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원의 항해일지

그리고 그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부에노(조운엽) 2019. 7. 18. 08:16

  


 

지부랄타 해협을 항해하는 화물선

 

 

그리고 그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모처럼 싸롱 사관들이 다 모여서 식사를 하는구먼.”

중동을 향하여 밸러스트 항해(빈 배일 때 배의 안정을 위하여 배 바닥에 해수를 채워서 가는 항해술)로 지브랄타를 통과하여 지중해로 진입한 어느 토요일, 점심식사가 끝나가던 중 안 선장님이 말문을 열었다.

 

“모두들 수고했고 대리점에서 연락 왔는데 3타 손가락을 3개만 절단했다카네. 그나마 2항사가 신속하게 사고 수습을 해서 그만하길 다행이다카이.”

캡틴의 말에 1항사가 밥을 먹으며 말을 했다.

“선장님, 리버풀에 입항했을 때 3타를 강제하선 시키는 것이 더 나을 뻔 했습니다. 도끼 춤추는 아들은 어쨌든 만기를 다 못 채운다 아닙니까?”

“그려, 내가 생각이 짧았네. 징계위원회에서 조 국장이 하도 불쌍하다 캐서, 앞으론 원칙대로 합시다.”

 

머쓱해진 내가 안 돼 보였는지 기관장이 거들었다.

3타가 신혼인가 본데 마누라가 얼마나 보고 싶으면 그랬겠소. 손은 다쳤지만 그래도 비싼 유럽 왕복 항공비는 안 물어도 되니 그나마 다행이오. 이놈의 배를 빨리 막살하던지 해야지.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캡틴이 1항사에게 말을 건냈다.

“어이, 1항사! 딸아가 공부를 잘 한다며?”

 

1항사의 얼굴이 환해지며 말을 이었다.

“캬, 선장님 그걸 우찌 아십니까? 넷째 딸년이 절 닮았는지 똑똑한 편인데 이번에 성적이 많이 올랐다네요. 하하하.”

“어이, 1항사. 반 학생이 몇 명이나 되는데?”

“네~?”

1항사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고 나머지 사관들은 모두 킥킥대고 웃었다.

 

“어이, 조 국장. 거 비샬반가 나미 씬가 뭐 재미있는 이야기 좀 해보소.”

안 선장님의 말에 나는 화색이 돌며 입을 열었다.

“아, 그 거 아세요? 제가 남희 씨하고 밤새운 이야기요.”

“뭔데, 뭔데?”

1항사가 의자를 끌어당기며 재촉하고 메싸롱 사관 식탁 한켠에서 혼자 식사를 하던 동갑내기 3항사의 눈이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아, 그 때 눈 오는 날 남희 씨와 동숭동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병 더 마시고 동대문까지 걸어 나왔거든요.”

“햐, 그림 좋고! 눈 오는데 좋겠다. 그래 손은 잡고? 어디로 갔소?”

“야야야, 1항사! 푼수 좀 고만 떨고 들어보소. 아무튼 천상 배 묶기라니까.

 

“그래가지고 남희 씨를 바래다주려고 중곡동 가는 588번 좌석버스를 같이 탔어요.”

“나도 거기 총각 때 가 봤는데, 거길 아가씨를 데리고 갔다는 말이여?”

1항사의 말에 안 선장님이 미소를 지으며 점잖게 말씀하셨다.

“저 능청하고는, 아 거기 말고 버스를 탔다잖소!”

 

“겨울에 서울이 좀 추워요? 따뜻한 버스에서 소주도 한잔 걸쳤겠다, 좀 존 모양이에요. 다 왔는지 남희 씨가 깨우더라고요. 버스에서 내려서 비몽사몽간에 집 앞에까지 바래다주려고 했더니 제가 짠하게 보였는지 제 손을 잡더니

“에구, 자꾸 뜸들이지 말고 그래서 어디로 갔소?”

잠자코 듣고 있던 1기사도 다음이 궁금한듯 재촉했다.

 

“일단 버스를 다시 타자고 하대요. 잠깐 존 거 같은데 어느새 동대문이에요. 다시 내려서 어떻게 하나 생각했죠.”

