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큰 꽃으로 알려진 라플레시아
자원의 보고 말레이시아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에 시멘트나 비료를 싣고 가면 보통 두세 항구에서 풀어주었다.
다 풀어주고 원목 실을 땐 또 한두 항구 더 간다.
짧은 기간에 네댓 번은 빨빨대고 옮겨 다닌다.
보르네오섬 사바 지역의 코타키나발루, 산다칸 찍고 사라왁의 타와우, 미리항에 가고 브루나이에서도 원목을 싣기도 한다.
바쁘다 바빠.
덕분에 구경은 잘한다.
더운 나라 항구에서 상륙하면 이국의 사람 사는 거 구경하면서 냉방이 잘 된 극장에서 영화 한 편 때린다.
그리고 노천 바에서 맥주 한잔 마시고 시원한 마트에서 필요한 것을 사서 돌아간다.
신문지에 싸주는 말레이시아 길표 닭 날개 숯불 꼬치구이 사테는 참 맛있다.
지금도 그 맛이 인상 깊게 남아있다.
가끔 말레이시아 미녀들이 미소지으며 대한국의 마도로스에게 손을 흔들어주기도 한다.
16세기에 포르투갈인들이 향료를 찾아 말라카왕국에 쳐들어와 맞서 싸웠으나 신무기에 어찌해보지 못 하고 망한다.
그 후 말레이시아는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다가 영국의 영향권으로 들어갔다.
18세기 말 나폴레옹 전쟁에서 패한 네덜란드 왕은 영국으로 망명하고 아시아 지역의 네덜란드 지배권을 모두 영국에 넘겼다
그러자 영국은 말라카해협의 바다를 장악해 중국과 아편 무역이 수월하게 됐다.
이후 전설의 토마스 래플스 선장이 싱가포르를 건설하며 말레이반도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벨기에 남동부의 워털루 전투에서 프랑스가 지자 나라를 찾은 네덜란드가 영국에게 말라카를 돌려달라고 했다.
협상 끝에 수마트라, 자바 등 인도네시아 지역은 네덜란드가, 말레이 지역은 영국이 먹기로 했다.
19세기부터 주석으로 함석을 만드는 기술이 나와 말레이반도의 주석 광산이 노가 났다.
1930년대에는 말레이반도의 고무 농장이 전 세계의 반이 될 정도로 커져 영국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다.
1963년 영국 보호령인 브루나이를 빼고 말레이시아 연방 정부가 수립됐다.
영국은 말라야의 여러 술탄국이 연방이 되어 말레이, 중국, 인도계와 같이 말레이시아로 독립하게 거들었다.
말레이계가 군인과 경찰, 공무원 쪽을 맡고, 국교는 이슬람에 공용어는 말레이어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 중국계나 인도계의 경제적 기득권은 인정해주고 말레이시아 국민으로 살게 했다.
또 9개 지역 술탄들이 5년마다 돌아가면서 왕을 뽑는 거로 해서 영국식 내각제를 따라 했다.
싱가포르와 보르네오섬의 사라왁, 사바 지역은 영국에서 독립한 후 말라야에 들어가는 것을 저울질하고 있었다.
어쨌든 싱가포르는 말라야와 합쳤다.
말라야에 싱가포르, 사라왁, 사바가 들어와 나라가 커지면서 이름도 말레이시아로 고쳤다.
그러다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 화교와 틀어져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쫓아냈다.
그래서 싱가포르 주지사 리콴유는 울면서 따로 독립했다.
말레이시아는 굴러들어온 중국계 말레이시아인과 인도인에게 시민권을 주었다.
당시 말레이인의 인구는 반이 훨씬 넘었지만, 경제력은 10%도 안 되었다.
그래서 말레이인을 우대하고 중국인과 인도인을 차별하는 강력한 부미푸트라 정책을 만들었다.
워낙 교육열이 높은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이 사회 기득권 자리에 있기에 말레이계의 교육 수준을 높이려고 중국계 학생은 불리하게 만들었다.
대학 입학시험은 말레이계 60%, 중국계 30%, 인도계는 10%로 비율을 정하는 등 불평등한 법을 만들었다.
이런 입시제도에 불만인 중국계 학생들이 모국을 등지고 싱가포르, 홍콩, 호주 등지로 떠나 두뇌 유출이 많았다.
정부가 사회와 기업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말레이계 사람들이 집이나 차를 살 때 10% 깎아주고, 말레이인들이 취직하기 훨씬 유리하게 만들었다.
공무원 뽑을 때도 그랬고, 회사를 차리면 말레이인의 지분이 30% 이상이어야 한다는 법 등도 마찬가지다.
아무튼 천연자원이 많은 말레이시아의 신경제정책이 잘 되어 한강의 기적에 버금가는 성장을 했다.
