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르담 항의 에라스무스 다리 야경과 주변의 수많은 카페
항해일지 중 꿈에서나마
옅은 안개가 낀 독일 함부르크 항으로 진입하는 ‘HAPPY NINA’ 호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과 마치 어촌같이 작고 한적한 델프질 항에서 콩가루를 무사히 풀어주고 계속되는 짧은 항해 중에, 더러워진 갑판을 청소하랴 외항에서 승선할 도선사가 붙잡고 올라올 사닥다리를 설치하랴 갑판부 선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인근에는 유럽의 물류를 실어나르는 수많은 화물선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HAPPY NINA’ 호는 독일 선주가 보유한 40여 척의 화물선 중 지난 일 년간 운임수입 대비 가장 경제성 있는 선박 상위에 들어 본사에서 기념 화보를 작성하기 위해 홍보팀이 방선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편에 남희가 근무하는 방송국 취재팀도 같이 방선하기로 결정되었고, 이윽고 Pilot을 선두로 본사 홍보팀, 방송국 취재팀이 미속으로 항진하는 ‘HAPPY NINA’ 호의 좌현에 설치한 로프 사다리에 달라붙어 한 명씩 배에 올라오고 무거운 장비들을 힘겹게 올리고 있었다
방송국 취재팀은 갑판까지 마중 나온 남희와 반갑게 인사하자마자 바로 마이크를 주며 촬영에 들어갔다.
역시 프로들은 뭐가 달라도 달라.
같이 올라온 Pilot을 촬영하고, 타고 온 배를 잠시 기다리라 하고 역시 무비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리고 붙잡고 올라온 사다리를 걷어 올리는 것까지 꼼꼼히 촬영하고 남희를 따라 선교로 올라왔다.
반갑게 맞이하는 안 선장님.
오늘따라 트레이드마크인 삐딱하게 쓴 선장 모자와 입에 문 파이프가 여간 멋있게 보이는 것이 아니다.
오늘은 흰 정복을 칼같이 다려 입었다.
취재진이 고개 숙여 인사하면서도 계속 카메라는 돌아가고 남희의 멘트도 쉬지 않고 이어진다.
“여기 오대양 육대주에서 외화 획득의 숨은 파수꾼들인 독일 선주의 라이베리아 국적 화물선 ‘HAPPY NINA’ 호의 선상에서 선장님 말씀을 직접 시청자 여러분과 같이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며 재빨리 마이크를 안 선장님 앞에 대는 남희.
평상시 무뚝뚝하고 그 많은 선원을 무섭게, 때로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호령하던 캡틴도 카메라 마이크 앞에서는 갑자기 주눅이 드는지 말을 더듬었다.
“에... 또... 안녕하세요?”
“선장님, 이거 생방송 아니 거든요. 편집할 거니까 그냥 평상시처럼 편하게 말씀하세요.”
남희의 애교 섞인 말에 헛기침만 하는 캡틴.
다시 마이크를 캡틴에게 대려하자 망원경으로 앞을 보며 ‘저어~ 지금 배 붙여야 하는 데요.’라며 이마의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말하는 캡틴.
“잠시 마이크를 일등 항해사님께 돌리겠습니다.”
남희가 말을 하면서 1항사 쪽으로 몸을 돌리자 버얼써 바람과 같이 사라진 칩오피서.
‘어디 갔지? 조금 전에 옆에 있는 거 같았는데...’ 혼자 종알거린다.
“다음에는 ‘HAPPY NINA’ 호의 모든 통신을 담당하는 심장부인 통신실을 취재하겠습니다.”
머리를 갸웃하며 통신실로 들이닥치는 남희와 취재진.
“아, 통신장님. 먼저 하나 묻겠는데 선장님 견장이 4줄이고 통신장님 견장은 3줄인데 그건 무슨 의미입니까?”
남희의 속사포 같은 말에 이어 마이크를 내 앞에 댄다.
“네, 군대에서 정해진 계급같이 비행기나 어느 배에서든 최고 책임자인 선, 기장은 견장이 4줄이고 그 밑에 1등 항해사, 1등 기관사와 통신장 등 고급 사관은 3줄입니다. 그리고 초급 사관인 2, 3등 항해사와 기관사는 2줄 내지는 1줄입니다.”
“아, 네.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궁금한 것이 이렇게 장기간 해상생활을 하면서 특별히 불편하다든가 어려운 점이 있으시다면...”
