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노스아이레스의 오벨리스꼬와 멀리 보이는 라 쁠라따 강
공기 좋고 활기 찬 부에노스아이레스
날짜가 어떻게 됐는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한국과 밤낮이 정반대인 아르헨티나와 시차에 큰 무리 없이 잘 적응한 모양이다. 눈 뜨면 밥 먹고 백구 한인촌 모텔에서 Remis(콜택시)를 타거나 Subute(지하철)로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로 나가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녔다. 다리가 퉁퉁 붓고 발바닥은 물집이 잡혔다. 그래도 마냥 즐겁다. 내가 원해서 왔고 와보니 너무 좋다.
백구 한인촌은 이민 초창기 교민들이 109번 버스 종점에서 내리는 곳에 한인 마을이 형성되어서 백구라고 부르던 것이 교민 사이에 굳어진 것인데 한국에 있는 것은 없는 거 빼놓고 다 있단다. 그 안에 있으면 전혀 외국에 나와 있는 거 같지 않다. 지나가는 현지인들의 파란 눈과 ‘올라, 그라시아스’라고 하는 스페인어를 듣고 ‘아, 여기가 외국이지’ 할 정도이다.
하늘에서 본 Buenos Aires(영어로 Good airs)는 땅 넓은 나라의 수도답게 엄청 넓고 컸다. 말 그대로 공기가 좋은 도시이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산이 약 550킬로나 떨어진 Cordoba에나 가야 볼 수 있단다. 광활한 평지다 보니 매연이나 공해가 쌓일 수 없고 바람에 날려서 공기가 좋은 가 보다. 하늘은 우리나라 천고마비 계절의 푸른 하늘 이상으로 맑고 푸르다.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인데 시내 중심가는 여느 유럽 도시와 별 다를 바 없이 많은 인파들로 북적댔다. 이 나라 대통령 궁에도 가보고 그 유명한 Julio 거리의 왕복 18차선 한 가운데 있는 오벨리스꼬도 가봤다. 곳곳을 다니며 현지인들의 여유 있고 활기찬 모습에 내 발걸음도 경쾌해진다.
바다 같은 라 쁠라따 강
공원도 많은데 부둣가를 따라가다 숲이 우거진 해안가 산책로에 들어서니 중심가에서 불과 몇 분 거리인 이 공원에 수많은 짐승들이 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사람 머리만한 쥐(페루에서 요리해 먹는 Cuy라는 놈일까?)도 보이고, 늪과 갈대밭 사이에는 많은 새들이 날아다니고 작은 이구아나도 보았다. 디카로 찍는데도 놀라서 도망가는 것이 아니고 빤히 쳐다보고 있다.
공원 안으로 들어가니 La Plata강이 보이는데 양자강같이 황토물인데다가 하도 넓어서 강인지 바다인지 분간을 못하겠다. 이 강 건너편이 우루과이라는데 육안으로 수평선밖에 보이질 않는다. 큰 화물선과 요트가 항해하는 것이 보였다. 몇 년 전 화물선을 타고 이 강을 따라 여러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Rosario항에서 옥수수 3만여 톤을 싣고 간 적이 있었는데 도도히 흐르는 강물 양 옆으로 끝없는 Pampa(대평원)를 보고 놀라고 또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아마 이 강의 끝이 이과수 폭포일 것이다.
이 나라 숯불 바비큐로 유명한 Asado를 잘 한다는 레스토랑을 물어서 찾아갔다. 중심가인 센뜨로 부근에 만국기와 함께 커다란 식당 간판이 보였는데 1,2층이 전부 레스토랑이었다. 들어가는 입구 오른쪽에 장작 숯불이 피워져 있고 소, 돼지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고기가 긴 꼬챙이에 끼워져 익고 있다. 종업원만 해도 수십 명이 되어 보였다. 손님으로 꽉 찬 2층 홀 구석에 안내 받고 샐러드, 소갈비 아사도와 닭고기 바비큐 그리고 알헨 와인을 시켰다. 아사도는 숯불 열기로 기름이 쪽 빠지며 익어서 그런지 부드러우면서 맛이 좋았다. 이걸 먹기 위해 유럽인들이 휴가에 알헨을 찾아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나라 갈비 양념을 재서 아사도를 해먹어도 참 맛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센뜨로로 나왔다. 이 나라는 가장이 쉬는 주말에는 식구들을 위해 음식을 요리하고 전 시내가 아사도 굽는 장작 숯과 고기 냄새로 뒤덮인다고 한다.
내일은 버스를 타고 BsAs에서 15시간 정도 걸리는 산후안과 와인 도시 멘도사를 거쳐 칠레에 갈 예정이다.
그곳의 웃어서 아름다운 한 세뇨리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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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 | 부럽습니~다. 부에노님 ..즐거운 여행되십시~오 ㅎㅎ | 01-14 |
sandro | 오벨리스크가 아르헨티나에도 있었군요, 프랑스처럼 이집트 것을 훔쳐왔을까나요, ㅍㅍ 아사도 맛있다는 평이 자자하군요. 아르헨티나에도 광우병이 있으려나요, 요즘엔 무서워서 쇠고기는 좀... | 01-14 |
sandro | 가장이 가족들을 위해 요리하는 건 아름다운 문화인 것같습니다. 무탈하고 평온한 여행되세요, 평소 원하시던 여행을 하고 계시다니 그저 부럽습니다. | 01-14 |
은의 나라 | 낙천적이신 부에노님의 성격과 남미가 잘 맞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 01-14 |
그라시엘라 | 아르헨티나 소들은 인공 사료를 먹이지 않기 대문에 광우병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 01-14 |
유빈 | 님 부럽습니다. 은근히 샘나는데요 ㅎㅎㅎ | 01-14 |
smap | 그럼 현재 한국에서 알헨 소고기도 수입하고 있나요? 아니면, 미국 입김이 너무 세서 못하고 있는지... ㅡㅡㅋ | 01-15 |
Zapata | 지금 막 우리 동네 내 친구 다니엘 보게로가 고국인 알헨-부에노스는 아닙니다만-에 다녀 왔읍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Everything Good 이랍니다. 만약 지금 알헨에서 계시는 분들, 다른 쪽에 돌아가는 이야기좀 실어 주시지요. | 01-15 |
Johnny Ko | 조운엽님 9 DE JULIO 나오실때 연락 한번 주세요. 저희사무실 놀러오세요. 어떤분인가 궁금합니다. 현재 알헨은 한국으로 수입을 안하고 있고 수입되는 나라는 미국(뼈때문에 잠시중지),캐나다.뉴질랜드 호주입니다. | 01-15 |
Johnny Ko | 그리고 광우병은 있었구요....라팜파인가 하는 지역 아래로는 광우병 안전지역이라고 합니다. 브라질 파라과이 접경에서 광우병 발생된적 있었습니다. 그래서 안전지역은 사실상 아닙니다. | 01-15 |
은의 나라 | Johnny Ko님과 연락이 되서 부에노님이 아르헨티나에 체재하시는 동안 한번 대면을 하셨으면 하는데 개인 메일 주소를 올리면 안되는지 댓글이 삭제되었읍니다. 조니코 님이 은의 나라 카페로 오셔서 쥔장이나 부에노님 아이디로 메일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01-15 |
tpwkah | 부럽습니다 축하합니다 | 0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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