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칠레 사막길에서,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고 뻬루에 살고 있지만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윤희 씨
5박6일째, 칠레 사막에서 뻬루 해안도로까지
칠레 국경 초소 옆에 차를 세워놓고 졸다가 아침에 컵라면을 끓여서 요기를 했다.
8시에 출입국 업무를 시작한다고 해서 그 전에 입국 수속하기 위해 국경 초소 앞에 차를 대기시켰다.
다행히 온 길을 다시 가지 않아도 됐다.
각종 화물차들과 아따까마 사막에 갈 관광객들을 태운 차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었다.
순서대로 수속을 마치고 차들이 각자 목적지를 향해 떠났다.
우리는 엄격한 칠레 관리들에 의해 선물 받은 꿀과 고추를 몽땅 압수당했다.
아이들이 무척 아까워했다.
벌금 안 낸 것도 다행이지, 뭐.
사실 계획대로 볼리비아를 넘었으면 빼앗기지 않았을 텐데......
칠레 쪽의 안데스 산맥을 넘자 광활한 사막이었다.
풀 한 포기 보기 힘들 정도로 끝없이 이어지는 황량한 사막.
그런데 가다 보니 사막 한가운데 정말 오아시스가 있었다.
멀리서는 알 수 없는 사막 움푹 파인 곳에 푸른 나무들과 물이 보였다.
집도 있고 사람이 살고 있었다.
물속에는 물고기도 보였다.
아주 오래 전부터 사막에 살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이야기일까?
그곳 그늘에서 점심밥을 해먹으려 했으나 아이들이 조금 더 가서 칠레 국경에 있는 Pozo Almonte에서 모떼를 먹고 가자고 했다.
조금 더 가는 게 이백 킬로가 넘는데, 아이들도 장거리 여행에 이골이 났는지 몇 백 킬로는 우습게 생각한다.
그래서 그곳까지 가서 시원한 모떼로 점심을 때웠다.
모떼는 우리나라 식혜라고 하면 쉽게 이해할까?
밀 삭힌 것에 복숭아 말린 걸 몇 개 넣고 시원하게 마시는 칠레 고유의 음료다.
양이 적은 나 같은 사람은 배불러서 일인분 한 컵을 다 못 먹는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 갈 때야 칠레 국경 전 마지막 주유소에 도착했다.
기름을 받고 주유소 샤워장에서 샤워를 했다.
아르헨티나 주유소에서는 돈을 안 받았는데 칠레에서는 돈을 달라고 했다.
그래 봤자 미화 1달러였지만.
칠레 국경에 도착하여 출국 수속을 하고 뻬루 국경 초소에서 입국 수속을 마치고 드디어 잉카의 나라 뻬루에 첫발을 디뎠다.
외항선을 타면서 대서양 쪽 중남미는 수없이 드나들었지만 태평양쪽은 파나마 운하 말고는 와보질 못했다.
따끄나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하고 센뜨로에 있는 치파(중국 음식점)에 갔다.
가진 건 돈과 시간밖에 없는 글쓴이가 모처럼 아이들에게 쏜다고 했다.
볶음밥 비슷한 것과 국수 그리고 노란 잉카 콜라를 시켜먹었는데 양도 많고 맛은 괜찮으면서 값도 무척 쌌다.
그래서 그런지 현지인 손님도 많고 그런 치파가 눈에 많이 띄었다.
하루 묵을까 하다가 가는 데까지 가보자 하고 리마를 향해 출발했다.
그렇게 밤새워 운전하고 갔다는......
나는 조수석에서 졸다가 어쩌다 핀치히터로 운전을 했었다.
멋쟁이 님은 정말 대단했다.
한 달 가까이 여행하면서 그 먼 길을 혼자 운전하다시피 하면서도 별로 지친 기색도 없다.
하지만 발이 퉁퉁 붓긴 했다.
밤새 차를 운전해 해 뜰 무렵에는 해안도로의 멋진 절경을 보면서 갔다.
아침식사는 뻬루식 생선튀김을 곁들인 밥에 컵라면을 같이 먹었다.