나는 열몇 개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쳐다보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1항사가 또 재촉하는 눈빛으로 말을 했다.

“하, 참! 동대문에 모텔하고 여관이 좀 많아. 그래서 어디로 갔냐니까? 빤쓰 색깔하고 빨리빨리 이야기 좀 해 보소."

 

“날씨도 춥고 통금 있을 땐데 버스 떨어지기 전에 집에 바래다주려고 다시 버스를 탔죠. 그러다가 조금 졸고

1항사가 답답한지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또 재촉한다.

“허, 참! 날 새겠네. 그래서 어디로 갔냐고오~.”

 

캡틴이 갑자기 ‘푸하하하’ 하고 너털웃음을 웃으며 말한다.

“에이그, 가긴 어딜 가? 지금도 588번 버스 탔다 졸다가 내렸다 하고 있겠지. 국장 술 먹다 앉은 자리에서 조는 거 한두 번 봤소?”

모두들 ‘아이고 배꼽이야!’ 하고 웃는데 1항사는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좌우를 돌아보며 ‘뭐꼬? 뭐꼬?’ 하고 있었다.

싸롱사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자코 식사를 하던 3항사도 1항사의 큰 눈을 보더니 채 삼키지 못한 입안의 음식이 기도로 들어갔는지 캑캑댔다.

 

이어 캡틴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앞으로 라면 먹을 때 국장하고 1항사가 웃기는 이야기하려면 3항사 앞에 가위 하나 갖다 놓으소. 잘못하다가는 생사람 잡겠네.”

3항사는 목이 아픈지 기침을 하다가 아예 뒤로 넘어갔다.

 

"자, 모처럼 마작 한 판 할까?"

캡틴의 말에 모두들 웃으며 휴게실로 향했다.

나는 기상 팩시밀리를 받으러 간다고 통신실로 올라갔다

1항사는 남희의 속옷 색깔이 그리 궁금했을까 하는 생각에 혼자 피식 웃었다.

, 갑자기 물밀듯이 솟아오르는 보고픔과 표현할 수 없는 울렁임.

 

한국은 저녁 7시쯤 되었겠다.

집에 있을까?

미친 듯이 다이얼을 눌렀다.

 

"여보세요?"

! 아름다운 목소리.

얼마나 듣고 싶은 반가운 목소리던가.

 

"나미니?"

"응? 어~~~."

잠시 서로 말이 없다가 가라앉은 남희의 목소리가 위성 전화를 통해 들려왔다.

 

"짜샤! 많이 컸다."

.

.

.

 

"그래, 나미야"

.

.

.

 

"고생했어"

.

.

.

 

"나미야, 독일에서 만나면 슈바빙에 가서 시나먼과 스위트 바질이 든 따뜻한 레드 와인 마시자."

 

남희의 고생했다는 말에 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먼저 긴 터널을 뚫고 나온 이와 이제야 그 빛나던 지성과 열정의 혜린이 누나가 현실을 포기하고 자신을 망가뜨린 삶에 냉담해질 수 있는 늦둥이는 서로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속절없이 비싼 전화 요금만 올라간다.

 


 

 

 
 
