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캄보디아 나무 다음 꼬

부에노(조운엽) 2018. 4. 13. 11:17






향과 접착제를 만드는 다음 꼬




캄보디아에서 흔한 나무인 다음 꼬의 잎을 말려 향을 만들고 접착제를 만든다고 들었다.

지인이 본드 대신 친환경 접착제를 만드는 걸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해서 주변에 수소문했다.

두 명에게 물어봤는데 바로 알더라.

그래서 좀 가까운 깜뽕 츠낭에 사는 라인 반장 알린 씨 고향에 같이 가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전화가 와서 7시쯤 가기로 하고 타이어 바람을 확인했더니 앞바퀴 하나가 바람이 새는 것 같아 때우는데 기사가 바퀴가 너무 낡아 바꾸는 것이 낫겠다고 말했다.

얼마냐 물었더니 70불인데 65불까지 해주겠단다.

두 개 바꾸면 130불이다.


지금 타고 있는 차는 월 400불 정도 하는 임대차다.

싼타페 2002년식인데 한국 같으면 벌써 폐차 깜인데 캄보디아에선 고장 나면 그냥 수리해주고 잘 타고 다닌다.

렌터카 회사 법인장에게 전화해서 지방에 가려 하는데 바퀴가 낡아 때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더니 공장으로 오란다.


바퀴에 바람이 새는 것을 물을 뿌려 보여주고 바꿔달라 했다.

지금은 캄보디아 설날 연휴 앞이라 모두 들떠서 마음은 다 고향에 가 있는 것 같았다.

기사 중 고참에게 빳빳한 캄보디아 지폐 사만 리엘을 주면서 직원들 콜라라도 사 마시라고 줬다.

그랬더니 조금 전에 매니저가 에어컨 필터가 없다고 했는데 선임 기사가 어디서 필터 새 것을 갖고 와서 바꿔준다.

에어컨 프레온 가스도 알아서 넣어주고 엔진 오일, 핸들 오일, 부러쉬 액 그리고 라디에이터 물까지 보충해준다.

작은 정성에 이들의 마음이 움직인 모양이다.


기분 좋게 알린 씨와 딸 윈나, 일당 직원 쓰라이 니 씨 그리고 캄보디아에 온 지 한 달 남짓해 어리벙벙할 김 선생님과 같이 5번 국도를 향해 달렸다.

가면서 귀여운 윈나 양 입을 즐겁게 해주려고 먹을 것을 사려는데 마땅치가 않았다.

옛날 캄보디아 수도였던 우동에서 제과점을 보고 맛있는 빵을 샀다. 

대체로 이런 경우 빵을 막 주워 담는데 알린 씨는 달랐다.

시골 친척도 주게 많이 담으라고 했는데 몇 개만 담고 욕심을 내지 않았다.

연인이 아닌 노사 관계라 그랬을까?





깜뽕 츠낭의 시골길



캄보디아 시골에 가서 시골 닭은 먹고 가야 기본은 한 거 아닌가.

토종닭 이야기를 했더니 알린 씨가 전화해서 어머니 보고 시골 닭 좀 삶으라고 했다.

난 모안 니 쓰라에 또잇으로 삶아달라고 부탁했다.

시골 수탉은 웬만큼 삶아서는 살은 엄청 질기고 뼈는 쇳덩어리 같다.

작은 암탉은 그래도 좀 부드럽다.

그리고 시골 닭은 나무 위나 땅에서 이십여 미터 정도는 그냥 날아다닌다.


알린 씨 고향 집에 도착해서 식구들에게 인사하고 갓 딴 오이와 플라에 크나오(잭 프룻) 등에 맥주를 마시고 있으니 먹음직스러운 씨암탉이 삶아 나왔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부드러운 날개부터 떼어먹고 질긴 다리는 양보했다.

식구들도 같이 먹자고 몇 번 이야기했는데 그냥 그렇게 지나갔었다.

먹다가 새 그릇에 닭이 한 마리 더 나오고 먹다 남은 그릇은 물렸다.


그런데 아뿔싸...

무안할까봐 곁눈질은 하지 않았지만, 조금 남은 그릇에 식구들이 다 달라붙어 먹는 것 같았다.

우리 먹는 새 그릇에 각자 먹을 것 조금만 떼고 상 좀 치워달라 했다.

이런 경우 다음에는 네댓 마리 삶아 달라 해서 같이 먹어야겠다.

마음이 좀 불편했던 캄보디아의 현실이었다.







모두 평상에서 낮잠 좀 자고 다음 꼬를 보러 갔다.

곳곳에 줄기가 녹색인 그 나무가 있었다.

지금은 건기라 잎이 많지 않았다.

잎을 떼어 잘라보니 수액도 거의 없고 끈끈함도 없었다.

동네 할머니께 물어보니 우기에 잎이 많이 나고 그걸 따 말려 향을 만들고 접착제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씨앗 주머닌 주먹보다 크고 속에 목화같이 솜이 들어있다.

우기에 다시 한번 보러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