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zing grace y 생명의 숨은 은인

부에노(조운엽) 2016. 4. 17. 07:14

 

 

콥쿤 마 카(감사합니다).

 

 

 

오래된 샘터 2005년 4월호 36쪽을 보다가 우연히 아르헨티나 이민 수기로 유명하신 무늬만여우공주 님의 행복 일기를 보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생명의 숨은 은인

 

 

참 사춘기였던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자 집안에는 큰 혼란이 왔다.

전혀 대비가 없다가 생활전선에 뛰어든 엄마는 정신이 없어서 내가 동생의 도시락까지 챙겨주어야 했다.

나는 그런 집안 환경에 자꾸만 반감을 갖게 되었고 공부에도 흥미를 잃게 되었다.

 

당시 내가 살던 동네에 소위 문제아라는 친구가 여럿 있었다.

어느 날 동네 친구 하나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 그 애 엄마가 학교로 불려왔다.

선생님과 그 엄마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마침 내가 우연히 그 곁을 지나가다가 두 분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선생님은 내 이름을 이야기하면서 나랑 친하게 지낸다면 그 친구가 더 나쁘게 되지 않을 거라고 친구 엄마에게 말씀하셨다. 

난 선생님이 보증하는 아주 착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다.

난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막막했던 세상에 한 줄기 빛이 강하게 비춰졌다.

 

 

 

 

강가 숲, 땡볓 아래에서 소를 돌보며 공부하는 젊은이

 

 

그 후 나는 정말로 선생님 말씀대로 좋은 학생이 되기 위해 공부도 열심히 했고 친구들이 잘못된 길로 가려고 하면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친구가 되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선생님의 사랑을 듬뿍 받게 되었고 장학금까지 받게 되었다.

 

당시 엄마는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한다.

혼자서 동생과 나를 키울 자신이 없었던 엄마는 셋이 함께 죽자는 생각에 쥐약을 사다 놓으셨단다.

그런데 그 날 학교에서 돌아온 내가 기쁜 얼굴로 장학금을 타게 됐다고 자랑하는 바람에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것이다.

 

결국 선생님의 말 한마디로 인해 내가 용기를 얻게 되었고 내가 변화하여 우리 가족 셋의 목숨을 건진 셈이었다.

그렇게 선생님은 아이들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분이다.

 

 

 

 글 이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