“네, 해상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익숙해져서 별다른 불편한 점은 없고요, 육상보다 더 잘 먹고 편한 편입니다. 다만 아쉽다면 여자와 빨래가...”
‘아이고, 저 푼수... 또 여자하고 속옷 타령이냐?’라고 종알거리며 다시 마이크를 잡는 남희.
“이렇게 해상생활하시면서 제일 생각나는 사람은요?”
갑자기 화색이 돌면서 마이크를 뺏다시피 잡아채며 말했다.
“네, 역시 저를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부모님도 많이 생각납니다만, 역시 우리 애인 나미가 더 생각납니다. 하하하.”
“야, 짜샤! 지금 장난하냐? 지금 녹화 중이야, 카메라 돌아가고 있다구우~!”
성질내는 남희의 입을 갑자기 거칠게 입으로 틀어막고 미친 듯이 봉긋한 가슴과 미니스커트 속을 더듬었다.
그녀 역시 더는 참지 못하겠는지 도발적으로 혀를 움직이며 여러 사람이 보거나 말거나 내 옷을 벗기려 했다.
“야, 은여바! 너 정말 이럴래? 여기까지 와서 조냐? 588번 타고 왔다 갔다 할 때도 밤새 졸더니...”
고개를 흔들며 눈을 스르르 떠보니 로테르담의 노천카페 테이블에 놓여 있는 하얀 말리부 병과 빠에야의 노란 샤프란 소스가 남아 있는 접시 그리고 애잔한 표정의 남희...
“음냐, 음냐. 보드랍고 뭉클하니 맛있었는데...”
말리부를 온더락스로 홀짝홀짝 마시며 남희에게 알렉산드리아의 클레오파트라 이야기를 하다가 남희에 취한 건지 달콤한 말리부에 맛이 간 건지 나도 모르게 깜빡 존 모양이다.
남희가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렉산드리아에서 히파티아와 전혀 의도되지 않은 이별은 잔혹함이라고 생각해. 그러한 열병에 대한 기억으로 우리는 살아가는 게 아닐까. 맛있는 것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열병도 해본 사람만이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겠지. 은여비에게 더 뜨겁고 아름다운 다음 사랑이 올 거라고 느낀다. 꼭 나미가 아니더라도... 히파티아는 아름다운 로망으로 영원히 간직해.”
별지면-내리는비 ...그랬었구나... 그런 일이 있었구나. 꿈에서... 근데요 빠에야의 노란 사프란 소스가 참
독특하죠, 그쵸...? 하하 일단 성공하셨는데... 이젠 너무 야한 것 아닌가요... 에휴 낮뜨거워... 후후~ 05-08
세인트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부에노님의 '연애일지'~!ㅎㅎ 빠에야의 그 노란 사프란 소스, 처음엔 느끼하지만 먹다 보면 나름 향긋한 그 냄새가 자꾸 먹고 싶게 만들더라구요. ^^ 05-08
RailArt박우물 즉석 매운탕 연애일지 잘 봅니다. 냉동된 거 아니죠. ^*^. 소재야 옛날 거지만... 05-08
별지면-내리는비 ^--------^ 좌절하기 없기... 관객이 예술과 외설의 2진법적 구조만을 그대를 평하더 라도 절대 좌절 금지. 우물님 냉동이 아닌 것 같구요. 펄펄 살아서 바다에서 방금 잡아올린 매운탕이죠... 그래두 무대가 바다인데 냉동은 아니죠... ^.* 후후후 ~ 05-08
별지면-내리는비 부에노님 아르헨 요리나 우루과이 요리 몇 개 소개해주세요. 안토니오 한테 물어서 스페인 요리도 좋구요. 예전에 스페인에서 아침을 먹었는데 그 달걀 요리 이름이 기억 안 나요... 제가 제목에 좀 약해서... 음 글구 안토니오 스탈 빠에야도 좀 갈켜주세요. 05-08
별지면-내리는비 제가 요리하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요. 세계요리 연구에 관심이 많아요 집에 세계요리 재료 수집도 다 하고 있쟎아요. 하하.. 그러니 재료에 신경 쓰지 마시고 좋은 요리 소개 좀 시켜주세요. 제가 집에서 만들어서 사진도 올려볼게요. 한 번도 사진 올려본 적 05-08
