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운엽 : 남미에서 지난 열흘간의 식사 메뉴 [52] | |
3150| 2007-02-21 | 추천 : 1| 조회 : 68456 |
레꼴레따 묘지 앞의 아사도 전문점
남미에서 지난 열흘간의 식단
남미의 아름다운 한 해변도시에서 경치 좋은 호텔에 묵고 있는 지 오늘로서 열흘째다. 가게가 계약되기를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다가 지금은 한국에서 잔금이 송금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 동안 뭘 먹고 살았나 생각해 보니 우스워서 적어 본다.
아침은 호텔에서 제공되는 뷔페를 먹는다. 한국인이 보는 눈으로는 유럽 호텔에서 제공되는 뷔페와 비슷하다. 서양 사람이 볼 때는 무슨 소리하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우선 빵 열 몇 가지하고, 햄, 소금에 절인 삼겹살이나 베이컨 그리고 과일 대여섯 가지가 주 메뉴이고 요구르트, 커피, 우유, 오렌지주스 등의 후식이 준비되어 있다. 나는 전에 빵을 잘 먹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빵을 먹으면 속이 쓰려서 이젠 잘 안 먹는다. 빵 한 조각, 햄 하나, 절인 돼지고기 하몬 한 조각과 과일 한 접시 그리고 우유나 커피로 아침 식사를 마친다. 따뜻한 된장국과 밥이 생각나서 뭔가 허전하다. 그래도 아무 거가 먹긴 먹어야 하니까 천천히 식사를 마친다. 외국에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딱히 갈 데도 없으니까. 이렇게 먹고 나면 왠지 속에 가스가 많이 차서 부글부글 하는 거 같다.
점심때도 뭔가를 먹어야 하는데 망설여진다. 그 동안 아사도와 다른 고기를 얼마나 많이 먹었던지 아르헨티나에 오기 전에 평생 먹었던 소고기 양을 지난 한 달 동안 다 먹은 거 같다. 그래서 올챙이같이 배가 볼록 튀어나와서 경비도 줄일 겸 다이어트로 물만 마셨다. 물도 작은 병 하나에 일 달러 정도 한다. 점심 메뉴 끝. 그런데 이 나라 소들은 넓은 초원에 방목해서 키우기 때문에 살에 마블링(하얀 지방 일종)이 없어서 사료 먹여서 키우는 소보다 좀 질긴 편이다. 건강에는 더 좋겠지.
자, 저녁은 뭘 먹어야 할까? 레스토랑 찾아 가봐야 빵과 고기 메뉴뿐인데. 그래도 굶을 수는 없잖아. 어제 아사도를 먹었으니 오늘은 돼지고기 스테이크로 때울까? 에이 그건 살찌니까 양고기로 때우자. 며칠 전에 교민 댁에서 차려준 밥 한 그릇과 김치를 얼마나 맛있게 먹었던지 또 안 불러주나. 아니 그저께 저녁에 김 사장님 댁에서 끓여 준 라면은 얼마나 맛있었는데, 라면 한 그릇 더 얻어먹자고 전화해볼까. 에이 라면 세 개 남았다고 아끼는 거 같던데......
열흘, 서른 끼 중에 밥 두 번 먹고, 라면 두 번 그리고 나머지는 열 번 굶고, 열 번 빵과 고기 조금, 과일을 먹었고, 여섯 번을 아사도와 다른 고기로 때웠네. 이렇게 먹어도 살이 찌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길을 가다가 현지인들 모녀가 지나가는 것을 보면 대부분 딸들은 무척 날씬한데 그 어머니로 보이는 분은 뒤뚱뒤뚱, '아, 저 딸도 곧 저렇게 되겠지’ 하고 바로 연상이 된다. 이들이 요즘은 채소를 많이 먹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주식이 빵과 고기다 보니 나이 들고 관리 안 하면 저렇게 살이 찌는 모양이지. 나도 정말 조심해야겠다. 남미에 와서 놀고 먹으니까 물만 먹어도 살찌는 거 같아.
그나저나 더 늦기 전에 저녁 먹으러 가야겠다.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하고 오늘 기분도 그런데 염소고기 구운 거에 맥주나 한잔 할까. ^^
저 소 갈비 한 짝에 32뻬소면 우리 돈으로 단 돈 만 원. 믿어집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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