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원의 항해일지

그러게 쓰레기를 왜 바다에 버립니까

부에노(조운엽) 2021. 1. 5. 06:04

 

 

그러게 쓰레기를 왜 바다에 버립니까

음악 : Be, Neil Diamond, 영화 갈매기의 꿈 OST https://www.youtube.com/watch?v=Sw1t7dAgLJI

콜롬비아의 카르따헤나항의 달 밝은 밤.

수루에 홀로 앉아...

에구, 이건 너무 티 나네.

암튼 NAMMI SPIRIT호에서 글쓴이가 던진 낚시에 걸린 대물을 갑판부 고참 선원이 배 후미와 우현에서 두어 시간 이상 씨름하니 지친 놈이 수면 위에 떠 올랐다.

엄청나게 큰 물고기였다.

갱웨이를 물 밑으로 내려서 잡힌 물고기를 그 위에 얹혀서 윈치를 써 배 위로 끌어 올렸다.

선원들의 함성이 터졌다.

“우와! 무쏘만 하네.”

아귀 비슷하게 생겨서 입이 한 아름도 더 되고 몸통이 거대하면서 꼬리 쪽으로 점점 가늘어지는, 아귀와 다른 것은 덩치만?

자던 선원들도 함성에 놀라 뭔 일인지 구경 나오고 갑판에서는 때늦은 선상 파티가 열렸다.

그동안 잡았던 다른 고기를 회 치고, 아까 미국 어선과 맥주와 바꿨던 새우도 가지고 오고, 월급 많이 받는 사관은 품위 유지한다고 양주나 맥주 박스를 들고 왔다.

술 마시면서 거대한 물고기를 해체하는 쿡에게 누군가 한마디 했다.

“거 이왕이면 내장과 곤이도 먹읍시다!”

엄청나게 큰 위장을 가르니까 그 입 큰 잡식성 물고기 위 안에 그동안 배에서 바다에 버린 음식 찌꺼기, 맥주 캔, 담뱃갑이며 아직 소화되지 않은 오만 것들이 보였다.

아! 그 순간, 남희와 ‘미’ 자가 들어가던 그녀들의 구겨진 편지가 내 눈에 번쩍 뜨였다.

그런데 참, 별 희한한 일도 다 있지.

기분 나쁘다고 구겨서 버린 그녀들의 편지가 아귀 배 속에서 나올 줄이야.

참 아귀만큼 질긴 인연이었다.

눈 뜨면 보이지 않지만, 눈 감으면 항상 떠오르는 남희…

눈 뜨니 콩나물과 미더덕에 먹음직스럽게 가운데 놓인 아귀찜.

그런 와중에 남희가 한 말이 생각난다.

"그러게 쓰레기를 왜 바다에 버립니까?"

오랫동안 많은 생물이 지구에서 살다 갔다.

인간은 태어나서 자라고, 때가 되면 사랑하는 님을 만나 아이를 낳고 한 백 년 살고 싶다.

하지만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핵전쟁이나 환경 변화로 약한 영감이나 애들은 다 죽고 변종 인간만 남는다면 괴물 세상이 되는 것이다.

지금 바다에서는 인간에 의한 환경오염으로 생물이 막 죽어 자빠지는 난리판이다.

사람들이 편리하게 살기 위해 만들어 낸 많은 것들이 거꾸로 생물을 죽이고 있다.

우리가 사용한 생활 하수와 쓰레기, 산업 폐수 그리고 배에서 흘러나온 기름 등 다양한 것들이 대부분 바다로 흘러간다.

결국 바다 생물은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하여 먹기도 하고, 오염된 물에서 허리가 휘고 제명대로 못 산다.

전에 같이 탔던 항해사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그는 육상의 오폐수를 천 톤 이상 싣고 공해상에 버리는 배 캡틴을 했단다.

그냥 한밤중에 맑고 깨끗한 청정 바다에 기름과 독성이 가득한 오염물을 쏟아붓고 해경에 안 걸리게 도망치듯 돌아오는 일이다.

그런 일들이 결국 우리 발목을 되잡게 될 것이다.

바닷물은 태양의 열을 받아 증발하고, 증발한 물은 구름을 만들어 다시 비가 되어 내린다.

육지의 오만 것들이 결국 물에 쓸려 바다로 흘러든다.

바다에 모든 것이 모여 저장되고 수많은 미생물이 죽은 생물이나 쓰레기를 분해한다.

바다에서는 대부분 분해되는데, 다만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는 게 문제이다.

바다가 이들을 분해하는 시간에 비해 버리는 양이 많아지면 결국 탈이 나게 된다.

저 넓고 넓은 바다가 쓰레기로 가득 차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까?

