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앞바다에서 홍콩 선적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원유를 쏟으며 우현으로 기울어져 있다.
해난 사고와 선장의 리더십
해상에서 사고는 자주 일어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육상의 차량 충돌사고보다 만분의 일도 안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일부러 받으려고 해도 상대편 선박의 항해사들이 졸기 전에는 받을 수도 없다.
망망대해에서 어쩌다가 일어나는 선박 충돌사고는 정말 재수 옴 붙은 거라고 표현할 수밖에…
전에 만리포 해수욕장으로 많이 알려진 대산항 부근에서 인천 대교 공사를 마친 삼성물산 소속 크레인 부선(동력이 없는 배)을 예인선이 경남 거제로 끌고 가던 중에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그 부선이, 정박해 있던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충돌하여 약 만이천여 톤의 원유가 유출되어 온 나라 안이 시끌벅적했다.
사고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당직 항해사와 본선 책임자의 과실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항만 당국에서 예인선단의 운항 상태가 미심쩍어 양 선박을 비상 호출 채널로 계속 호출하였으나 응답이 없어서 담당자는 예인선 선장의 휴대 전화 번호를 겨우 알아내어 사고 발생 한 시간 전에 연락이 되었으나 충돌을 예방하지 못했다.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는 기름이 이렇게 해상에 유출되면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어 어민들의 생계는 말할 것도 없고,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수십 년에서 보통 백 년은 걸린다고 한다.
지난 1995년 전남 여천 앞바다에서 일어난 씨프린스호 원유 유출 사건의 경우 지금도 침몰 해역 바닥에서 기름띠가 발견된다고 한다.
태안 앞바다 원유 유출 사고가 알려지자 ‘우리 바다를 살리자’며 자원봉사자들이 전국에서 몰려왔다.
학생, 일반인 등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연인원 백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자원봉사자들은 언제 끝날지도 모를 기름 제거작업을 묵묵히 계속해서 불가능할 것 같던 해안의 기름을 대부분 제거하였고 마지막에는 자갈 하나하나에 묻어 있던 기름까지 닦아냈다고 한다.
“자기의 소중한 물건이라도 닦는 것처럼, 그렇게 닦아서는 바다로 던졌다. 너무도 감동해서 목이 메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어느 자원봉사자의 회고담이다.
최악의 원유 유출 사고를 일으킨 Exxon Valdez 호
세계 원유 유출 사건 중 최대 규모의 하나로 알려진 알래스카 해상 원유 유출 사건을 언급해 본다.
1989년 알래스카의 발데스 항에서 21만 톤의 원유를 싣고 프린스 윌리엄만을 나오던 엑손 발데스호가 암초에 부딪혔다.
선장 헤이젤우드는 음주 항해로 세 번이나 면허정지를 받은 인물이었다.
사고 당시에도 그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한다.
그는 출항 후 배를 3항사에게 맡겼다.
서툰 3항사는 빙산을 피하려다 항로를 벗어났고 당황하여 우왕좌왕하다가 암초에 충돌하여 배에 구멍이 났고 대재앙이 시작됐다.
무려 사만이천여 톤의 원유가 바다로 쏟아졌고 청정한 알래스카 해안이 기름으로 뒤덮였다.
피해 해안선 길이만 해도 무려 1,600km에 달했다고 한다.
이 사고로 바닷새 수십만 마리가 죽었고 그 외 해양동물과 어류의 희생은 집계조차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엑손사는 그 후 몇 년 동안 기름 제거 작업에만 25억 달러를 지출했고 주민이주와 손해배상 등에 모두 50억 달러 이상을 쓴 거로 발표됐다.
해양오염 사고 중 최악의 하나인 엑손 발데스호의 눈에 보이는 피해가 대충 그 정도였지만, 수십 년이 지난 현재에도 생태계의 상처는 완전히 아물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면 글쓴이가 십 년 넘게 배를 타면서 해난 사고를 직접 겪은 적이 있었나?
대답은 ‘전혀 없었다.’이고 다른 배끼리 부딪친 것도 직접 본 적이 없었다.
다만 글쓴이가 미국 TEEKAY사의 유조선 OPPAMA SPIRIT 호를 탈 때 그 회사의 자매선인 OSHIMA SPIRIT 호가 인도양 항해 중에 필리핀 화물선과 충돌한 사고는 들은 적이 있다.
