지 달에는 토끼가 산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특히 한국과 중국에선 계수나무 밑에서 떡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의 모습이 많은 문헌과 그림에 남아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어렸을 때 많이 부르던 윤극영이 작사, 작곡한 반달이라는 동요이다.
긴 귀와 짧은 꼬리에 앞다리보다 긴 뒷다리를 써서 귀엽게 깡충깡충 뛰어다닌다.
입과 코는 작으며, 입 모양이 'ㅅ' 자를 뒤집어놓은 모양이다.
눈은 검은색이나 갈색, 푸른색 등이 있고 알비노 개체의 경우 붉은 눈이다.
교미 시간이 아주 짧아 이삼 초면 끝나 조루의 대표라고 말한다.
토끼는 먹이사슬 중 가장 아랫급이기에 짝짓기 과정에서 포식자의 위협을 많이 받는다.
덕분에 자연히 시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고...
천적의 위협이 없는 환경에서 발정한 토끼는 거의 섹스의 화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광적으로 성행위에 집착한다나.
하루에 20시간 이상 교미하는 정력 토끼가 1년에 4,500마리 이상의 새끼를 만들어 기네스북에 올랐다고 한다.
영국인이 호주에 토끼를 풀어 어마어마하게 번식하여 생태계에 큰 문제가 생겼다.
호주 정부는 토끼 수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썼다.
대공황 때는 요긴한 식량이 되었고, 세계대전 중에는 이놈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서 군용 통조림을 만들어 보냈다.
그래도 토끼는 줄지 않아, 결국 열 받은 호주 당국에선 군대까지 동원해 토끼굴에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리고 독약까지 썼으나 이미 개체 수가 수십억 단위를 넘어섰다고 한다.
호주에 여행 간 사람이 갈색 풀밭이 꾸물꾸물 움직이는 걸 보고, 뭔가 했더니 광활한 풀밭 전체가 토끼였다는 도시 전설도 있다.
예전에 우리나라 농촌에서도 주로 겨울철 농한기에 산토끼를 잡아 영양 보충을 했다.
동네 어른들이 몰아서 잡거나 올무 등을 이용했다.
토끼는 달리는 속도도 빠르고 방향 전환도 잘하는 아주 잽싼 동물이다.
군대에서 산악 유격 훈련 받을 때 병사 무리 속에 산토끼 한 마리가 들어와 '토끼다!'라고 잡으려고 모두 달려들었는데 얼마나 빠른지 금방 토꼈다.
몰이 사냥을 할 때는 토끼가 내리막에 약한 점을 이용해 산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몬다.
옆으로 빠질 길을 막으면서 아래쪽으로 몰면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다.
또, 토끼가 지나갈 만한 길목에 올무나 덫을 설치하기도 했다.
이렇게 잡은 토끼는 고기양은 적은 데 입은 많으니 채소 듬뿍 넣고 물을 잔뜩 부어 탕으로 끓여 국물을 안주 삼아 먹곤 했다.
올무 이야기가 나오니 글쓴이가 군에 복무할 때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군사령부 영내에 있는 이백 고지에서 보초를 서는데 날씬한 산토끼가 종종 눈앞에서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게 보였다.
당시 숟가락 놓고 돌아서면 배고플 때라 저것을 어떻게 일용할 양식으로 만들까 입맛 다시며 궁리했다.
그래서 군대 전화선인 낡은 삐삐 선을 주어다가 올가미를 만들어 초소 근처에 토끼 발자국이 있는 철조망 밑에 여러 개를 놓았다.
토끼, 고양이 같은 짐승은 올무에 걸려도 뒷걸음치는 일이 없고 오로지 전진뿐이다.
새벽 점호가 끝나고 밥 먹기 전에 올무 놓은 곳에 부리나케 뛰어 올라가니 과연 밤새 토끼가 몇 마리씩 걸려있는 게 아닌가.
오매~ 오매~ 신나는 거.
그런데 그걸 일용할 양식으로 만들려는데 칼이나 냄비, 양념이 변변한 게 있나.
연필 깎는 작은 칼로 껍질을 벗기고 살점을 대충 잘라 큰 물 주전자에 고추장과 소금만 넣고 푹푹 끓였다.
군대 고추장이란 게 빨간 것이 아니고 누런 색깔에 매운맛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그런 것이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우리 배고파 부대원들은 토끼탕의 뜨거운 국물로 춥고 긴 겨울 군대 생활을 나름 행복하게 지냈는데...
