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원의 항해일지

'우울한 일요일' 노래 듣고 따라서 자살하기 없기

부에노(조운엽) 2021. 2. 18. 06:39

 

Gloomy sunday

음악 : Gloomy sunday https://www.youtube.com/watch?v=CBQAE4S1mBY

자우림의 글루미 선데이 https://www.youtube.com/watch?v=CvSFNUFd7UM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무죄이다.

썩을 나치 시대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눈물겨운 삼각도 아닌 사각 사랑이 있었다.

당신과 헤어지느니 반쪽이라도 사랑하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두 남자와 사랑을 얻지 못해 자살 시도까지 한 독일인...

살아평생 누군가를 가슴이 뛰게 사랑하다 제 명에 못 살고 돌아가시는 것과 그런 사랑 한 번 해보지 못하고 한 백 년 넘게 밥만 축내다 간 인생...

어느 삶에 점수를 더 줄까?

물론 글쓴이는 물어보나 마나 사랑도 좋지만, 죽어서 술 석 잔 받느니 살아 개똥 밭에 굴러도 한잔 술이 낫다고 생각하는 인간이다.

해피 니나호를 타면서 독일로 가는 화물을 애타게 기다릴 때 남희가 '글루미 선데이'에 대해 알려줬다.

그녀는 이미 헝가리와 인연이 있었다.

헝가리는 바다가 없는 내륙 국가라 마도로스가 접하기 힘든 나라이다.

축구를 잘하는 나라니까 유고슬라비아의 항구에 입항하면 플릭스버스 타고 가서 헝가리 국가대표와 맥주 내기 공차면 모를까...

배에서는 공선으로 항해하는 일요일에 파도가 잔잔하면 홀드에 내려가서 공을 차기도 한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가 월드컵에 처음 나가서 전무후무한 국제경기 30경기 무패의 전설을 자랑하던 헝가리와 붙었다.

완행 비행기 타고 경기 직전에 도착한 우리나라 선수는 시차와 여독을 풀 겨를도 없이 경기해야 했다.

홍덕용 골키퍼는 그 당시 세계 최고 공격수였던 푸스카스 선수 등이 차는 공을 막느라 갈비뼈가 부러진 줄도 모르고 혼신의 힘을 다했단다.

결과는 9 : 0 참패.

전문가는 '그래도 한국이 참 잘했어요.'라고 했다.

한국 팀의 상태와 당시 헝가리 전력으로는 이십 대 빵으로 져도 이상하지 않았단다.

동네나 군대 축구에서는 공 좀 차면 공격수를 했고, 글쓴이처럼 느리고 잘 못 차면 수비나 골키퍼 보직이었다.

팔팔했던 조 일병이 홍 선수 대신 골대를 지키고 있었으면, 아무리 기성을 지르며 군홧발로 상대 공격수를 까려고 했어도 백 골도 더 먹었을 거라는 이야기다.

부다페스트의 한 고풍스러운 레스토랑.

감개무량한 표정의 한 노신사가 노래 한 곡을 신청한다.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기 시작하자 돌연 그는 고통스럽게 가슴을 만지며 단발마 같은 신음을 내뱉고 쓰러진다.

누군가 비명을 지른다.

"글루미 선데이... 그 저주의 노래야!"

오래전, 다정다감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신사, 자보와 그의 연인 일로나가 운영하는 부다페스트의 한 작은 레스토랑.

새로 온 피아니스트 안드라스는 아름다운 일로나에게 첫눈에 반해 자신이 만든 곡 '글루미 선데이'를 선물한다.

일로나의 마음도 안드라스를 향해 움직이자 도저히 그녀를 포기할 수 없었던 자보는 두 사람을 다 사랑한다는 그녀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한편, 글루미 선데이는 대중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으나 연이은 자살 사건이 그 노래를 듣고 일어났다고 알려진다.

그때 부다페스트는 나치가 접수하고, 일로나에 차이고 다뉴브강에 몸을 던졌으나 자보가 구해주었던 한스가 독일군 장교가 되어 레스토랑에 찾아온다.

슬픈 일요일이란 뜻의 Gloomy sunday는 헝가리 작곡가 세레시 레죄가 피아노곡으로 만들었다.

가사는 후에 붙었다.

헝가리는 1차 세계대전 후 영토를 많이 잃었고 30년대 대공황으로 실업자가 반 가까이 되어 배고프고 마음 고플 때였다고 한다.

당시의 우울한 시대상과 맞물려 많은 사람의 자살을 부른 곡으로 알려졌다.

작곡자도 노래가 작곡된 지 한참 뒤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오케스트라 연주 중에 연주자들이 집단으로 자살했다는 괴담도 있으나 근거가 없다고 한다.

또 이 노래에 저주가 들어 이 노래를 듣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자살하게 된다는 등 이 노래와 관련되어 많은 소문이 전해져 내려온다.

당시 글루미 선데이가 헝가리 사람의 국민노래여서 우울한 사람들이 듣기는 했겠지만, 다 노래를 듣다가 죽은 것은 아닐 것이다.

나중에 영어 가사가 나와 많은 가수가 불렀다.

자우림의 김윤아 선수도 고개 팍 숙이고 분위기 잡으며 구슬프게 불렀다.

영어 가사 역시 죽음과 자살을 암시하며 우울한 분위기이다.

그런데 자살도 전염성이 있다는데 혹시 이 노래 듣고 따라 하시는 분은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