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원의 항해일지

로테르담의 상큼한 바다

부에노(조운엽) 2019. 8. 11. 06:08

 


 

아름다운 로테르담 에라스무스 브리지 야경

 

 

 

로테르담의 상큼한 바다



파리에 에펠탑이 있고 뉴욕에 자유의 여신상이 있다면 로테르담에는 에라스무스 다리가 있다.

조물주가 자연을 창조하였다면 로테르담은 네덜란드인들이 손수 만들었다.

바다보다 낮은 육지, 그 바다와의 투쟁이 그들의 역사 자체인 네덜란드.

알프스의 양치기 소년과 함께 우리가 어렸을 때 종종 들은 자기 팔로 둑을 막은 어린 네덜란드 소년. 

알프스에서 시작하여 북부 유럽 대륙을 지나 북해로 흘러가는 라인강의 끝자락.

그 마스 강변에 자리 잡은 네덜란드 최대 산업도시이자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로테르담 항구.

네덜란드의 풍차, 젖소와 튤립에 대한 선입견을 바뀌게 한 도시.

그리고 어느 노래 가사처럼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저기 보이는 에라스무스 다리를 향하여 남희와 나는 노천카페에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보행자 전용거리인 라인반을 걷고 있었다.

배로 돌아가 쉬려면 밤이 지쳐서 숨기 전에 우리는 저 다리를 건너야 한다.

로테르담 거리는 네덜란드 출신 화가 고흐와 렘브란트의 색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남희의 팔짱 낀 손을 가볍게 흘리며 어깨를 안았다.

목덜미의 긴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어 부드럽게 헤집는다.

동시에 어깨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다리를 향해 걸으면서 손으로 남희의 등을 간지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역시 걸리는 게 없다.

속눈썹을 부르르 떠는 남희.


“춥니? 왜 떨어?”

내 능청맞은 말에 목소리가 잠기는 남희.

“몰라, 등을 만지니까...”

“그러니? 난 온몸이 성감대인데...”

“야, 너 프로 아냐?”

“애고, 뭔...”

“짜식이 싱겁긴. 야, 담배 하나 주라.”

“응, 언니. 자~.”

“야! 불도 줘야 할 거 아냐?”

“네, 여기.”


손으로 바람을 막으며 라이터를 켜서 서로 담뱃불을 붙인다.

“근데, 나미야. 난 여자들 담배 피우는 거 보면 참 섹시하게 보인다.”

“그래서?”

“여자가 담배를 물고 있는 빨간 입술을 보면 뽀~하고 싶어져...”


“야, 넌 뭔 맛으로 술 마시냐? 만날 졸면서...”

“응, 난 술 마시면 행복해.”

“너 중독 아냐?”

“글쎄... 술 마시면 기분이 좋아져서 나쁜 일도 다 좋게 생각되고 그러다 보면 디아블라를 만나게 된다.”

“뭐라고? 그거 또 여자 귀신이냐?”

“행복의 여자 구신이야. 그래서 손잡고 같이 꿈나라로 가.”

“웃~기고 있네. 그래서 아까 그렇게 행복한 표정으로 뭔가를 쪽쪽 빠는 시늉을 했냐?”

“... (난 기가 막히게 맛있었는데... ^^)”


“야, 은여바! 근데 거리에 전봇대가 없다. 전깃줄, 전화선 다 땅속에 묻은 모양이다. 전찻길만 빼고.”

“응, 정말 그렇네. 나미 너, 누가 공돌이 출신 아니랄까 봐 눈썰미도 좋다. 하하하. 로테르담이 이차대전 때 폐허가 되고 새로 만든 도시라 그런 모양이다. 세계 건축 문화도시라고도 하잖아.”

“어! 저기 말로만 듣던 연주차도 있네. 벌써 두 번째 본다.”

“응, 정말! 저기 점자처럼 보이는 책이 악보인 모양이지?”

“그래. 저거를 집어넣으면 차에서 연주가 되나?”


어느덧 백조 모양의 우아한 에라스무스 브리지에 들어선다.

성직자이자 인문 철학자로서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공부한 자국인 Erasmus의 이름을 딴 아름다운 다리.

엄청나게 많은 학생이 그의 이름을 딴 에라스무스 장학금을 받고 공부한다.

그 학생들이 사회에 나와 제 역할을 할 땐 자기 나라의 중심에 설 거란 생각이 든다.


“아, 상큼한 바다!”

남희의 말에 내가 대꾸했다.

“여긴 강이라니까. 라인강 지류 마스강이야. 바다는 한 이삼십 킬로 더 가야 해.”

"어이, 범생 씨! 캄캄한데 강이나 바다나 상큼하면 됐지, 모처럼 왔는데 초치긴.”

 

에라스무스 브리지에서 로테르담의 아름다운 야경을 넋을 잃고 보고 있는 남희를 뒤에서 부드럽게 껴안고 그녀의 하얀 목에 그리고 향기로운 머리에 입술을 비비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떼 아모(사랑해) 나미...”

기대오는 그녀의 보드라운 살과 체중을 온몸으로 느낀다.

부드러운 머릿결이 나의 얼굴과 목을 간지럽게 하고, 알 수 없는 저 깊은 곳에서 밤하늘의 불꽃처럼 환희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듯한 전율을 느낀다. 