좋은 일도 다 일장춘몽이라고 군대에서 매주 있는 내무사열 때 기어코 사달이 벌어지게 되었다.
산토끼를 해체하던 발전기 창고 구석에서 중대 인사계 선임하사가 문제의 토끼털 몇 가닥을 본 것이었다.
그 선임하사는 그곳에서만 이십여 년 넘게 근무한 부대의 산증인이었다.
자기들도 예전 추운 겨울에 그 이백 고지며 일팔사 고지에서 노루와 토끼를 잡아먹었다고 종종 무용담을 늘어놓았던 분이다.
그런데 추억의 토끼 맛도 못 본채 눈앞에 털만 보였으니 열 받아서 '이 자식들 봐라' 하더니 전 중대원을 완전 군장시켜서 연병장 뺑뺑이를 돌리는 것이었다.
자~ 내일모레 제대할 선임까지 같이 뺑뺑이를 도니 열 받은 성질 고약한 고참 입에서 쌍시옷 소리가 튀어나오고 중고참들은 안절부절못하고 뛰고 있었다.
젠장 드실 때는 좋다고 처자시더니 이깟 체력 단련하는 걸 고깝게 생각하다니...
결자해지라고 원인 제공한 조 일병이 안 되는 머리로 사태를 수습해야 할 판이었다.
숨을 헐떡이며 뺑뺑이를 돌다가 내무반장에게 인사계를 만나서 해결하고 오겠다고 말하니 고개를 끄떡였다.
구보 대열에서 빠져나와 대대장 관사 부근의 초소에서 초병이나 순찰자가 잘 안 다니는 후미진 곳 나무 높이 숨겨놓은 토끼 몇 마리를 가지고 나오다가 지나가는 대대장 차와 딱 마주쳤다.
상상해보라.
판초 우의를 입은 완전 군장에 철모 쓰고, M16 소총을 메고 게다가 어깨 위에 토끼 몇 마리를 걸치고 땀이 범벅된 안경쟁이 군인 아저씨의 얼빠진 듯한 모습을...
영락없는 맹구 포수 아닌가.
그 상태에서 위기를 벗어 날 좋은 방법이 뭐가 있을까.
얼른 포기하고 대대장에게 상납해야지.
다시 돌아가서 나머지 토끼를 다 가져다가 중대 인사계에 바쳤다.
당근 선임하사 입이 좍 벌어지고 얼차려 뺑뺑이는 끝났는데...
잠시 후 중대 행정반에서 뭔 연락을 받고 내무반장이 소리쳤다.
"야, 조 일병! 너 뭘 잘했다고 대대장 부관이 널 포상 휴가를 보내라고 한다니?"
토끼 가죽이 보온효과가 좋아 모피 옷으로 쓰고, 앙고라 토끼털로 귀마개나 니트, 스웨터 등을 만든다.
몸에 딱 붙는 레오타드와 타이츠를 입고 하이힐에 토끼 귀와 꼬리를 붙이면 플레이보이지 등에 나오는 버니걸이다.
잡지사 카피라이터였던 휴 헤프너가 1953년 시카고에서 플레이보이지를 처음 냈다.
호마다 늘씬하고 예쁜 여자 선수를 플레이메이트로 대형 컬러 누드사진을 잡지 가운데 넣어 발행하였다.
창간호의 플레이메이트로는 그 해 개봉된 영화 '나이아가라'로 유명해진 메릴린 먼로의 컬러 누드사진을 실었다.
한때 이 잡지의 광고 수입이 수백만 달러, 정기구독자가 수백만 명에 달해 월간지 하나로 가히 세계적인 전설을 만들었다.
메릴린 먼로는 플레이보이지에 등장했던 가장 유명한 선수 중 한 명일 것이다.
그동안 머라이어 캐리,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제시카 알바, 패리스 힐턴, 골디 혼, 린제이 로한, 킴 카다시안, 마돈나, 킴 베이싱어, 나오미 캠벨, 사토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쟁쟁한 스타들이 표지를 장식했다.
전설은 이미 지나간 이야기...
조 일병의 산토끼 전설은 대대장에게 바니걸스가 아닌 토끼 상납을 해 휴가 가는 거로 막을 내렸다는 것이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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