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
Aqui es Roma, Sabes del Amor?
인천 국제공항을 출발하여 시속 800 여Km로 12시간을 날아서 이탈리아의 고도 로마에 도착했다. 비행기 표 예매를 하면서 행복한 고민을 했었다. 우리나라 반대편에 있는 나라를 가려니 동쪽 항로로 미국이나 캐나다를 경유할 것인가, 서쪽 항로인 아시아나 유럽을 경유해 갈 것인가 생각하면서 어차피 비행기 안에서 30시간 이상을 푹 썩을(?) 텐데 몇 시간 더 걸린들 뭔 차이가 있겠는가. 그래서 여행사에 가장 싼 요금으로 부킹해달라고 요청했는데 환상적인 스케줄을 잡아주었다. 로마 경유로 27시간 체류란다. 운도 좋아. 오후 6시에 도착해서 시내에 있는 호텔에서 일박하고 뒷날 관광하고 저녁 9시 45분 비행기를 타면 된다. ㅋㅋㅋ 그대는 아는가? Roma를 거꾸로 읽으면 어떻게 되는가를. Amor! 수많은 지구의 연인들이 무수히 노래 부르던 그 친숙한 단어. 이렇게 이번 여행은 시작하기 전부터 유쾌한 기분이었다.
초등학교 동창 준이 공항에 마중 나왔다. 영등포에서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기 전에 전화를 했더니 일산에서 달려왔다. ‘야, 그 먼 나라에 또 무엇을 하러 가냐?’고 묻기에 ‘걍 제주도 가는 거나 마찬가지야. 재미있게 살려고 간다.’라고 말했다. 여태껏 역마살이 끼어서 고향 떠나 산지 몇 해던가. 내손에 달러를 한 뭉치 쥐어주면서 ‘잔돈으로 바꿨다. 가서 힘들면 전화해라.’고 말하고 갔다.
초등학교 동창인 그는 내 결혼식 때도 멀리 부산까지 내려와서 피아노 반주로 축하해주었고, 오랫동안 객지와 외국생활을 하는 내가 어쩌다 서울에 가면 두말 안하고 찾아와 쓴 소주라도 한잔 나누었다. 그가 중학교 땐가 나에게 묻던 말이 기억난다.
“야, 너는 어떤 게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하니?”
어려서부터 조숙하고 생각이 많았던 준이 묻는 말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마땅한 답을 못 찾고 그를 쳐다보니 먼 하늘을 응시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운엽아, 나는 몇 년을 연락 없이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서 어려운 부탁을 하더라도 군말 없이 들어 주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해.”
아직까지 우리는 서로 간에 어려운 부탁을 해본적은 없다. 그런데 노잣돈을 다 주다니.
이탈리아는 전에 팔레르모와 메시나에 가봤었다. 로마는 처음이다. 로마에서 놀란 몇 가지. 우선 소형차가 엄청 많다. 자체 생산하는 피아트도 그렇고 벤츠, 포드 등 유명한 차들도 소형이 많다. 심지어는 2인승, 1인승 차도 있고 한국산 소형차도 지천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게나 고동이나 크고 비싼 차를 선호하는데 말이다. 그리고 물가가 엄청 비싸다. 우리나라에 비해 가히 살인적이라고 할까. 인터넷 10분에 3.5유로, 1시간에 3만 원정도 하는데 그 넓은 로마 공항이나 내가 묵던 호텔에도 겨우 컴퓨터 한 대 설치해 놓고 한글 지원도 안 되면서 요금이 그렇게 비싸다. 점심에 일행인 김 장군하고 콜로세움 근처 레스토랑에서 비프스테이크를 먹고 54유로를 지불했다. 7만 원이면 둘이 점심 한 끼 값으로 싼 건가. 샐러드, 물 그리고 커피도 다 따로 받더라. 먹는 물도 호텔이나 식당에서도 다 사먹어야 하는데 작은 생수 한 병이 3,4천 원 한다.
또 놀란 것은 일국의 수도치고는 건물들이 대부분 낡고, 높은 건물을 보기 힘들었다. 아마 문화재 보호를 위해서 정부에서 신축 건물뿐만 아니라 보수하고 땅 파는 것도 강력히 규제하는 가 보다. 그리고 이 나라에 소매치기가 많다고 소문이 나 있었는데 경찰이 얼마나 많이 거리에 나와 있는 가 좀체 불미스러운 일을 목격할 수 없었다. 관광 도시답게 사람들도 매우 친절한 편이었다. 길을 물어보면 잘 못하는 영어지만 친절하게 알려주려고 노력하고 옷깃만 스쳐도 ‘Escusa(에스큐사, 미안)!’, 말 한마디만 해도 ‘Grazie(그라체, 감사)!’가 입에 붙어 다닌다.
그리고 길을 물을 때 영어로 물으면 잘 못 알아듣더라. 로마자가 영어의 조상이라는 긍지가 강해서 그런지 거리 팻말에도 이탈리아어로만 되어 있다. 바티칸에서 택시를 타고 공항을 가는 데 도로표지판에 Napoli 방향으로 가는 것만 알 수 있고 공항 표시인 Airport라는 것을 볼 수가 없어서 의심쩍어 공항 가는 것이 맞느냐고 재차 물었더니 간단다. 나중에 알고 보니 비행기 그림 그려 놓고 FIUMICINO라고 써 놓은 게 공항 표시란다. 로마 국제공항에서도 죄 이탈리아어로만 써놓고 안내방송도 지네 나라 말로 한 번하면 끝이다. 아쉬운 사람이 이탈리아어를 배워라 이 말이지.
아, 참. 비행기 안에서 에피소드 하나. 점심 식사 때 비프스테이크를 잘 먹고 나서 저녁 식사에는 돼지불고기가 나왔는데 김 장군은 이것 역시 잘 먹고는 하나 더 시켜먹더라. 그동안 비행기를 여러 번 타봤지만 기내식을 두 개나 먹는 사람은 처음 봤다. 물론 스튜어디스에게 되게 잘 생겼다고 칭찬은 하고 더 달라했지만, 김치 없이도 잘 먹고 소화를 잘 시키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국내보다는 해외 체질인 것 같다.
아무튼 남미를 가다가 경유한 로마에서 즐거운 1박 2일을 보내고 외국어, 특히 스페인어를 잘 하고 싶은 갈망과 남미에 대한 열정을 안고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향하는 비행기 트랩을 올랐다. 남미에서 무슨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고정관념과 편견을 버리고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거야. 내 틀을 그쪽에 맞추어야지......
“Quien sabe? Nadie. Pero yo puedo hacer lo!
(누가 알아? 아무도 몰라. 그러나 나는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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