 
RailArt박우물
하나하나 이야기 얼개가 귀하게 엮어져 갑니다. 활자화된 인격체로 만날 날을 기대합니다. 작업중입니다. 0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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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요즘은 중학교까지 내려가... 부에노님은 기억력이 비상하네요... 아니면 내가 너무 오랬동안 한국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산지가 너무 오래 되어서 그런지... 난 남들이 말하면 저 구석에 남아 있는 흔적과 그림자를 꺼내느라 머리가 아파져요... 정말 다 0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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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하하하... 아~ 그 목동 나두 잘아는데... 하하하하하... 0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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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p
아, 그렇군요... 부에노님, 싸빠따 님, 두 분한테 죄송합니다. 경상도 사투리 때문에 착각했습니다~ ㅎㅎ 0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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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그 버스가 중곡동을 출발해서... 남가좌동을 가지요... 고등학교 때 좌석버스 타고 왔다 갔다 많이 했는데...... 종점에서 종점으로... 완전히 잊혀진 내 기억들과 함께... 잃어버린 번호들... 어린날... 작년까지는 대학 때의 기억을 살리는라 퍼즐맞추기를 했는데... 0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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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와우... 화양리도... 혹시 거기 la spezia라는 까페 기억하세요? 그 번호가 그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543이었나? 모르겠어요... 하여튼 중곡동에서 남가좌동두 많이 갔구... 대공원에 내려서 화양리까지 많이 걸었고... 이상하게 라틴방님들은 다 언젠가 0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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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버팡
꺼이~~~꺼이~~~꺼이 ^^ 0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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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하하하... "부에노와 함께 하는 그 때 그 시절"... 아이고 배야... 알젠봄님도 꽤 재미있으시군요... 부에노님... 독일 언제 가요? 지중해로 들어오면... 아직 멀은 거잖아...... 에고... 0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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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젠의 봄
부에노님의 항해일지에서나 오래만에 생각나는 중곡동 가는 588번 버스... 오랜 기억을 보듬어 보게 되는군요... 0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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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맞다... 거기 시장도 있었지... 정말 이십 년이 넘은 일이라...... 저도 그래요... 부에노 까페에서는 자주 쉬고 있지요... David님도 만나면서... 다음에 한국 가면 한번 들러봐야겠어요... 중곡동은 차로 지나갔는데... 슬프게도 아무데도 못알아보겠던데...... 0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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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한국 가면 꼭 살 거에요, 부에노님의 항해 일지!! 그나저나 배 분위기가 상당히 화목한 거 같아요, 다들 유머 센스도 있으시고.^^ 0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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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만나본 인연들인 것 같아요... 알헨님도, 우물님도, 부에노님도 다 그런 것만 같네요... 예... 옷깃이라도... 그래서 온라인에서도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하네요... 0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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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
Hasta manana... ^^ 07.04.24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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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저 책 주문합니다.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나오는 대로... ^^ 0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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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중곡동 면목동 543번이 다니지 않나요. 그 거 남가좌동까지 가는 것 같던데... 전 화양리에 좀 살았었는데... 잘 하면 방황하던(?)샤찌님과 옷깃이라도 스첬을 수도 있었겠는데요? 0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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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
smap 님, 안 선장님이 한두 명이겠수? ㅋ 죄송합니다. Zapata 님, 용서해주시는 거죠? 아, 그리고 다들 촌에 사셨구먼유. 부에노만 문 안에 살았구먼. 옛날 동대문 종합시장 뒤 종로6가 판자촌에 살던 꽃미남(?)이라고 들어보셨는지... 웃자고 하는 소리. ^^ 07.04.23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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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종로6가 판자촌 꽃미남? 하하하!!! 못 들어 봤는디! 혹시 '부에노 목동'이라고 라틴방에 자주 출연하는데 들어보셨는지! ㅋㅋㅋ. ^^ (오늘 마음에 상처 받고 가게 문 닫으시지는 않겠죠!) 0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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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p
두 분이 구면이셨군요.. 어쩜 그리도 내색을 안하셨어요, 그동안.. ㅎㅎ 한 카페에 발 담근지 벌써 2년쯤 된 거 같은데... 전혀 몰랐네요~ ㅋ 0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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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젠의 봄
