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항구의 야경
함부르크의 로망스
항구는 보통 바다에 있지만, 독일 최대의 항구인 함부르크항은 엘베강 하구 110km 상류의 양안에 걸쳐 있는 독특한 항구이다.
함부르크항을 향해 북해를 항해하는 우리의 ‘HAPPY NINA’ 호의 통신실 옆 데크에서 나와 남희는 네덜란드와 독일의 아스라하게 보이는 해변을 바라보며 깨가 쏟아지게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속삭여댔는지 대화 내용은 별로 기억나진 않지만, 젊은 우리는 무척 행복했었으리라.
남희의 목덜미와 등을 가볍게 터치하며 ‘로망스’를 반주하다가 모르스 부호로 ‘I love you.’를 눌렀다가 독일어로 ‘Ich liebe dich.’도 치고, 내 손놀림에 따라 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까르르 넘어가는 남희.
이번에는 역습으로 남희가 뒤에서 안고 목을 입으로 간지럽힌다.
“어어, 난 몸 전체가 성감대라니까. 아이고, 배에서 떨어지겠다. 조심...”
혹시나 남희가 떨어질까 봐 뒤로 안고 더 끌어당겼다.
아, 등이 왜 이렇게 행복한 거야.
바로 위층의 윙 브리지에서 전방을 견시하던 안 선장님이 더 못 참아주겠는지 헛기침을 하고 브리지 안으로 들어가는 발소리가 들린다.
우리는 찔끔하고 웃음을 멈춘다.
더욱 가까워지는 함부르크 항.
항구 입구에 Welcome Point라는 게 있어 그 앞을 통과하는 선박의 국기를 올리고 국가를 틀어준다.
애석하게도 ‘HAPPY NINA’ 호는 한국 선원이 타고 있어도 배 국적이 라이베리아라 애국가가 나올 수가 없다.
컨테이너가 산더미같이 부두를 메우고 있다.
남희가 탄성을 지른다.
“야~, 바다에서 보는 육지는 넘 환상이다.”
“응, 육지에서 보는 바다도 아름답지만 이렇게 배에서 바다와 어우러져서 보이는 육지가 더 아름다울 거야.”
“전에 해양수산부 장관이 함부르크에 방문했을 때 취재하러 와서 여길 와 봤는데 그 경치보다 훨 죽인다.”
“응, 그 양반? 나도 전에 부산에서 국회의원 선거 유세할 때 한 번 봤는데 원고를 책 읽듯이 그냥 읽던데 인기는 좋은가 보더라.”
부두가 가까워지자 “ALL STATION, ALL STAND BY!”가 시작된다.
둘은 통신실로 가 비상대기에 들어갔다.
“브리지 여기 풉, 감도 있습니까?”
“풉, 감도 좋아요.”
선미에서 2항사의 마이크 소리에 3항사가 바로 대답했다.
남희가 생글거리며 묻는다.
“자기야, ‘POOP’ 뭐라 하는데 그게 뭐야?”
“응, 하하하. 이거 남희 때문에 다시 재방송해야겠구나. 옛날에는 배 뒤꽁무니에서 응가를 했대. 그래서 선미를, 엉덩이를 뜻하는 영어로 ‘POOP’이라 한대.”
“뭐, 풉? 하하하. 아이고, 배야.”
“너무 그러지 마라. 시집 안 간, 듣는 선미 씨 기분 나쁘겠다.”
선박 무선 전화 VHF에서 선박과 함부르크 무선국, Pilot 그리고 Port Operation과 교신하는 소리가 치이~ 하는 잡음과 함께 시끄럽게 들린다.
“자기야. 정말 배에서 하는 무선전화는 다 들리네. 어디 어디서 들리는 거야?”
남희가 묻기에 나는 허리가 휘도록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주변에 보이는 배에서는 다 들리고, 우리 배에서는 브리지, 통신실, 캡틴 집무실 그리고 화물 당직실 그렇게 네 군데에 저게 있어.”
“어머머, 이를 어째? 그럼 정말 급히 나오느라 속에 아무것도 안 입었다는 이야기 다 들었겠네.”
분홍빛으로 변하는 얼굴을 손으로 문지르며 남희가 종알거린다.
그런 그녀가 귀여워서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대고 안아주며 속삭였다.
“하하하. 로테르담에서 한국말 알아듣는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김치찌개 만들어줄게 같이 갈래?”
남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바로 대답했다.
“그래, 가!”
“그래, 그럼.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외부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좀 싫어하는 편이거든. 내가 사주부 부서장인데 설마 눈치야 줄라고. 더군다나 남희가 같이 있는데, 하하하.”
돼지 삼겹살 푹푹 썰어 삭힌 김치와 볶아서 김치찌개를 다 끓여 남희와 간을 보고 있는데 선내 방송이 들렸다.
“국장. 배 다 붙였네. 수속관과 방송국 직원들 갱웨이 밑에서 기다리고 있네. 얼른 가 보소.”
나는 급히 입을 물로 헹구고 넥타이를 고쳐 매며 현문으로 남희와 같이 나갔다.
배에 올라 온 수속관, 대리점 직원과 인사를 하고 방송국 직원들과도 반갑게 악수했다.
인사를 나누자마자 독일 지사장이 남희에게 급하게 지시한다.
