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원의 항해일지

우주에서 식사

부에노(조운엽) 2020. 12. 11. 05:38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 그는 한국전쟁에 전투기 조종사로 근무한 베테랑 파일럿 출신이다

지구에 귀환한 뒤 영웅이 됐지만, 내성적인 성격으로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렸다고 한다

우주에서 식사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미레 도레 미미미 레레레 미미미...

어렸을 때 많이 불렀던 동요 '비행기'는 특이하게 도레미 세 음계만으로 만들어진 미국 동요이다.

해피 라틴호가 고베를 향해 망망대해를 빨빨거리고 갈 때 하늘에는 비행기가 하얗고 긴 연기 자국을 남기며 날아가는 게 종종 보인다.

경제 대국 일본이 가까워지니 지나가는 배뿐만 아니라 여객기도 많이 날아다닌다.

민간기는 보통 대류권의 난류를 피해 성층권 아래 약 만m 상공에서 시속 900여km로 나니 금방 눈에서 사라진다.

선원들이 미국이나 캐나다 서부에서 교대하게 되면 비행기 타고 북태평양 상공을 날아 출 귀국하게 된다.

배 타면서 비행기도 타 보는 호사를 누린다.

비행기 창문으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어쩌다 파도를 가르고 하얀 물살을 뒤로 기우뚱거리며 항해하는 성냥갑보다 작은 화물선을 볼 수 있다.

보통 맨눈으로 사람이 점처럼 작게 보이면 대략 1km 이상 떨어진 것으로 본다.

육지든 바다에서든 하늘의 해와 달, 별을 볼 때 우리는 여러가지 상상을 하게 된다.

과학자들은 1940년대부터 우주선을 연구, 계획했다.

하지만 당시 우주에 대해 경험이 전혀 없었다.

우선 동물을 우주로 보내는 실험을 했다.

처음으로 우주에 간 생명체는 1947년 미국이 쏘아 올린 로켓에 타고 있던 초파리였다.

지구와 우주의 경계로 불리는 상공 100km를 넘었다.

우주 동물 실험에 초파리와 함께 미국은 주로 원숭이, 소련은 다루기 쉬운 개 그리고 프랑스는 고양이를 보냈다.

냉전 상태의 미국과 소련은 모든 면에서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었다.

두 나라는 상대보다 먼저 우주선을 개발하려고 국력을 쏟았다.

소련은 1957년 미국보다 먼저 스푸트니크 1호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 일은 경쟁 상대였던 미국에 큰 충격을 주었다.

미국 안보 담당자는 소련이 인공위성에 폭탄을 잔뜩 실어 워싱턴 한복판에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스푸트니크 쇼크’다.

이어 쏘아 올린 스푸트니크 2호에는 라이카라는 멍멍이를 태워 보냈다.

라이카는 모스크바 시내에 살던 떠돌이 개였다.

소련 과학자들은 면역력이 강한 이런 떠돌이 개를 데려와 우주 훈련을 시켰다.

그중 똑똑하고 말을 잘 알아듣는 라이카가 최종 후보가 되었다.

스푸트니크 2호의 발사는 성공했고 라이카는 우주에 처음으로 간 동물로 유명해졌다.

우표, 과자 등 라이카의 모습을 그려 넣은 제품이 엄청나게 팔렸다.

하지만 라이카는 지구로 돌아오지 못했다.

일주일 동안 지구를 돌다 죽었다는 발표와는 달리 라이카가 고온과 스트레스로 최대 7시간 정도만 살아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라이카를 싣고 지구 궤도를 돌던 스푸트니크 2호는 ‘라이카의 별’이라고 불린다.

인류의 눈부신 과학 발달과 우주비행사들이 안전한 비행을 할 수 있던 것은 영문도 모르고 고통받으며 죽어간 많은 동물 덕분이다.

NASA의 과학자들은 우주에서도 동물의 인지력이나 운동 능력이 크게 줄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우주인들에게 우주에서의 복잡한 일을 맡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인간이 무중력 상태에 계속 노출되면 근육 퇴화와 불면, 심장 박동에 이상이 오고 노화가 빨리 온단다.

우주에 갔다 온 초파리는 수명이 반으로 줄었다.

이는 사람이 우주에 몇 년 갔다 오면 팔십 세 수명이 마흔 살로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자동차 회사에서 신차 충돌 테스트할 때 마네킹의 일종인 Dummy를 사용한다.

사고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예방하기 위해서 출시 전에 더미 인형이 먼저 자동차에 타 충돌한다.

이런 것은 오래전 사람이 우주로 올라가기 전 유인 우주 개발을 연구하던 때부터였다.

과학자들은 실제 사람 크기의 마네킹에 우주복을 입혀서 우주로 띄워 보내는 실험을 했다.

우주에서 사람이 얼마나 버틸지 알 수 없었던 당시 과학자들은 마네킹 속에 가속도와 회전 속도의 변화를 측정하는 센서를 넣었다.

또, 지구 궤도를 도는 동안 지상 관제실과 교신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마네킹 몸속에 음악이 나오는 라디오를 넣었다.

다행히 마네킹의 몸속에 있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가 지구 관제실에서 잘 들렸다고 한다.

1961년 소련 우주인 가가린이 처음으로 우주로 올라가는 역사적인 비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가가린보다 먼저 유인 우주 비행을 시도하다가 사망한 희생자들이 있었다.

가가린의 성공에 미국은 열 받았다.