유튜브에 거북이가 폐그물이나 낚싯줄에 엉켜 죽어가고, 비닐이나 플라스틱 빨대가 코나 입에 들어가 도와준다고 아주 힘들게 빼내는 것을 본다.

대양의 거대한 갈매기 앨버트로스가 죽고 사체는 자연으로 돌아가는데 새털과 함께 여러 가지 플라스틱 쓰레기만 남아 많은 사람이 경악했다.

변호사였던 미국인 크리스 조던은 사진찍기를 좋아해 환경이 파괴되고 훼손되는 모습을 자주 본 후 변호사를 때려치우고 환경과 관련된 사진만 찍고 다녔다고 한다.

사진작가로 변신한 그는 현대사회 발전의 이면에 있는 환경 문제를 단호하면서도 부드럽게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낸다.

제일 가까운 육지에서 3,000km나 떨어진 아름다운 미드웨이섬을 찾은 조던은 8년 동안 섬에 드나들며 앨버트로스의 삶을 카메라에 담았다.

알에서 깨어나는 새끼의 모습, 그리고 성장해서 하늘을 나는 것 등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생태 사진을 영상으로 남겼다.

이 사진과 영상은 설명 없이도 사람들이 쉽게 공감한다.

조던은 앨버트로스가 더는 날지 못하고 해변에서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

앨버트로스의 배 속에서 수많은 플라스틱 조각들이 나온 것이다.

우리 인간이 저지른 환경 오염으로 아름다운 생물들이 죽어가는 비극이 온 천지에서 일어나고 있다.

나는 새 중에서 가장 큰 앨버트로스는 날개를 펴면 3~4m나 된다.

날개만 펴고 활공으로 수십km를 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긴 날개가 이착륙에는 여의치 않아 상승기류를 타야 날 수 있기에 바닷가 절벽에서 날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어린 새끼들은 버벅대다가 벼랑 아래로 떨어져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덩치가 큰 만큼 날개 힘도 세다.

먼 거리를 이동하고 비행속도가 상당히 빨라 시속 150km 이상으로 난다고 한다.

항해 중에 주방에서 짬밥을 바다에 버리면 어디에선가 쏜살같이 날아와 쪼아먹는다.

눈도 엄청 좋은가 보다.

어떤 앨버트로스는 오랫동안 바다에서 생활하다가 번식할 때만 땅에 오기도 한단다.

날기 위해 힘겹게 날갯짓해야 하지만 일단 날게 되면 가장 멀리, 가장 높이 나는 새.

신천옹이라고 의인화해서 부르는 이 거대한 갈매기는 날개가 너무 커서 땅 위에서는 날개를 질질 끌며 기우뚱거리며 다니기에 바보새라고도 한다.

한번 짝을 맺으면 거의 평생 지낸다고 한다.

알을 일이 년에 딱 하나 낳아 부화할 때까지 아홉 달을 암컷과 수컷 모두 알을 품고 새끼를 같이 키운다.

보통 같이 사는 기간이 50년 내외로 인간 수명 못지않단다.

미국 서부쪽에서 북태평양 대권항해할 때 일본 근해까지 만여km를 앨버트로스가 따라다니는 걸 자주 본다.

배를 채우면 돌아가 새끼에게 게워 먹인다.

플라스틱 같은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하고 먹고, 또한 새끼에게 먹이로 주어 멸종되어가고 있다.

여러 나라가 앨버트로스 보존을 위해 연구, 노력하는데, 워낙 순한 새라 학자들이 품고 있는 알이나 부화한 새끼의 무게를 재기 위해 가까이 가도 부리를 딱딱거리기만 할뿐 그냥 멀뚱멀뚱 쳐다본단다.

이는 천적이 없는 환경에서 살아서 그런 모양이다.

 

자연에서 금방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과 비닐은 온 세상에 널려있고 잘하면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10%도 안 된다고 한다.

이제 비닐봉지와 스티로폼 등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나라가 많아지고 있다.

제품을 만들어 파는 회사도 환경 오염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야 한다.

플라스틱 중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은 보이지 않지만 꽤 위험하다고 한다.

사람이 먹는 다양한 해산물의 내장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고, 그 영향이 해양 생태계 전반뿐 아니라 인간에게까지 미친다.

포식자가 미세 플라스틱에 오염된 먹이를 먹으면 그것이 몸에 그대로 쌓이게 된다.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이런 환경 오염이 현재 우리 주변에서 아주 재앙 수준이다.

플라스틱 사용과 쓰레기를 줄이는 미니멀리스트의 삶이 우리의 미래를 조금이나마 바꿔줄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나와 우리 자식을 위해 일회용품을 더 쓰고 쓰레기를 팍팍 버릴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