“어이, 남희 씨. 내일 본에서 G8 외무 장관 회담이 있으니 내일 아침 비행기로 올라가야 해요. 그리 알고 준비해요.”
“어머~ 어린 왕자의 북유럽 항해일지는 어쩌고...”
남희가 아쉬운 듯 혼잣말로 종알댔다.
saci kyoon님 언젠가 베트남에 자리 잡으시면... 제가 놀러가지요. 가보고 싶은 나라거든요. 그럼 술은 못드실테니... 베트남 쌀국수라도 같이 먹지요... 영화 얘기하면서... 이 음악 제가 찾아드린 건데. 부에노님이 kyoon님에게 드리는구나... 생각했습니다... 건강하세요~ 05-10
RailArt박우물 제 컴퓨터에서는 기타 음색이 약간 전자음으로 들리네요???? 클래식 기타 맞나요? 기타 배우는 사람들 아마 이 곡은 달고 다닐텐데... 좋습니다. 음악과 글이 잘 맞네요. 05-10
알젠의 봄 로망스... 항해일지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묻혔던 음악들을 고스란히 듣게 되지요.. 05-10
바다 '짜샤'가 어느 새 '자기야'로 바뀌었네요. ^^ 05-10
멋쟁이 박우물님 이건 클래식 기타 아니네요. 클래식은 역시 PERU CONDOR가 좋은데 중국산에 밀려서 문 닫은거 같네요. 홈피가 없어요. 이번 주에 아들 기타 사러가서 확인 좀 해야겠어요. 몇 안 남은 페루 악기 회사인데...... 그나 저나 전 언제 나오나요? 05-10
kyoon midi음이로군요. 전혀 다른 맛이... 가슴을 울리는대신에... 귓가에 맴도는... ^^ 부에노 님 감사... saci님께는 더더욱 감사... "기대 반, 우려 반"이라는 화물을 싣고가는 Happy Nina 호의 앞날에 순풍만이 있기를... ^*^ 워낙 노련한 항해사들이라서... 중독 증세가... 05-10
부에노 kyoon 님, 덧글 올려놓고 사라지면 뒷글이 썰렁하잖우... 하하하. 영감 자연으로 돌아가기 전에 벳남 쌀국수는 먹어 봐야쥬... 아, 하노이, 사이공... 그리고 Imagine... 흐미야... 잊혀졌던 기억들이 되살아나는 통에 영감도 정신을 못 차리는 중... 05-10
부에노 상큼바다 님은 지금 뻬루방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중... 글 하나 올렸다면 덧글이 20개 이상... 와우...! 영감 글 올리면 라틴방에서 본 거라고 겨우 두어 개, 애썼시유... ㅋ 멋쟁이 님, 캐릭터가 넘 강해서리 목하 고민중입니다. 이해하시죠? ^^ 05-10
saci 정말 자기야...로 바뀌었네...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바뀐 것도 몰랐네요... 근데... 벌써 둘이 헤어지는 거나...? 아직 부에노님은 사랑한다는 답도 못받았잖아요...... 어째... 난 이리 아쉽냐............ 그래도 시간은 가야하니까...... 05-10
saci 근데... 별님은...? 어제 우리 얘기하고 나서 보니... 시나리오가 사라졌어요... 부에노님이 교정지우다 같이 지웠을리는 만무하고...... 난 참 재미있게 봤는데... 시나리오 더 들고 빨리 오지...... 05-10
세인트 그러게요... 짜샤가 자기야로 바뀌어서 훨씬 부드럽고 자연스러워요. ^^ 05-10
saci 부에노님... 부에노님 블로그 가서... 사진보고 왔지요... 어렸을 때 무지 예쁘다는 소리 많이 들었을 것 같네요... 근데... 왜 입을 안벌리고 웃어요...? 김치... 또는 치즈... 이를 보이구 웃어봐요... 이제 우루과이 사니까... 에쁜 부에노님... 하하하... 05-10
별지면-내리는비 saci님 시나리오 얘기는 그만 뚝~~~ (어휴, 부끄부끄~~) 부에노님 화푸세요. 맘에 담아두기 없기에요... 근데 saci님은 어디로 어케 가서 사진도 보고 그러시나요? 저두 좀 갈켜주세용~~... 아... 부에노님이 이쁘시구나... 저도 그럴 것 같았다는... 05-11
부에노 saci 님이 소설 쓰는 거에요. 유조선 탈 때 앞니가 두 개 빠져서리 웃을 때 입을 절대 안 벌리죠. 손으로 가리면 몰라도... 머리도 이제 1/3 남았나... ㅜㅜ 그나저나 배는 왜 이리 안 들어 가나... 하루 두 끼 먹을까 말까 하는데... 별 님, 낚이지 마삼! ㅋ 05-11
별지면-내리는비 후후후 ~ 언제 제가 시간 많이 날 때... 혹은 갑자기 맘이 동해서 호기심이 마구 마구 일때~ 제가 찾아 보겠습니다... 뭐... 찾는 것 이런 것에 소질이 많다구 남들이 그러더군요. 후후후 ~~ 두 끼 먹으면 배가 더 나와요... 양을 적게 하루에 세 끼나 네 끼 혹은 05-11
별지면-내리는비 다섯 끼나 여섯 끼로 나누어 드셔야 배가 안 나온데요... 근데 자칭 영감님이시라니 연륜과 함께 배는 필수 아닌가 몰라???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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