별지면-내리는비 없지만... 다른 분들도 다 하시는 것 보니깐... 저두 이래저래 해보면 되겠죠. 그리고 오늘 항해일지도 무지 재미있었구요. 솔직하고 꾸밈없는 님 글이 좋아요. 살면서 하도 척을 많이 봐서... 05-08
별지면-내리는비 그리고 제 닉도 불러주시고 오늘은 황홀했구요... 후후후 ~ 오늘은 연어 요리 할려구요. 갑자기 안토니오는 어떻게 연어를 요리할까 궁금해지네요. 05-08
momo0506 '꿈에서 조차' 청소년 등급입니다. ㅋㅋ. 범생과 소심함의 진수를 보이십니다. 오늘은 어버이날! 멀리 나가사시는 분들 부모님께 전화라도 하셨겠지요? 05-08
EverlastingSam 정말 재밌게 글 쓰시네요. 완전 부에노님 팬 됐어요! ㅋㅋㅋㅋ 오늘두 다음에 들어오자마자 일케 라틴방부터 확인하고~ ㅋㅋㅋㅋ 05-08
부에노 모두 감사합니다. 요리 글을 어떻게 올려야 할까... 연구해 볼게요. 항해일지 한 켠에 집어 넣으면 욕할까? ㅋ 애고 다음 글, 아직 영감이 안 온다. ㅜㅜ 05-08
saci 그럼 그렇지... 아니 드디어 부에노가 본색을 드러내고... 부뚜막에 올라갔구나... 했더니...... 몇 번을 읽어도 너무 웃겨...... 아니 또 졸아~~? 세월이 지나구 그렇게 힘들게 만났는데 또 조네...... 참.저리 답답한 부에노를 뭐가 좋다구...... 남희가 참 답답하지... 05-08
saci 그러다가 넌 그렇게 졸면서 천천히 해... 난 좀 숨가쁜 사랑이 필요해... 그러면서 날아 가버리는 게 아닌가...... 아니면... 넌 죽었다 깨나도... 예나 지금이나 안 되겠다... 하는 것이 아닌지...... 엉덩이 걷어차이기 전에... 뭔가...... 실시......!!!! 05-08
saci 벌떡 일어나서... 어깨를 안아주며 걷던가... 그 아름다운 긴 머리를 손가락으로 빗겨주 던가... 예쁘다구 칭찬을 하던가... 죽을 만큼 보고 싶었다고 하던가... 뭔가 진행이 되야지... 허구헌 날 마시던 술을 이 마당에 거기까지 가서... 또 취하도록 마시나...... 에고... 05-08
saci 바보...... 여자들은 입맞춤이나... 자거나... 그런 것보다는 이런 것들에 더 기억을 하고... 자신이 사랑받는다고 느끼는데...... 에고...... 바보 꾸벅꾸벅 졸면서... 가슴이나 더듬는 상상이나 하구...... 05-08
saci 고로... 부에노 작가님은...... 플레이보이가 아니었다... 내지는 사랑에 서툴다.....가 읽혀졌음......하하하...... 05-08
바다 ㅎㅎㅎㅎㅎ 빠에야 먹어보고 싶네요. 05-08
Leonardo 바쁜 와중에도 정말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계속 써주세요~ ^^ (전 중간에 웬지 꿈이신줄...알았다는... ㅎㅎㅎ) 05-08
부에노 영감이 saci 언니한테 많이 배운다니까... 어캐 역습을 할까 목하 고민중... 역습에 집중하다보면 또 무슨 푼수짓이 나올지 본인도 책임 못짐... jajaja. 상큼 바다 님. 방가! Leonardo 님, 논문 다 돼갑니까? ^^ 05-08
워렌버팡 아이구, 이거 후끈~~ 달아오르는 구만 05-08
별지면-내리는비 좋은아침~~ 아직도 뒷편이 안 올라왔네요... 옷사러 가신다구 했는데 아직 쇼핑하는모습 못보구 있네요. 남희씨가 물질에 약한 여자인지 아닌지 알고 싶고 취향이 어떤지도 알고 싶고 옷한 벌에 빰에 뽀뽀는 받아내었는지 알고 싶고... 05-09
별지면-내리는비 범생이 스탈에 갑자기 두 계단씩 뛰어넘는 진도 말구... 새끼 손가락부터... 가는 것 보고 싶은데... 미니스커트에 어떤 신발을 신었을까? 운동화라면 운동화 끈이 풀려 범생이가 다시 매어 줄 수도 있고 빼닥 구두라면 힐이 부러져 어케 할 수도 있고... 05-09