부에노의 항해일지가 우째 딴 방향으로 기수를 인천항이라두 다시 돌릴 참인가요? 중곡동 노선에, 종로6가 꽃미남까지... 이러다가 부에노와 함께 하는 그 때 그 시절... 뭐 이런 거루 바뀔까 걱정... 아니 기대가 되네요... 0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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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국장님께서 쓰신 항해 일지는 이문열씨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소설보다 훠어얼씬 더 진지하고 재미있는데요. 빨리 신춘문예에... 근데, 부에노님 과 안선장님은 한 배에 타셔서, 생사고락을 같이 하셨군요(?). 보통사이가 아니시군요. 0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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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완전히 잊혀졌었는데...... 어쨌든... 부에노님... 울보... 그리고 바보....... (미안... 인기 작가님한테...) 남희가 그리 생각했을 것 같다고요... 0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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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la spezia 기억에 없는데, 카페에는 잘 가지 않거든요. 주로 분식집과 화양리 시장에 있는 순대집만 무진장 다녔지요. 그 순대집 막내 아줌마는 아직도 있는지. 그런데 부에노 카페라고 들어 보셨어요? 거긴 가끔 가서 따뜻한 커피와 음악을 감상하고 오지요. 0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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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내 삶이 크로스오버죠"...... 이 분의 음악은 좋아하지 않지만... 매력있는 남자... 갑자기 그 멋진 Il Divo가 떠오르네요... "사랑이란 건 우리가 했지만 인연을 주는 건 하늘의 일인가 봐요"... 이 가사가... 왠지... 부에노님과 남희씨가...... 0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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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son
어느 한 시도 제대로 숨을 쉴수가 없어... 너의 눈물을... 내 어찌 해야할지... 너의 눈물을 어찌 해야 하니... 너의 웃음조차도 눈물이 되었다... 이런 글이 있더라구요. ^^ 이 노래에 대해서는 저 보다 saci님이 더... ^^ 0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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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
어느 한시도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어. 너의 웃음을 내 어찌해야할지. 너의 웃음을 어찌해야 하니. 너의 눈물조차도 웃음이 되었다. 이런 글도 있더라고요. 이 메시지는 저보다 poison 님이 더... 어느 웃음보가 웃자고 하는 이야긴데... 07.04.24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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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이 곡을 들으면서는 멀쩡했는데... poison님이 들고 오신 글에...... 눈물이 흐르네... 어느 울보의 글을 가져오셔서... 나를 울리네요....... 참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지는 시간입니다...... 0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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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Por que solo en ti,... Encuentro lo que ayer perdi...... Tu eres en mi existir... Mi gran felicidad... 오래 전 잃었던 당신이 내 앞에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내겐 커다란 행복입니다 0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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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쓰시는 김에... Il Divo 의 Si tu me amas를 여기에 달아주시면... 어떨까요... 아마 크로스오버 최고의 영예를 누리는 그들... mama도 좋구... Regresa a mi 도 좋구...... 0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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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헉~~mama...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고 아끼는 곡 중 하난데...ㅎㅎㅎ 0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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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Despertar, paraisos de vision y paz... Se que solo los podre encontrar... En mis dias junto a ti...... 당신과 함께 했던 잊지 못할 날들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겐 희망일 뿐입니다...... 부에노님과 남희씨에게... poison을 통해서...... 0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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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달래려 마시던 그 술을 난... 같은 이유로 즐기면서 마신다... 그녀가 살았던 시대와 내가 살았던 시대... 그리 별로 달라지지 않았던...... 지금에 비해서 암흑이라고도 느낄 수 있었던 그때... 우리의 70대, 80대 학번들은 가슴의 배고픔을 뱃속의 배고픔보다 0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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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son
음악 바꿨어요... 전혜린, 그녀에게는 격정적인 곡보다는 이런 첼로 음이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에... saci님 그거 알아요? 사진으로지만 님의 얼굴을 알고 있는 제가 글에서 느끼는 느낌이 틀리지 않다는... 님을 알아갈수록 매력적인 여자라는 거... ^^ 0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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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
환상은 환상이지 절대 현실과 착각해선 안되죠. 글쵸? 인정하죠? 여러분들... 0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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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폄하성?... 지성인으로서, 생에 대한 열정이 끓는 한 여자로써... 한국의 상황이 편안할 수 있었을까? 결국 그녀는 독일에서도, 한국에서도 이방인이었던 것이고... 그래도 어쩌면 그녀가 독일에 남았다면 그렇게 가진 않았을 거라 난 믿는다... 0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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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난 살아남은 프랑소와즈 사강과 토마스 만과 피터 한트케가 훨씬 더 좋았습니다... 제도에, 윤리라는 것에, 규범이라는 것에 시선이라는 것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었던 그들보다는 그 모든 것들을 부수는 작업이 훨씬 더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지요. 0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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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음악을 바꾸셨군요... 단 하나의 오페라밖에 성공시키지 못한 불운의 Mascagni... 참 좋아하는 곡입니다. 물밀듯한 격정으로 적었다가... 다시 지우고 나가시는 님들이 있네요... 여전히 전혜린은 정숙하고 반듯하고자 하는 여인들이 다루기에는 좀 껄끄러운가... 0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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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