일항사 당직 교대 시간인 새벽 네 시 경에 발생한 사고로 선수가 깨지면서 앵커가 한 바다로 쏟아져 내려 자력으로 항해할 수가 없어 육상에서 지원 나온 전문가의 조언대로 싱가포르로 예인해 독크에서 수리하는 등 선주에게 엄청난 피해를 줬었다.
그로 인해 선주의 부인이 재일교포라 한국인 선원들로 사십여 척의 유조선을 채우려던 계획이 무산되어 급료 좋던 일자리가 한꺼번에 사라진 일이 있었다.
해상에서의 선박끼리 충돌하는 사고는 항해가 통제 안 되는 악천후나 기관, 조타장비 고장 아니면 좀체 일어나지 않는 건데 선주 측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재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고 나서 선박에서도 항해 중에 음주 단속을 하기 시작했다.
항해 당직을 올라오는 선원들은 브리지에 비치된 음주 측정기를 불어 수치를 적고 이상이 없어야 당직에 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회사들이 생겨났다.
불타는 현대 컨테이너선은 연료 이송 고압 파이프가 터져서 기름이 유출되어
연돌 부근에서 발화되어 불이 났으나 독크에서 수리해 계속 운항했다고 한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원래 유조선이었으나 광석 운반선으로 개조한 노후선으로 브라질에서 철광석 26만 톤가량을 싣고
중국 칭따오로 가다가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서 선체균열로 침몰했다.
한국 본사 폴라리스쉬핑에 '긴급 상황입니다. 물이 새고, 긴급하게 기울고 있습니다.'는
선박 침수 상황을 카톡 메시지로 보낸 뒤 연락이 두절되고 사라졌다.
대형 크루즈선 꼬스따 꽁꼬르디아호가 좌초했을 때 승객 대피를 지휘하지 않고 도망간 이탈리아 선장은
34명의 사망, 실종자를 내 직무유기죄 등으로 희생자 한 명당 84년으로 2,697년을 구형받았다고 한다.
‘선장은 배와 운명을 같이 한다’는 자랑스러운 전통을 저버린 세월호 선장을 뉴욕 타임스는 강도 높게 비난했다.
꼭 배와 운명을 같이 하지 않더라도 승선한 모든 사람을 구한 후에 배를 빠져나오는 것은 책임을 다했으니 뭐라 할 사람도 없고 아주 잘한 일로 생각된다.
선장의 책임감과 영웅적 리더십으로 타이태닉호와 운명을 같이한 스미스 선장은 과연 영웅인가?
당대 최고 선장의 마지막 모습은 분명 후배들에게 아름다운 전통을 남겼다.
그러나 타이태닉호의 전문가 폴은 스미스 선장을 영웅이 아니라 재앙을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말한다.
빙산이 많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탐조등과 망원경을 규정대로 설치하지 않았고 망루의 야간 견시 선원을 부족하게 배치했고 빙산 출몰지역에서 대서양 횡단 신기록을 내기 위해 속력을 빨리 냈다.
또, 구조요청을 위한 폭죽 발사도 시간 간격을 지키지 않아 인근을 지나는 어느 선박도 조난 사실을 몰랐다.
그리고 선장과 영웅적인 선원들은 승객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고 끝까지 애를 썼으나 당시 잔잔한 파도에서 구명정에 사람을 더 태웠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선사나 당시 규정 미비의 잘못으로 승선 인원보다 구명 장비가 턱없이 부족해 칠백여 명만 구조되고 애먼 승객과 승조원 천오백여 명이 대서양 한 바다에서 몰살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육군 마이가리 대장 출신에 국군 최고 통수권자였던 분이 군함 순시 때 선교의 함장 자리에는 대통령도 앉지 않는다는 전통을 만들었다.
전 승조원과 승객의 생사를 책임지는 선장을 최고로 예우하는 전통을 만든 것은 아주 잘한 거로 생각한다.
미합중국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잃거나 다친 군인, 경찰, 소방관 등에게 최고의 예우를 하는 것은 너무나 아름다운 문화이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문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뿌리를 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전에 한 해군 제독이 야간 항해 중에 한잔 거나하게 걸치고 선교에 올라갔더니 정면에 불빛이 보여 길을 비키라고 했단다.
앞의 불빛이 ‘당신이 비켜야지.’라고 발광 신호를 보내와서 그 제독이 화가 나 ‘건방진 것이 나 제독이다, 니가 비켜.’ 하면서 성질을 버럭 냈다나.
그랬더니 앞에서 ‘내비도~, 나 등대거든.’ 했다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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