 

 

 

 



 

 

 

부에노 애고, 힘들다, 힘들어!!! 개그 전문이 연애일지를 쓰려니... ㅋ ^^     05-09

한국인 부에노님 참 부럽습니다. 전문 분야 글도 한번 올려 보심이.....   05-09

한국인 로테르담... 오래전 암스테르담과 BREDA쪽만 업무차 다녀 왔는데...... 사진으로 보이는 로테르담이 참 풍치가 있어 보입니다. 중앙역 근처, 이상한 곳과 SEX 박물관은 일본 친구들 줄서서 구경하더라고요. 친절함이 몸에 뱄다는 일본인들......   05-09

별지면-내리는비 아니 이게 무슨 텔레파시... 제가 등을 생각했다는 것 아닙니까? 후후 어제밤에요... 부에노님 오늘상당히 로맨틱하신데 이러다 카사노바 되시는 것은 아닐지??? 그림이 그려지네요... 밤하늘의 불꽃놀이가 울려퍼지는 그림이...   05-09

RailArt박우물 개그전문이 연애일지라... 그러게 본인 스스로가 인정하네요. 님의 글이 여기서 감초와 웃음의 역할 톡톡히 합니다.   05-09

바다 작가신가 보다 →뱃사람이신가 ? 그렇구나...→뱃사람 아닌 거 같아. 레스토랑 하신다네, 그렇구나... 글 쓰는 분이구나. → 이 글이 실제 경험인지... 이젠 모르겠습니다. 배 탔던 분 치고는 피부색이 너무 뽀얗던데...어쨌던 덕분에 요즘 재미있어요.   05-09

바다 드뎌 저 등장했네요? ㅎㅎㅎㅎ 별 생각 없이 읽다가... 상큼한 바다...ㅎㅎㅎㅎ 웃었습니다.    05-09

부에노 한국인 님. 감사합니다. 제 평상시 글이, 삶이 그저 웃음과 칭찬의 연속이고 개그입니다. 와우, 별 님하고 필이 통했네요. 어제 타이톤가 타이틀로 님을 쓰길 잘 했군요, 필이 바로 이어지니까요. ㅋ 우물 님, 방가. 하하하. 상큼한 바다 님, 아예 닉을 변경     05-09

EverlastingSam 사진을 보니 알젠틴의 puerto madero에 있는 다리가 생각나네요~ 담편이 궁금해요~ ㅋㅋㅋ   05-09

YUHKI KURAMOTO 사진의 다리가 정말 아름답군요. 참 세상이 넓은데 지금까지 우물안 개구리처럼 살아 온 것 같네요. 이번 여행 때 꼭 뵙고 싶네요.   05-09

saci 안되는 연애 실력으로 연애일지를 쓰느라... 머리가 더 빠지시는게 아닐까... 심히... 걱정 되면서...... 내가 어제 구박한게 괜히 미안해지네...... 바다님...... 부에노님은 견장에 줄 세 개 달린 통신사로 십년 이상 뱃사람이었던 분 맞지요...... 우리의 열화같은 기대로   05-09

saci 남희씨와의 연애담이 좀 길어진 감이 있으나... 원래는 전형적인 항해일지를 코믹하게 쓰시던 분이지요...... 거의 대부분이 실화였다고... 인터뷰로 들었읍니다... 하하하... 이제 그만 볶아야지... 나 안 할래... 그러실까 걱정이 좀 됩니다......   05-09

워렌버팡 아우, 정말 후끈 달아오르는 구만 ~~~잉 ^^   05-09

별지면-내리는비 부에노님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무례했던 것 같아요. 부에노님 기분나쁘셨담 죄송합니다...... 근데 saci 님 인터뷰라니 무슨 그런 엄청난 말씀을... 혹시... 제가 부에노님 작품에 누가 될까? 갑자기 고민되네요... ㅠㅠㅠ~   05-10

부에노 별 님, 그대가 없으면 부에노 영감이 넘 허전해유... 물개 시나리오도 애를 써 고생해서 만들어 멋지게 올려놓고 왜 삭제한다요? 라틴방은 다국적, 다문화의 멋진 교류장이자 쉼터에요. 푼수 글은 두둘겨 맞을 땐 맞고... 항상 기분 좋은 하루... ^^     05-10
 
지심행 코코... 무드 쥑인다. 다음편을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짠짜라 쨘!!! 07.05.10 01:51 

 
saci 근데... 왠지 이 글은 부에노님 냄새와는 쫌 다른 것 같지 않나요?...... 부에노님 특유의 맛이 사라진 것 같지는 않나요...?... 07.05.10 02:14

부에노 애고, 컨닝한 것도 다 아시네... 역시 박사님은 박사여... ㅜㅜ 07.05.10 05:10

saci 그래서요... 부에노님은 부에노님 답게 써야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아팠지요... 사람마다 있는 특유의 색을 함부로 바래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아무리 골라진... 다듬어진 글도... 특유의 냄새가 달라지면... 안되는 거라고.... 07.05.10 05:21

saci 다음부터는 절대 잔소리 안하겠습니다... 약속... 07.05.10 05:21

부에노 안 돼욧! 잔소리 안 하면 항해일지 안 쓸거양~~~ 07.05.11 12:50

지심행 사찌님은 정말 예리하시네요. 전 부에노님이 약간 능청스럽게 남의 흉내를 좀내보려나 했지요. 잔소리는 관심의 다른 얼굴인데 안 한다면 부에노님 그럼 서운할낀데. 07.05.12 0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