독립 당시 대부분의 말레이인은 가난한 농부였지만, 지금은 말레이계 중산층이 튼튼해지고 빈곤율도 매우 낮아졌다.
프로톤이나 페트로나스 같은 잘나가는 대기업에 쿠알라룸푸르나 페낭, 조호르바루 같은 매력적인 도시도 생겨났다.
지금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에서 싱가포르와 브루나이 다음으로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
보르네오 앞바다에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다.
보르네오 가운데 있는 브루나이에서 무상복지가 되는 것도 다 이 석유자본 덕이다.
그리고 남중국해 영해 분쟁도 석유 등 자원 확보 때문이다.
돈 되는 천연자원이 많은 덕에 열대작물 플랜테이션이 아닌 힘든 일반 농사는 잘 짓지 않는다.
열대 과일도 많이 나기는 하는데 농사일 안 해도 먹고살 만하니 그냥 자연산을 따먹거나 이웃 나라에서 수입하는 게 싸게 치인다.
동북부인 사바에는 험준한 산맥에 동남아시아에서 제일 높은 사천m가 넘는 키나발루산이 있다.
키나발루산에는 다양한 식물이 산다.
이 산의 식물 약 400여 종이 이 지역에서만 산다고 한다.
네펜테스 라자는 식충식물로 길이 40cm, 너비 20cm까지 크는 거대한 항아리 모양의 포충주머니가 있다.
이 식물은 3L의 물과 2L가 넘는 소화액을 담을 수 있어 식충식물 중 가장 크다.
네펜테스 라자는 쥐, 개구리, 도마뱀 그리고 새와 같은 작은 척추동물을 가두어 소화한다.
이 식물은 키나발루산 2,000m 전후 높이의 습한 지역에서 자란다.
키나발루산 저지대 밀림에서 사는 라플레시아는 세상에서 가장 큰 꽃으로 지름이 80㎝가 넘는다.
잎, 줄기, 뿌리도 없고 다른 넝쿨 식물의 줄기나 뿌리에서 1년 넘게 기생한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꿈 같이 수풀 우거진 곳에서 꽃봉오리를 맺는다.
희한하게 오로지 꽃으로만 존재하는 식물이다
라플레시아를 흔히 ‘시체꽃’이라고 한다.
꽃에서 시체 썩는 비슷한 냄새가 나는데 꽃가루를 옮기는 파리를 꾀기 위해서라는 설이 있다.
이 역시 래플스 선장이 발견하여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발견된 조류는 250종이 넘고 유명한 큰 뿔 코뿔새가 여기 산다.
말레이곰, 느림보 늘보원숭이, 천산갑, 흰족제비 오소리 등 희귀한 동물도 많이 산다.
사바와 사라왁 지역이 분리 독립을 원한다.
동말레이시아와 서말레이시아는 역사적으로 엮인 적이 없이 한 나라가 되어 갈등이 심하다.
만약 두 지역이 독립하면 말레이시아의 영토는 말레이 본토로 쪼그라들고 보르네오의 석유 매장지 등을 잃게 되어 타격이 클 것이다.
브루나이는 사바, 사라왁 사이에 있는 작은 나라로 한때는 보르네오 대부분과 필리핀까지 지배했던 큰 나라였다.
그러나 영국과 스페인의 땅따먹기 놀이의 피해자로 조그만해졌다.
지금은 산유국에 액화천연가스도 나와 나라에 돈이 아주 많아 국민에게 무상복지를 해준다.
국왕이 설날에 국민들을 왕궁에 오라고 해서 세뱃돈으로 돈 백씩 주고, 정부가 가구당 서너 대의 차를 지원해주는 나라란다.
복지 혜택으로 의료, 교육은 다 공짜고 유학도 원하면 보내준다.
집도 월 삼사십만 원만 내면 엄청 큰 수상 가옥을 평생 임대할 수 있다.
겉보기와 달리 안에는 흰 대리석을 깔고 고급 가구에 최신 전자기기로 삐까번쩍하게 도배해놓았다고 한다.
60세 이상이 되면 자동으로 연금이 나와 수입이 없어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다.
복지혜택으로만 보면 지상 낙원이 따로 없지만, 브루나이는 자못 살벌한 나라이기도 하다.
동남아 유일의 전제군주제 국가인 데다 잔혹하기로 소문난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국법에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루나이에선 샤리아에 따라 도선생 손발을 자르고 간통, 동성애 등은 투석형을 받는다.
그래서 삶의 질이 별로라 하고 외국인은 통제가 많아 살기가 힘든 나라다.
브루나이는 변변한 산업이나 무역 중개지 역할도 없어 석유가 바닥나면 경제적으로 헤어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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