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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 선생님 이름은 잊었지만

부에노(조운엽) 2020. 5. 15. 06:38






지금 그 선생님 이름은 잊었지만



배경 음악 : To sir with love https://www.youtube.com/watch?v=nXaEf4ktpPA



누구나 학창 시절에 기억에 남는 선생님들이 있다.

살다 보면 기억들이 쇠퇴해져 그 많았던 선생님 중에 유독 기억에 남는 분들은 손가락 꼽을 정도인데 중학생 때 담임 선생님이 종종 생각난다.

국민학교 졸업해서 빡빡머리에 검은 교복을 입고 아차산이 보이는 중랑교 건너편에 있는 신설 중학교에 입학했다.

건물도 채 다 짓지 못해 공사 중인 썰렁한 학교에 입학해서 젊은 담임 선생님을 맞이했다.

지금 기억으로 그 당시 이십 대 후반이나 되었을까?

짙은 눈썹에 미남이었던 선생님은 과묵하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어린 우리에게도 확실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어버이날이 어머니날이었던 그때 학교에서 어머님을 모시고 행사를 했다.

다들 젊은 어머니를 학교에 오라고 해서 행사를 했었는데 다 잊어버리고 기억에 남는 것은 담임 선생님이 그 많은 학부모 앞에서 마이크도 제쳐놓고 '봄 처녀'를 멋들어지게 부르셨던 일이다.

뭐, 노래를 잘하시는 분이라기보다는 배에 손을 얹고 열정적으로 부르셨던 기억만이 지금도 생생하다.

나중에 들은 뒷이야기로 교무 주임께서 행사 때 선생님 중 누가 노래 한 곡 부르라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자 노래 부르는 담임 선생님 반 학생들은 특별히 잘 봐줄 거라 해서 우리 담임 선생님이 나섰다고 했다.

무슨 혜택을 주었는지 기억은 없지만, 어린 친구들이 담임 선생님을 다시 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하루는 선생님 수업 시간에 평소보다는 더 멋지게 차려입고 강단에 섰다.

잠시 후 교장 선생님 이하 여러 선생님과 못 보던 분들이 교실 뒤에 와 섰다.

선생님은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수업을 진행하셨는데 애들도 긴장하였는지 선생님이 아는 사람 손 들어 보라고 해도 평소에 손을 잘 들던 아이들도 주눅이 들어서인지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아 수업이 답답하게 진행됐다.

선생님은 그래도 개의치 않고 '야! 평소대로 해. 사내자식들이...'라고 말씀하시며 당당하게 수업을 진행하셨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반 아이들이 당시 명문 고등학교에 여러 명이 들어갔었는데 말이다.

그때 얄개전에 보면 수업 발표회 때 선생님이 미리 '모르는 놈은 왼손을 들고 확실히 아는 애들은 오른손을 들어라.' 하는 사전 귀띔도 전혀 안 하셔서 어린 나이에도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때 종종 수업의 연장으로 조조할인 단체 영화 관람을 하러 갔었다.

한 학년이 15반에 천 명이 넘어서 작은 극장보다는 객석이 많은 대한 극장에 자주 갔었는데 'To sir with love'가 나오는 '언제나 마음은 태양'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그 영화에서 시드니 포이티어가 멋진 선생님 역을 맡아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그때 그 담임 선생님이 기억난다.

공부 잘하나 못 하나 학생들 차별하지도 않았고, 자기 주관대로 곳곳이 사는 멋진 선생님으로 말이다.

정말 보고 싶은 분인데 지금 어디메 살고 계실까?

만약 내가 'TV는 사랑을 싣고'라는 프로에 출연한다면 꼭 찾아뵙고 싶은 분이다.

물론 선생님은 없는 둥 마는 둥 했던 나를 전혀 기억 못 하시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