해안도로가 끝나고 높은 사막 길을 갈 때 잠시 핸들을 잡았는데 애고, 뭔 내리막길이 구불구불 끝이 없이 이어지는 것이었다.
길옆은 수천 길 낭떠러지였다.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가드레일, 그리고 굴러 떨어진 자동차의 잔해.
겁도 나고 오금이 저려 벌벌하면서 운전했다.
얼마나 벌벌 기었는지 그 큰 화물차가 여러 대 앞질러 갔다는 거 아닌가.
나 같은 초행 운전자는 그런 험한 내리막 커브 길에서는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되었다.
그런데 어찌 속력 내다가 잘못되어 저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친다면 살만큼 산 나야 할 수 없다만 앞길이 구만리 같은 윤희 씨 오누이들이 불쌍하고 억울해서 어쩌나.
그곳 역시 돌사막을 깎아서 모래를 채워놓은 모래 브레이크가 군데군데 보였다.
브레이크 파열로 제동이 안 되는 차들은 낭떠러지에 떨어지지 말고 그곳에 처박아 목숨이라도 건지라고 만들어 놓은 모양이었다.
그리저리 하여 오후 늦게 리마에 도착했다.
다행히 아무 사고도 없었다.
멋쟁이 님이 워낙 자동차 여행에 베테랑이라서 이렇게 올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 살 때 하루 천 킬로 운전하는 것을 밥 먹듯이 했다니.
그렇게 5박6일이 아닌 2박6일의 여정을 마쳤다.
5박 중에 이틀만 호텔에서 묵었고 사흘을 교대로 야간 운전을 하거나 차에서 졸았다는 말이다.
오천여 킬로를 달려왔으니 하루 천 킬로를 왔다는 말이네.
칠레 국경초소를 벗어나자 이런 황량한 사막길이...
하얀 것은 염분이겠지...
어제 우리가 통과한 후 쌓인 안데스의 눈...
야마가 한가로이 길을 건너네... 부딪히면 손해지...
가다 보니 정말 오아시스가 있었다...
그 개울의 다리에서...
마을이 형성 되어 있다.
저 물에 물고기도 많이 살더라...
칠레를 살찌게 만드는 구리 등 광석이 많이 나오는 광산 마을
산더미 같이 쌓아 놓은 광석
다시 이어지는 끝없는 사막길
아직은 경제성이 떨어지는 널린 소금돌들
해질녁에 도착한 뻬루 국경초소 Tacna
밤새 운전하고 오다 보니 새벽녘에 보이는 태평양과 뻬루의 어선들
이번 여행 중에 본 몇 개 안 되는 굴.
안데스를 구비구비 돌아도 굴이나 다리 보기가 힘들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수십 개를 뚫거나 다리를 놓았을 텐데...
그 해안도로 아래는 천길 낭떠러지...
곳곳에 유실된 가드레일과 차가 굴러 떨어진 흔적... ㅜㅠ
그 바다에 쉬고 있는 독수리 비슷한 새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리마까지 며칠을 달려가는 El Rapido Bus.
따끄나 국경 초소에서 같이 출발하여 뒷날 오후까지 앞서거니 뒷서거니 같이 갔다.
모래가 마치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같아...
그곳의 해변에서 멋쟁이 님 가족의 망중한
거센 태평양 바람에 도로 한 차선을 뒤덮은 고운 모래
아침식사를 한 뻬루 마을, 파란 통 안에 절인 올리브가 들어있다.
도로 옆 산을 판 곳의 화석들
나쓰까 유적을 백여 킬로 남기고...
이곳은 평생 바람이 없고 비가 안 와서 수천 년 전에 그려졌던 기이한 그림들이 잘 보존되었으나
얼마 전 기상이변인 엘니뇨에 의해 비바람이 몰아쳐 유적들이 많이 유실되었다고 한다.
리마를 백여 킬로 남겨놓은 해변가에서...
드디어 도착한 리마
나 혼자 운전해서 가라면 도저히 못할 환상적인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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