어떤 이유로든 환상 접으신 것 아주 잘한 일입니다. 0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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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2007년의 토마토님의 글에도... 안티 한국으로 몰아세우는 사람이 있는데... 당시는 어땠을까?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는 독설로 받아 들여졌고... 결국 그들이 내모는 차디찬 냉기와 칼날에 그녀가 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었을까? 0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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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son
David님 말씀 동감해요... 아까운 사람들. 그 사회에서 배척당하고... 죽음으로 떠나가는... 절망해서일 겁니다... saci님, saci님, 아! 전혜린... 0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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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이들... 자살로 생을 마감한, 또는 현실에 대한 포기로 자신을 망가뜨려간 그 모든 이들을 증오했지요... 난 이를 악물고 다짐했고... 그녀가 버린 법학을 내 스스로 선택해서 부전공으로 삼기도 했고... 내 학교에서 나를 니나라고 불렸지요... 그 이름도 저주했습니다. 0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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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우리의 가난했던 청춘... 가슴으로 고통하고 절규할 수 있었던 그 시대를 살아왔던 우리 세대들이 어쩌면... 정말 살아있는 심장으로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poison님... 그래서도 그녀를 증오했지요... 마지막 글... 저리 말해서... 0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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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니크
난 너무 어려서 린저, 전혜린 이름 첨 듣네요. 누군가요? 0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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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그녀가 죽고나서... 많은 이들이 그녀를 기리고 찬미했지만... 그녀가 숨쉬고 있었을 때는 그녀는 매 순간 살얼음을 걸었었고... 질식할 지경으로 내몰린... 왕따였고... 아무도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다...... 처절한 외로움 속에서 그렇게 죽어간 것이다... 0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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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son
이방에 전혜린을 좋아하시는 님들이 계신 거 같아 오래전에 썼던 칼럼을 올립니다... 라틴방에서 이런 시간 함께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 같아서... ^^ 0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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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난 아무것에도 나를 내어주지도 포기하지도 굴복하지도 망가뜨리지도 않으렵니다... 운명에도... 그녀는 버둥이다 결국 진 것입니다... 진자의 글에 서운해 할 필요없지요... 사랑이라면... 대낮에 부끄러울 수 없습니다... 그래야만 합니다. 0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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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lArt박우물
어느 유명한 전혜린 애독자가 어느 날 그렇게 독일 예찬이 많았던 전혜린이 과연 한국에 대한 표현은 어땠을까에 대한 의문으로 그니 글을 찾다가 폄하성으로 보이는 비교 글들을 보면서 전혜린에 대해 환상을 접었다는 내용을 봤지요. 저도 비슷한 과정입니다. 0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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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지금도 한국 사회에서는 다른 것은 절대 인정 못하고 틀림이 되어버리는데... 그 당시... 그 빛나는 지성과 끓는 생에 대한 애정과 자유로운 사고를 가지고... 한국 사회 에 대하여... 비판적인 글을 쓴 것이 어찌 문제시 될 수 있을까... 0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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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이제야 이 글을 봅니다. 지금도 한국이라는 토양은 천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질시하고 죽기까지 독설을 퍼풋지요. 천재는 죽음으로 저항하고.... 07.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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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그 녀를 만난 것은 중학교 때였지요... 어설픈 자아가 하늘을 찌르던... 그래서 고등학교 때도 독일어를 선택했고... 그래요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이름 잉게보르트 바하만... 아... 루이제 린저... 그렇게 독일에 미쳤었지요. 하지만... 난 날 버리고 가버린 그 나약한 0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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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더 절실하게 채우려고 노력했던 행운의 세대들이 아닐까..? 그래서 지금도 그녀의 이름에 가슴이 저리는 것이고... 이 가슴 아리게 느낄 수 있는 이 모든 것이... 어쩌면... 축복이 아닐까? 그래서... 배부른 한국이 하나도 부럽지 않죠. 0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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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그럼... 안놀랜거지요.? 꽤 오랜동안 고민했어요. 글하고 이미지가 많이 다르다고들 하던데. 어쨌든 휴~했어요. 사실은 블로그 통하기하면 제 블로그에도 들어올 수도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거든요, 바보라... 언급 안 해도 님은 만인이 인정하는 매력, 아시죠? 이미, 0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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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wkah
전혜린을 접하고 나면 다들 비슷한 수순을 밟아가네요. 저 아는 친구가 28년 전에 전혜린을 접하고 헤어나질 못하더니 여전히 어디선가 혼자 살고 있어요. 그 친구 땜에 저도 조금은 전혜린에 빠졌더랬죠.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목부터... 0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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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나의 그녀에 대한 애증은... 그래도 왜 살아남지 않았느냐고... 절규하는 것이고... 왜... 더 싸워보지 않았냐고... 화를 내는 것이고... 결국... 꽉 막힌 특출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국 사회가 죽인... 많은 천재들의 한 사람일 뿐인 셈이고... 0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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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고등학교 때 내 방문에는 "홀로 당당히 서는 게다." 그렇게 붙여놓았지요... 슈바빙에서 그녀가 추운 겨울날 마셨던, 시나몬과 바질 들어간 따뜻한 와인을... 나도 만하임의 길거리에서 몸을 녹이며 마시면서... 그리 생각했습니다... 당신의 처절한 고독을 0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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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의 삶이 부에노 형님을 부드러운 남자로 만들었나요? ^^ 지금도 부드럽지만...... 07.04.23 18:08

