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역을 마치고 대기 중인 Bulk Carrier
인도양의 살아있는 돔 회
‘HAPPY NINA’ 호는 아주 오래전부터 수많은 배의 주요한 항로 중의 하나로서 도도히 그리고 변함없이 그곳에 있는 인도양 바다를 거침없이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멀리 돌고래 떼들이 힘차게 헤엄치고 있었고 날치 떼가 수면 위를 새처럼 날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선주로부터 경제 속력으로 가라는 지시를 받고 13노트의 속력으로 유유히 항해하고 있었는데 하역 항구가 아직도 수배가 안 되었는지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수에즈 운하와 아프리카 희망봉 방향의 갈림길인 스리랑카 남쪽 공해상에서 대기하라는 전문이 왔다.
본사에 투묘 위치를 타전하고 낚시를 챙겨서 선미로 나갔다.
낚시를 던져 보니 물살이 엄청나게 세서 고기 잡을 엄두가 안 났다.
이를 본 갑판부원들이 물살이 세면 큰 고기가 있다고 굵은 로프를 이용해 즉석에서 낚시를 만들었다.
기관실에서 이럴 때 사용하려고 만들어 놓은 굵은 낚싯바늘을 튼튼하게 철사로 묶고 조리하다 남은 고깃덩어리를 통째로 바늘에 끼웠다.
바늘이 여러 개 되니까 미끼도 그 수만큼 끼워서 바다에 던져놓고 로프는 선미 난간에 단단히 묶어서 고정해 놓고 다들 선실로 들어갔다.
후덥지근한 갑판에 혼자 남아서 멀리 뿌옇게 보이는 스리랑카 쪽을 바라보면서 담배 한 대 물고 생의 한가운데의 니나의 삶을 생각했다.
니나는 무슨 일이든 작은 거에 목숨 거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그녀는 집시를 닮은 면이 있었다.
기분 내키는 대로 천막을 치고 한동안 살다가 싫증 나면 망설임 없이 내던지고 떠나는 집시처럼 말이다.
니나의 마음속에는 고향 떠난 지 오래된 사람의 비애와 내키는 대로 사는 자유를 누리는 행복감이 함께 있었다.
니나는 그녀가 좋아하는 글 쓰는 일이 있었고 삶에 활기를 주는 사랑을 늘 하고 있었다.
행복이란 활기차게 무엇엔가 몰두해 있어야 느껴지는 게 아닐까?
그녀는 자신에게조차 구속받고 싶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운명을 만드는 건 결국 나 자신이니까.
니나는 그렇게 생의 한 가운데를 방황하며 떠돌고 있었다.
마치 이 항구 저 항구 떠돌다가 때가 되면 미련 없이 훌훌 떠나는 우리 마도로스같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한 시간이나 되었을까 갑판부원 몇 명이 나와서 로프를 건져 보자고 했다.
물살도 세고 큰 고기가 물었는지 두세 명이 도저히 끌어당길 수가 없었다.
부원 식당에서 쉬고 있는 선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니 모두 선미로 나왔다.
일고여덟 명의 건장한 선원들이 힘을 합쳐 로프를 잡아당기자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거센 물살과 함께 물린 고기도 엄청 힘이 센지 쉽게 수면 위로 올라오질 않았다.
힘을 합하여 한참 로프를 당기다 보니 사람보다 더 큰 상어 한 마리가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선미에서 상어를 올리기에는 버거울 것 같아 줄을 잡고 갱웨이 쪽으로 갔다.
갱웨이를 수면까지 내려서 발판에 상어를 얹어서 서서히 올리는데 뒤따라 사람 반 정도 크기의 돔이 올라오고 이름 모르는 고기들이 미끼를 입에 문 채 몸부림치며 잇따라 올라왔다.
선원들이 상어는 다시 바다에 놓아주고 엄청 큰 돔 두 마리와 이름 모르는 큰 고기 몇 마리를 주방으로 들고 들어갔다.
이를 지켜보던 선장과 기관장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웃고는 심심한데 마작 한 게임 하자고 했다.
1항사와 네 명이 사관 휴게실에서 즐거운 마작판이 벌어졌는데...
어선을 탔던 조타수가 금방 잡은 돔을 큰 접시에 산 채로 먹으라고 가져온 것이 아닌가.
아니 이걸 어떻게 먹으라고 의아하게 쳐다보니까 조타수가 빙그레 웃으며 껍질을 들어 보란다.
금방 잡은 고기가 눈을 끔뻑하고 있는데 껍질을 들어보니 그 밑에 하얀 속살이 가지런히 썰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우와!' 한꺼번에 터지는 함성과 함께 캡틴이 맥주 한 박스를 선원들 먹으라고 주었다.
다른 사관들도 품위 유지를 위해 한 박스씩 선원들 먹으라고 내놓고.
이렇게 독일로 가야 할 ‘HAPPY NINA’ 호는 남희 만나는 것이 부담되는지 서둘러 가지 않고 한 바다에서 싱싱하고 맛있는 돔과 맥주에 즐거운 밤이 깊어만 갔다.
남희가 어머니께 각인 되었던 것이 언제였더라.