별지면-내리는비 쇼핑하다 분수대 앞에서 함께 분수대 물을 마시다 가벼운 입맞춤할 수도 있고 같은 빨대를 사용할 수도있고... 저무는 저녁 노을 앞에서 이마에 입맞춤할 수도 있고, 하지만 범생이 스탈에 세련된 멋보다는 책임감 있고 적당한 겉멋과 소심함을 동시에 05-09
별지면-내리는비 지닌 주인공은 어케 나올지??? 궁금하네요. 자신의 성격처럼 약간은 유머스러하게 얼렁뚱땅 야하게 넘어갈란가??? 궁금궁금 ~ 05-09
별지면-내리는비 참, 부에노님 우루과이에 계신가 봐요. 전 아르헨인 줄 알았어요. 우루과이 쪽에 와인은 어때요 ? 와인농장 하는 것이 제 소원이거든요. 05-09
saci 하하하...... 포도 농원+와인숙성창고...를 와인농원이라 하는 구나... 난 와인밭에서 와인이 주렁주렁 열리는 것 같아서...... 05-09
별지면-내리는비 후후후 ~ 병째루 그쵸? 까만 병~ 초록색 병... 담긴 와인이... 하하하... 05-09
David 라틴방에 부에노 항해일지가 없다면 무슨 재미로 들어올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부에노영감님! 아자!!!~ 근데, 하모니카 소리 넘 좋군요. 한국에서부터 갖고 있던 하모니카 15년도 넘은 건데, 아직도 불고 있는데, 소리가 좀 이상해졌지만...... 05-09
saci 그럼 전재덕 하모니카 음악도 좋아하는 거죠? 완전히 환상 그자체인데...... 언제 올려 드릴게요. 오늘 엄마가 전재덕 콘서트에 갔다 왔다고 자랑하던데...... 05-09
부에노 별 님. 꿈은 이루어집니다. 이쪽 와인도 많이 나와요. 맛이야 다 좋은 거고(?)... 여기선 농장에 가보진 않아서리... 님이 글을 쓰시면 부에노 영감보다 훨 잘 쓰시겠군요. 전 어떨 땐 덧글 하나 쓰는 것도 힘들어 하는데 이리 술술 잘 써내려 가는 것을 보니... 05-09
David 국장님! 항해일지 아무나 쓰나요? 삶이 틀린데, 별님은 대장금2 빨리 만들어 올리시면 감싸!!. 기대 엄청하고 있습니다. ^^ 05-09
별지면-내리는비 부에노님, 그 시나리오 다 님 글이에요. 제글은 하나도 없어요... 항해일지는 남자들의 세계인데 제가 어떻게 쓰나요? 전그냥 구조만 바꾸었죠. 다 님 글입니다. 제가 어떻게 바다를 이해하고 항해를 꿈꾸겠습니까? 부에노님 전부 부에노님 글이고 말투고... 05-10
별지면-내리는비 그렇습니다... 그러니 부에노님 글은 예술이고요... 항해일지는 아무나 쓸 수 없어요. 님이 아니면 안 되는것이고... David 님 말씀대로 대장금2 나 준비할게요. 레시피나 좀 올려주셔요. 하하하하 부에노님 무례했담 죄송하구요... 부에노님 글 아주 잘 쓰시구요... 05-10
별지면-내리는비 하하하 부에노님 술맛은 무조건 좋다는 말씀~~ 후후후 은근히 술꾼이신가? 요즘 이곳에 아르헨 와인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어요... 그렇죠 꿈은 이루어지겠죠... 05-10
David 와! 행복한 소녀 화물선이 3등 안에 드는 상을 받았군요. 어떻게 팀웍을 이루셨기에... 지가요, 국장님 빽으로 1항사로 특채로 고용된지(?) 1주도 안 되는 초짜여서 앞으로 국장님과 함께 항해하는데 도움이 되야 될 텐데... 마이 부탁드립니더. ^^* 07.05.09 12:16
부에노 jajaja. 제가 많이 부탁드립니다. 오감이 갈치 님... 존 하루... ^^ 07.05.09 20:10
지심행 "음냐, 음냐. 보드랍고 뭉클하니 맛있었는데......" 아니, 이 은어는 뭐다요. 이해가 안 가네. ㅋ 07.05.10 01:49
부에노 은어 아닌디요... ㅋㅋㅋ 정말 맛있어요... 보드랍고 뭉클하니, 지구 역사상 이것보다 더 아름답고 맛있는 거는 없었죠. ^^ 07.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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