난 너무나 힘들 때... 가끔 이유 없이 나에게 늘 얻어맞는 내 동기... 그에게 전화를 한다... "나야..." " 잘 있는 거지...""응..." "**야~""응...""**야...""응..."...... 이 정도 되면 난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와...... 다시 " 안녕..." 해야한다... 한국이 아닌 곳에서... 오랜 시간을 지내다 보면... 누군가... '**야~" 하고 불러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진다...... 한국 사람들과 접하지 않은 이유로 난 아줌마라는 단어도 어색하고... 누구 엄마라는 말도 어색하다... 단지... 늘 "**"라고만 불리웠는데... 그 오랜 세월을...... 가끔은...... 정말로 그립다...... 누구인가 나에게... "**야~" 라고 불러주는 것...... 07.04.24 05:56

본래...... 이런 말 줄임표 속에, 행간에 더 많은 말이 들어 있지요, 행간 읽기 들어갑니다. ^^ 부에노님, saci 님 07.04.24 08:32
까만 점밖에 안 보이는디요... OTL 07.04.24 20:44
아~ 진짜!!!!!! ㅋㅋ 07.04.25 13:38

사랑하는 동기가 있지요... 학교 때는 더할 나위 없는 원수처럼 서로를 싫어했는데... 이유도 없이...... 이십 년쯤 지나서 보니...... 이유 없는 미움이 사랑이 되어 있더라고요...... 아마 너무 닮아서 그랬던 것도 같고...... 무조건 반갑더라고요... 한국에 가면 익숙하지 못해... 다 잊어서... 바보같은 날... 아기 데리고 다니듯이 챙겨주고...... 그래서... 그의 목소리만 들어도... 살 것 같을 때가 있지요... 참 보고 싶네요... 강릉에 있는데...... 07.04.24 20:22
점을 줄이는 훈련이 되면 훌륭한 작가가 될 소지가 많으신 분이군요. OTL 07.04.24 20:47
여기선 줄 바꾸기를 못해서... 줄 바꾸기 표시였읍니다... 존경하는 부에노님...... 07.04.25 01:12
부에노님 장난기 넘치시죠? 아시는 분 대답혀 주시와용! 누군가 영감님이라 부르시던데... 07.04.25 13:40

거기 검은 점이 이어진 행간은 중곡동 가는 588 버스 지나가는 소리아닌가요? 07.07.01 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