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항의 야경
너무 사랑해서 못다 한 말
바다 같은 강을 바라보고 있으니 바다가 그립다.
남희와 마주 앉아있는데 그녀가 애타게 그리운 건 또 뭘까.
아무런 말 없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시나몬과 스위트 바질이 들어간 따뜻한 와인을 두 호리병째 시킨다.
서서히 친근해지는 어둠 속의 촛불처럼 무엇인가를 향하여 불타고 있는 남희의 이글거리는 눈동자.
이윽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자기,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고 있어?”
“...”
“말해 봐! 아무 이야기든...”
“...”
함부르크는 독일의 북쪽에 위치한 큰 내륙항구이다.
해안으로부터 100km 이상을 강을 타고 들어가야만 한다.
내륙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무역항으로 육로와 철도, 운하로 연계되는 기능이 훨씬 많은 천혜의 환경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대전쯤에 대형 화물선이 드나든다고 생각하면 될까.
부두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시청사 건물로 쓰고 있는 1897년에 지었다는 라타우스를 지나 광장 옆에 예쁜 파라솔을 쳐놓은 카페에 아무 말 없이 앉아 있길 한 시간 정도 되었을까.
옆에는 액세서리를 파는 노점상도 있고 거리 예술가들의 공연도 펼쳐지고 있다.
선착장에는 기다리지 않아도 탈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유람선이 보였다.
큰 도시지만, 여느 작은 도시와 같이 조용하고 깨끗하게 느껴진다.
반쯤 먹다 만 햄버거가 슬프게 놓여있다.
햄버거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으나 13세기 몽골 제국의 칭기즈칸이 유라시아 대륙을 정벌할 때 며칠씩 쉬지 않고 말을 달리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개발하여 몽골이 모스크바를 점령하면서 러시아에 전해졌고 이후 17세기 독일의 항구도시 함부르크에 전해졌다고 한다.
‘함부르크 스테이크’는 선원들을 통해 뉴욕에 전파되어 요즘의 햄버거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 선원들이 역사의 한 면을 장식한 작은 실예이다.
“나미야! 나 배 내릴까?”
“...”
“나, 이대로 내일 나미를 못 보낼 거 같아.”
“...”
떠들썩한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옆자리에 앉는다.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SV의 축구 시합이 있었던 모양이다.
함부르크 SV에는 우리나라 유소년 축구 선수인 16세의 손흥민 등 3명의 선수가 유학 왔다고 한다.
축구에 목매고 사는 많은 유럽인.
박지성이 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응원하기 위해 인생을 바친다는 영국인들도 있다던데 이들도 그런 부류의 사람들일까?
해도 해도 너무하는 유럽의 훌리건들.
얼마 전 벨기에 회사로 팔린 브레멘의 유명한 맥주 브랜드였던 BECKS DRAFT를 시켜 마시면서 주위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왁자지껄하니 떠들어댄다.
너무 시끄러워 눈짓과 함께 남희에게 일어나자고 고개를 끄떡였다.
우리나라가 아라비아 상인에 의해 KOREA로 서양에 알려지기 시작한 고려 시대에 해당하는 시기라니 그 역사와 높이에 압도당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물론 입장료를 내야 들어간다.
그러면 당연히 그 안의 사진은 공짜로 볼 수 있지.
시내 먼 곳 어디에도 산이 보이지 않는다.
“자기야!”
남희가 팔짱을 낀 채 부른다.
“응...”
“아까부터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하게 하는데?”
“아니, 뭐. 할 말이...”
“은여바!”
.
.
“응...”
“내가 너 사랑하는 거 알고 있지? 아주 오래전부터... 동숭동 눈 오던 그때보다도 더 오래전, 아니 강촌에 엠티 갈 때 그전부터...”
“...”
“내 가슴 한쪽은 늘 네게 가 있을 거야. 이제 우리는 혼자가 아니야. 너는 혜린이 언니의 고통을 이겨내고 키일 운하에서 당당히 정면을 마주 보고 설 수 있었잖아.”
“...”
“너는 너의 자리에서... 나는 나의 자리에서... 언젠가 다시 닿게 되는 날까지, 이렇게 서로를 가슴으로 안고 사는 거야. 그게 언제가 되더라도...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히지 않는 존재가 되고 싶어.”
“...”
“자기야!, 자! 그만 털고 들어가자.”
그렇게 이야기하며 일어서는 남희의 모습이 내 마음에는 왠지 처연하게 느껴진다.
내 눈동자 속에는 검푸른 엘베강이 도시의 불빛에 거울처럼 반사되어 물안개처럼 반짝이고 그리고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탈래탈래 물먹은 솜 모양 힘없이 ‘HAPPY NINA’ 호에 돌아오자 1항사가 입을 함지박만큼 벌리고 둘을 반긴다.
