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레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안치환 y 지들이 꽃이니까...

부에노(조운엽) 2017. 5. 12. 10:25

 

 

졸업식

 

지들이 꽃이니까...

 

 

내가 '모교'라고 부르는 곳 앞에 가끔 가기는 한다.

서부 교육청이 그 근처에 있어 출장을 가기도 하고, 음식을 먹으러 가기도 하고

정기적으로 머리하러 간다.

막상 학교 안으로 들어가 본 적은 별로 없다.

아이가 아직 어릴 때 아이를 봐주시는 이모랑 은행을 주우러 갔던 적이 있고,

일본 친구들과 밤중에 휘익 한 바퀴를 돌아본 적이 있다.

그것도 이 년은 더 된 일인 것 같다.

 

어제 학교 안으로 들어가게 된 것은 머리가 빨리 끝나 시간여유가 있어서였는지,

늘 공사 중이었던 교문 앞이 조금은 정비되어 보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전날 보았던 TV프로 덕이었는지 모르겠다.

7080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는 프로그램이었었던 것 같다.

어릴 때는 예쁜 꽃에 왜 눈이 가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는 말에 가수 양희은이 '지들이 꽃이니까~'라고 답하였다.

인상적인 답이었고, 내가 꽃이었던 그 시절 생각도 잠깐 했었다.

내가 꽃이긴 했었나?

 

내 학교를 재학 시절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다.

막상 대학 입학시험을 눈앞에 두자 어떻게 해서든지 합격을 해야 했다.

그것도 과야 어쨌든 이름 있는 학교에 가야한다는 허영심과 내 변변치 않은 성적이 타협을 한 것이 바로 내 학교 내 과였다.

후배들이 들으면 펄쩍 뛰겠다.

내 입학 시절과는 달리 초등교육학과가 취업률이 매우 좋아지면서 합격 점수가 매우 높아서 지금 후배들은 나와 다르다. ^^

내 선배의 딸은 초등교육학과에 낙방하고 의대에 진학했다. ㅋㅋ

점수와 타협할 때 물론 어린 시절의 수많은 소망 중의 하나였던 교사가 고려되었고, 어찌되었던 4년을 마치고 쭉 아이들과 지내고 있다.

처음 보다는 아이들과 생활하는 게 훨씬 좋고 뭐랄까 소명감 같은 것도 날로 깊어지고 있다.

 

학교 안에 들어서려고 하자 옛 생각이 꾸역꾸역 솟아났다.

학교 앞의 다리는 복개되었다.

예전 다리 밑 철로로 경의선 열차가 지나고 있었고, 봄철에는 검자줏빛 목단이 피고 또 지고 있었다.

복개된 밑으로 뭔가 보이나 했더니 어디로도 밑을 내려다 볼 수 없다.

 

교문을 들어서는 길에 플랜카드들이 붙어있었다.

등록금문제가 가장 큰 이슈인 모양이다.

늘 공사중인 교문과 없어진 운동장에 대한 불만들이 보인다.

사회문제 보다는 학내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우리 때와는 조금 다른 듯... ^^

  

가장 달라진 것은 교문을 들어서며 오른쪽에 있던 운동장이 없어졌다는 놀라운 사실이었다.

교양체육시간에 배구도 하고 운동회도 하고 여러 행사를 하던 운동장이 없어졌고 운동장을 둘러싸고 있던 숲도 없어졌다.

 

대강당이 보인다.

4년 내내 채플이 있었다. 

마치 고등학교처럼 지정 좌석이 있었고 거기에 앉아 예배를 봤다.

종교에 대해 삐딱하던 시절이었지만 기독교 학과 교수님들의 설교는 재미있었다.

 

 

 

계단 한 귀퉁이에 있던 귀여운 장난질...

 

 

 

사범대학 건물 앞에 가서 깜짝 놀랐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배꽃 비를 맞던 벤치가 있던 자리에 초현대식 건물이 들어섰다.

건물 표시가 없었더라면 아마 잘못 찾아왔나 했을 것이다.

동창회비로 1년에 2만 원 내고 그 빨강 수첩 받는 것밖에 한 것은 없지만

학교는 이렇게 달라지고 있구나.

교사가 되는 기본 소양을 대학에서 배운 게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학교에서 아무 것도 배운 것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나는 강의, 기억하고 싶은 강좌가 하나도 없다.

직업을 다시 고를 수 있다면 역시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겠지만 사범대학에 다시 가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학교는 예뻤다.

학생들이 학교를 비웠지만 젊은 나뭇잎들이 빛나고 있었다.

 

 

 

 

친일파 논란이 있어 동상이 학교 내에 있는 게 늘 논란이 되었던

김활란 초대 총장은 아직도 그 자리에서 학교를 지키고 있다.

변화 되고 있는 학교를 내려다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군...

 

구내 카페도 있다.

고즈넉해서... 앉아 있기 좋겠다. 

 

 

 

 

운동장을 없애고 이런 종류의 편의 시설을 유치하는 것에 대해 난 별로 할 말이 없다.

내가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사람이 못 되기 때문이다.

고려 대학교에도 이런 식의 컴플렉스가 건설되었는데, 계획 당시에 운동장이 없어지는 것에 대해 분개하고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나중에 보니 여러 모로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비전을 갖고 볼 줄 모르기 때문에 잘 되었다 그렇지 않다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누드 엘리베이터와 커다란 연통 같은 시설물들이 지금의 현존 건물들과 어울리지가 않았고,

운동장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학교 안에서 보이는 밖은 산만하기 이를 데 없다.

왼쪽으로 아파트와 상가 건물, 저 멀리 복잡하게 서있는 건물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ㅠㅠ

하긴, 이제 학교 앞은 마치 남대문 시장 같다.

큰길과 사잇길를 걸어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장면이 산만한 것은 골목들의 모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닐지도 몰라...

 

 

 

 

오랜만에 찾은 학교는 크게 달라져 있었다.

지들이 꽃인 학생들도 별로 보지 못했고, 추억할 일도 많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하긴 학교보다 학교 아닌 곳에서 보낸 시간들이 훨씬 많으니까, 당연하지!!!

 

 

글 : angel57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