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운엽 : 알헨의 열녀비 'Difunta Correa' [34] | |
2720| 2007-01-17 | 추천 : 6| 조회 : 32877 |
La Difunta Correa의 추모지 아르헨티나 산후안 시에서 라 리오하 시 방향으로 66킬로 거리에 있는 한 마을에 많은 아르헨띠노들이 경건한 마음으로 소원을 빌기 위해 방문하는 명소가 있다. 특히 부활절에는 멀리 멕시코는 물론 미국에서 이곳을 방문하여 소원을 빌고 간다는데, 내가 방문한 날은 마침 일요일이라 가족끼리, 연인들이 또는 혼자서 이곳을 방문하여 많은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어 물과 초를 갖고 와서 그녀의 죽음을 무릅쓴 극심했던 고통을 위로하고 소원을 빌러 왔다. 또 빌었던 소원이 실제로 이루어지면 디푼따 꼬레아에게 약속했던 것을 지키기 위해 다시 온다는데, 그곳까지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여러 사람들이 걸어서 또는 뛰어서 가는 것을 종종 보았다. 추모지 안에서는 무릎걸음으로 그녀의 제단까지 정성을 다하여 올라가는 사람도 보았다.
디푼따 꼬레아는 이름과 같이 한국과 관련 있는 것은 아니고 그런 이름을 가진 여인이 200여 년 전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 전쟁 당시 군인으로 전장에 나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남편을 찾으러 그 먼 거리를 아이를 안고 찾아 가다가 지쳐 쓰러졌고, 약 일주일 후 친지들이 뒤늦게 찾아 나서서 이 자리에서 발견되었다는데 그녀는 이미 죽어 있었고 아이는 죽어가는 그녀의 젖을 먹고 살아 있었다 한다. 그녀가 시체로 발견될 당시 이곳은, 지금도 사막이지만 한낮의 기온이 40도를 넘고 가시밭길의 조금 높은 언덕이었다. 남편을 찾기 위한 일념으로 엄청 덥고 길도 없던 사막을 아이를 안은 여자가 혼자 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후손들이 우리나라의 열녀비같이 그녀를 추모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녀의 남편을 향한 숭고한 사랑을 기리기 위해 산뚜아리오(추모지)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여 그녀를 추모하고 자기의 소원을 빌게 되었다 한다.
그런데 소원을 빌면서 만약 그것이 이루어지면 걸어서 이곳까지 온다든가, 추모지 계단을 무릎 꿇고 올라간다든가 하는 약속을 한다는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오고, 특히 이 지방 사람들은 자동차를 사면 무조건 이곳에 찾아와서 무사고를 기원한다고 한다. 이백여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소원을 빌었고 또 그것이 이루어져서 약속을 지키기 위한 기념품이 엄청 많이 전시되어 있어 그것을 다 보려 해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연인들은 결혼을 기원하여 그것이 이루어지면 드레스를 바쳤고, 어떤 이는 차를 바친 경우도 있어 그곳에서 벤츠 1953년형 승용차와 포드 승용차를 보았다. 그 외에 수많은 기념비, 기념 문구, 집을 구한 사람이 바친 모형 집 그리고 자동차 번호판 등이 추모지 곳곳에 빼곡히 진열되어 있다.
나는 우리 세계엔n 라틴방의 대선배이신 싸빠따 님, 유빈 님, 토마토 님, 은의나라 님 등과 회원님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했다. 그것이 이루어지면 마라톤 코스보다 더 먼 디푼따 꼬레아까지 몇 시간이 걸리든 뛰어서 갈 거라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으면 너무나 행복할 거 같다. (여러분들도 좋지요?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니까요.) 아니 꼭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금부터 조금씩 연습을 해서 조만간 산후안에서 디푼따 꼬레아까지 66킬로를 달려가야지. 예전에 20여 년 동안 조깅을 하면서 항해중인 화물선의 갑판 위와 50여개 나라를 새벽마다 달렸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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