“특파원 아가씨! 어린 왕자의 항해일지는 어케 되지요? 마눌님에게 전화해서 테레비에 나올 거라고 자랑해 놓았는데...”
RailArt박우물 사랑했노라~그런데 아무 말 못했노라. ㅡㅡㅡㅡㅡㅡ 다음 이야기들을 또 기대해봐야 겠네요. 마음이 울적하나요. 이 음악이 심경을 대신하는 것은 아닌지. 잘 읽었습니다. 05-11
알젠의 봄 일지가 계속 될 수록 웬만한 노랜 다 듣는것 같습니다. one summer night도 나올 듯 한데.. 05-11
별지면-내리는비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않는 의미가 되고싶다... 이제는 기억에서도 가물가물~~ 부에노님 행복했던 순간이 가고 이제는 이별의 시간이 오네요. 이제 겨우 호칭도 업그레이드 되었는데... 이별은 너무 싫어~~ ㅠㅠㅠㅠ 05-11
별지면-내리는비 있잖아요... 예전에는 참고, 멀리서 바라보고, 아파하고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않는... 그런 오래 기다리고 사랑하는 일에 가슴이 무너졌었지요... 하지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격정적이고 불타는 그런 사랑이 좋아졌어요...... 05-11
별지면-내리는비 사랑도 첫눈에 반하는 숨막히는 사랑이좋고... 그도 지극히 남성적이라 열정을 보이는... 숨막히게 사랑한다고 하는 그런 그가 좋아요. 사랑! 어디까지 일까? 05-11
워렌버팡 부에노님 이건 테러 수준인데요???? 라틴방을 후끈 달아 오르게 하고선 이게 무슨 북극 곰이 팥빙수 먹는 경우래요...... 이거 옛날 연애 생각나네, 쩝... 밀고 땡기고 암튼 다음편 기대할께요. 05-11
saci 별님... 난 애초부터 그랬지요... 처음부터... 쾅 부딪히고 숨막히는......... 아마 난 "참고, 멀리서 바라보고, 아파하고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않는... 그런 오래 기다리고..." 이런 덴....., 솔직히 놀구있네...... 할 수 있는 너나 해라... 하하하... 05-11
saci 아마 부에노님과 남희씨는 이런 데 소질이 있던가... 이럴 수 있는 동물 아닌 척 할 수 있는 이들이거나... 이겠지요.......... 뭐... 그러다가... 어느 날 쾅하고 뭔가 나타나면... 다 와르르 무너지는 거지... 뭐... 이성이고 소질이고...... 악담입니까? 죄송합니다. 05-11
별지면-내리는비 후후후~ saci님 어제는 안 보이시는 것 같아 무지 서운했다는~~ ㅠㅠㅠ 그렇죠, 부에노님과 남희씨는 우리랑 넘 많이 다르죠?... 우리가 좀 배워야되는 것 아닐까요? 찰스 황태자 같은 사랑??... 그래두 언젠가 폭풍칠 날이 올 것 같은 예감이... 05-12
별지면-내리는비 부에노님 힘내세요. saci님과 제가 농담하는 것이에요. 이방에 요즘 여자 분이 많이 안 보이잖아요... 포이즌님도 요즘 안 오시고 토마토님이랑 saci 님과 저 이렇게 여자 세 명 숨쉬는 모습을 보이니깐... 이쁘게 봐주세요... 절대 부에노님 팬입니다. 05-12
David 아이고! ㅋㅋㅋㅋ. 우와! 저도 삼인방, 세 자매의 활약에 큰 기대가 되는데요. 그렇쵸! 라틴방 캡틴님이 빠져서 좀 허전하죠!. 05-12
별지면-내리는비 하하하 저는 답글만 열심히 달구요... 토마토님과 saci 님이 글도 잘 쓰시니깐... 빨리 포이즌 님이 오셔야 될 텐데... 그쵸, David님...? 05-12
부에노 poison 님도 곧 오실 거고... 유빈 누나는 돼지 바베큐 드시고 올 거고... 우리의 토마토 언니는 얼마나 예쁠까? ^^ 05-12
루니유니 오~~ 음악 너무 좋아요, 사무실 분위기 환기시키려 소리 크게 틀었는데, 다들 너무 좋아하네요. :) 마의 오후 3시... 저희 현지인 직원들 얼굴도 생기가 돌아왔어요! :) 05-12
부에노 와우~ 루니유니 님, 영감도 기뻐요. ^^ 05-12
멋쟁이 형님 전 언제 나오나요. 전 심술 궂은 세관원 정도가 좋은데.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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