같은 해에 미국에서도 로켓을 개조한 캡슐에 사람이 타고 우주로 올라가 15분 동안의 짧은 지구 궤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지구 중력을 벗어나 우주에 올라간 인류는 다음에 지구 궤도를 돌던 우주선 밖으로 나가 우주복만 입은 채 우주 유영을 시도했다.

실내의 공기 압력을 조절할 수 있는 우주선 내부와 달리, 우주복만 입은 채 우주 공간으로 나가자 우주복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우주복이 너무 팽창하는 바람에 우주복 가슴에 붙어 있던 카메라 셔터에 손이 닿지 않았다.

우주복 내부의 압력이 계속 낮아지면서 몸을 가누기 어려웠던 우주인은 우주선으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부풀어 오른 우주복 때문에 출입구에 들어갈 수 없었다.

우주복 속의 공기를 빼 가까스로 우주선 안으로 들어왔지만 무리하게 출입구를 여는 바람에 중심을 잃은 우주선은 갑자기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우주선의 자동 조종 장치도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수동으로 우주선을 조종해 죽다 살아 겨우 지구로 돌아왔다.

이제 우주인들은 실험이 번복되면서 우주 유영은 물론이고 우주선 바깥에서 작업을 별 탈 없이 하게 되었다.

우주정거장의 장비와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는 등 우주에서 벌어진 많은 작업은 모두 선배 우주인의 목숨을 건 경험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1969년 NASA 케네디 우주센터에서는 처음으로 달 표면에 내리기 위해 우주선을 쏘았다.

소련과의 우주 경쟁에 매번 뒤져 자존심이 상했던 미국은 아폴로 11호로 달에 사람이 첫발을 디디면서 우주 경쟁에서 앞서게 됐다.

파이어니어호와 보이저호 등 지금도 태양계 바깥 우주를 항해하는 탐사선들은 탐사 로봇으로 화성, 목성, 토성과 그 위성들의 모습까지 보게 해주었다.

50년 전 달에 처음 발자국을 남긴 인류는 아직 화성에 착륙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화성에 간 것은 사람이 아니라 로봇뿐이었다.

중국의 재활용 가능한 실험용 우주선이 이틀간의 궤도 운행을 마친 후 계획된 착륙 장소로 돌아왔다.

이번의 착륙 성공은 우주선을 다시 쓸 수 있는 연구의 발달로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우주 왕복 여행의 길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 사용한 우주선은 우주에 쓰레기처럼 떠돌거나 지구에 돌아온 뒤 재활용할 수 없어 폐기됐다.

미국도 러시아와 합작으로 민간 유인 우주선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미국의 '스페이스 X'라는 유인 우주선이 지구 궤도를 돌다 대서양에 무사 귀환했다.

우주선이 바다에 떨어지면 역시 군함이든 민간 배이든 선원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로써 우주 왕복에 필요한 발사, 도킹 그리고 귀환의 3단계 과정을 모두 잘 마쳤다.

이 우주선이 지구로 돌아오는 데 관건은 시속 3만km의 속도로 지구 궤도를 돌던 것을 짧은 시간에 거의 영으로 줄이는 것이다.

과학자는 이를 위해 우주선이 바다에 떨어지기 전까지 역추진 로켓, 공기 마찰력, 낙하산 등을 이용하였다.

우주선은 우주에서 대기로 들어올 때 2,000˚ C가 넘는 엄청난 마찰열이 생긴다.

여차하면 폭발할 수도 있다.

우주선이 이 열을 견뎌내려면 특수 단열재가 필수이다.

최초의 우주왕복선인 컬럼비아호가 28번째 우주비행을 마치고 지구로 돌아오다가 공중폭발하여 승무원 7명 모두 죽은 적이 있다.

'스페이스 X'는 테슬라의 CEO로 유명한 IT 거부 일론 머스크가 세운 미국 기업에서 발사한 우주선이다.

이름 때문에 세계 최대 컨테이너 회사인 덴마크의 머스크 라인과 혼동하는데 철자가 해운 쪽은 'Maersk'이고 테슬라 CEO는 'Musk'이다.

머스크 라인은 세계 2위 컨테이너 선단인 스위스 MSC와의 양자 해운동맹인 2M을 맺으면서 컨테이너 업계에 거대 공룡이 되었다.

그리고 2010년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해운업 불황이 길어지자 운임을 덤핑하는 치킨 게임을 했다.

압도적인 규모의 컨테이너 선단이 낮은 운임으로 다른 해운사들을 고사시키는 작전에 당시 5위권인 한진해운이 휘말려 망했다.

그래서 머스크가 한진해운 몰락의 원흉으로 종종 언론에서 언급된다.

대한민국도 우리 기술로 개발된 지구 관측 위성인 아리랑 1, 2, 3호를 차례로 발사하여 운영하고 있다.

한국 아가씨가 러시아 소유즈 TMA-12호를 타고 우주 비행을 한 적도 있었다.

우주인들은 달에서 암석을 채취하거나 다양한 탐사 장비를 설치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그리고 달 표면에서 책을 읽거나 골프를 치고 가족사진을 두고 오는 등 달에 다양한 흔적을 남겼다.

이제 머지않아 우리도 직접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바라보며 스테이크에 와인을 마시는 시대가 올 것이다.

우리 인간은 특권을 누리는 동물이다.

우리는 다른 동물의 밥이 되지도 않고 우리 아기들이 남의 식탁에 별미로 오르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상에서 먹고사는 동안 남의 살에 미안함을 갖고, 음식을 버리거나 물과 세제를 많이 쓰는 것에 죄송하게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