언젠가 친구들과 돌아다니다가 배가 고프다고 갑자기 가까운 우리 집에 가자고 쳐들어온 적이 있었지.
엉겁결에 친구들을 맞은 어머니는 거기 한 예쁜 여학생이 끼어 있으니까 빙그레 미소를 머금고 힐끗힐끗 쳐다보며 라면을 한 솥 끓여 준 적이 있었다.
동기들이 다 들어가기에는 우리 집 방들이 좁아 마당 사방에 둘러앉아 먹었다.
친구들은 양껏 먹었는데, 나는 약간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빈 솥을 쳐다보고 있으니까 남희가 자기 먹던 것을 인심 쓰듯이 덜어주었다.
아무 소리 안 하고 받아먹는 나를 보고 어머니의 눈빛이 반짝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까지 집에서는 수저에 뭐 묻을까 봐 끄트머리를 밥상에 안 닿게 걸쳐 놓고, 밥이 부족해서 어머니가 드시던 밥을 덜어 준다 해도 됐다고 숟가락을 놓던 아들이.
그리고 나미가 예기치 않은 의외의 행동을 했지.
팔을 걷어붙이더니 친구들 먹은 그릇 챙겨서 설거지하려고 주방으로 진격했다.
내가 ‘어~ 그냥 놔두시지.’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괜찮아요, 엠티도 아닌 데 나미도 이런 거 잘해요~.’
이것 봐라, 언젠가 자기 것이 될 수도 있는 남자 엄마 앞에서 미리 연막을 치는 여시 남희.
한 녀자의 내숭 앞에서 모쏠의 단단한 껍데기가 서서히 깨지는 전주곡이 아닌지...
RailArt박우물 외국곡인지 알았네요. 무슨 곡이죠? 05-02
David 장차 시어머니가 될 사람 앞에 약해지는 그녀, 남희! 이뻐 보이는군요^^; 미래 시어머니가 얼마나 흐뭇했을까! 카~ 05-02
saci 우물님... 동기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 남자 곡을 모르네요? 이 멋진 목소리 바비킴이 지요... "약한 남자"... 요즘 뭐 새로운 드라마 곡도 부른다던데... 내가 이 곡때문에 "팻션70"인가 뭔가 하는 드라마를 다 봤다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거기서 이 약한 05-02
saci 남자를 의미하는 천 어쩌고하는 그 남자 배우도 좋아하게 됐지요. 얼마나 섹시한데... 그래서 난 꼭 바비킴이 천** 배우로 느껴지지요. 정말 노래 너무 잘해... 난 이 노래 가사를 딱 여자로 바꿔서 부르지요... "한 남자의 눈물 앞에서는 나의 세상이 무너진다..." 05-02
saci 아마 남희씨가 여우끼가 있군요... 언젠가 내 것이 될 수도 있는 남자 엄마 앞에서는... 미리 연막을 쳐놓는 군... 이래서 착한 부에노님이 빠졌군요... 그 넘의 "부에노 씨"에...... 05-02
유빈 그래서 아들 키워야 말짱 소용 없다니까요. 엄마 앞에서는 그렇게 까탈스럽게 굴던 머슴아가 여자 앞에서 꼼짝 못하고... 그런데 내가 왜 슬퍼지지 아들만 가진 엄마의 비애라 할까. ㅠㅠ 05-02
saci 유빈님 지금도 안 늦었는데...... 05-02
RailArt박우물 여기 모인 동기들이나 우리 라틴방 지우님들은 자녀들 이야기하는데 난 뭐야, 이거. ^*^ 제가 사실 드라마를 안 봐서... 바비킴 이야기는 엄청 들었는데... 사찌님 미안해라. 근데 한국에 있으면 한국을 더 모를 수 있어요. 외국 나가 있으면 제대로 관조가 되는 법. 05-02
유빈 saci 님 아니 내게 그렇게 심한말을... ㅠㅠㅠ 그건 농담이 아니라 제겐 악담이란 걸 아직 모르시는구나. 아들 둘에 손 들었답니다. 하하하 05-02
saci 에고... 그런건가... 늦동이 예쁜 막내딸... 난 아들 하나 더 갖고 싶어서...... 미안해요... 하하하... 05-02
부에노 유빈 누나. 안녕? 중학교 때 동숭동에서 신문 돌리던 저 기억해유?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대학생 누나의 모습이 넘 아름다워 넋을 잃었던 그 꼬맹이유. 뻬루방에서 사진보니까 누나 것은 없고 큰 애는 매형 판박이고 둘째가 누나 많이 닮았겠구먼. 05-02
부에노 그래도 앞으로 귀한 며느님 두 분이나 생길 건데... 얼마나 좋겠수? ㅋㅋㅋ 아이고, 누나도 벌써 손주 볼 나이(?)가 다 돼가나? 부에노 보면 이제 몰라 보겠다. 유조선 타다 보니 머리도 다 없어지고 앞니도... 웃으면 영락 없는 거울 앞에 선 맹구... ㅋ 05-02
saci 목동...... 안믿어... 05-02
유빈 영감님 거봐 이제 양치기 목동 다 되었쟎아. 푸하하하 단발머리도 이제 반백이 다 되어가는 세월에 고개 숙인 파파 할머니가 되어가고 있다우.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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