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뒤에서 바지 오버록을 언니들 못지않게 재봉하는 귀염둥이 막내 쓰라이 오은 양
프놈펜에서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
캄보디아에는 재봉사가 월급제와 일당제가 있다.
월급제는 '씨 카에', 일당 직원은 '씨 틍아이' 또는 '씨 마옹'이라 부른다.
'씨'는 캄보디아 말로 '먹는다'라는 뜻이고 '카에'는 '월', '틍아이'는 '날', '마옹'은 '시간'이란 말이다.
뜻 그대로 월급쟁이와 하루 일해 벌어먹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공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월급제 직원을 쓰고 납기가 바쁠 때 일당제 재봉사를 부른다.
재봉사들은 자기 사정에 따라 월급제로 일했다가 돈이 급히 필요하면 일당으로 뛰기도 하고 오로지 일당제로만 일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기능이 뛰어난 선수는 꿰맨 만큼 받아가는 씰 로(피스제)로 일해 몇 배를 벌기도 한다.
월급제 직원은 후불성 임금이 있고 결근율이 낮지만 시간만 지나면 월급이 나오니 건성으로 일하는 경향이 많고, 일당제는 하루 일당만 받기에 자기가 일하고 싶으면 하고 불편하면 그만두는 등 자유스러워 결근율이 높다.
그런 장단점이 있기에 공장 관리자는 직원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글쓴이가 몇 년 전에 일하던 공장이 망해 책임자는 다 도망가고 혼자 남아 직원들 밀린 급료를 원청 회사와 함께 정리한 직후 친한 직원들이 자진해서 자기들이 일당으로 뛰겠다고 해서 시작한 객공 일로 밥벌이를 한 지 수년이 됐다.
많은 직원이 왔다 가고 지금은 짠 리나 씨 등 몇 명이 변함없이 일하고 대부분 새로 정든 직원들이다.
일당 재봉사 14명이 시간당 긴바지 140장을 만드는 것은 정말 열심히 일한 결과라 생각한다.
드레스 라인 재봉사 29명이 시간당 생산량 150장으로 안정되고 어제 170장이 올라 모두 신이 났는데 오늘 여섯 명이 결근해서 생산량이 뚝 떨어졌다.
라인은 팀 워크로 돌아가는데 군데군데 이빨 빠진 것처럼 비었으니 라인 반장 알린 씨가 생산이 안 나와 풀이 팍 죽었다가 오후에 두 명을 불러와 다시 140장대로 올라갔다.
바지 라인은 그저께 열네 명이 시간당 130장까지 올라 다른 공장 사장이 와서 보고는 적은 인원으로 생산 잘 나온다고 부러워했는데 어제 세 명이 결근해서 7~80장으로 뚝 떨어져 분위기가 썰렁했다.
오늘 두 명을 충원하고 반장 쓰라이 몸 씨가 밀린 공정 몇 군데를 바삐 도와주면서 생산이 140장 스테디이다.
누가 눈치 주거나 시킨 것도 아닌데 반장과 고참들은 점심 식사를 알리는 벨이 울렸는데 마치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작업 시작 전에 먼저 일을 시작한다.
덥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보통 잔업 포함 하루 열 시간 일하니 피곤할 텐데 대가 센 캄보디아 여인들이 악착같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생산이 지지부진해서 늘어질 땐 머릿속이 지진난 것같이 정신이 사납다가, 생산이 잘 나오면 돈 생각 이전에 성취감에 기분이 엄청 좋고 밥맛도 좋다.
내려갔다 올라가는 게 우리 인생이니만큼 살아있음에 늘 고맙게 생각하고, 이렇게 봉제 공장의 일상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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