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원의 항해일지

등대지기

부에노(조운엽) 2020. 12. 13. 06:14

 

 

등대지기 실종 사건을 다룬 영화 Keepers

등대지기

음악 : 등대지기, 양희은, 은희, 이선희 https://www.youtube.com/watch?v=zqUtxilTl7U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

한겨울의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우리 또래는 누구나 아는 노래 '등대지기'는 영국 민요인데 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이 미국에 전해 찬송가로 불렀다고 한다.

학생 때 은희 씨나 양희은 선배가 고운 목소리로 등대지기를 부르는 것을 들으면 노래 가사가 절절히 가슴에 와 닿아 절로 사슴이 아렸다.

그때 나는 이미 바다로 가는 게 운명처럼 정해진 것이었을까?

등대는 선박의 야간 항해에 길잡이가 되고, 밤에 잘 보이지 않는 섬에 만들어 배가 좌초되는 것을 막아준다.

등대지기가 되려면 전기, 전자, 통신이나 무선 설비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부산에는 영도와 가덕도 두 곳에 유인 등대가 있다.

교대로 근무하면서 출퇴근을 한다.

독도나 무인도에 있는 등대는 관리인들이 교대로 일정 기간 상주하며 관리한다.

근무 교대하러 갈 때마다 먹을 것을 준비해 가고 고독한 업무 특성상 아주 잘 먹는 편이라고 한다.

업무는 자체 시설관리와 배를 타고 무인표지시설에 가서 점검하고 정비를 한다.

정비할 때 무거운 배터리를 지고 길도 없는 산길을 올라가기도 한다.

곧, 울릉도 등대가 무인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제 장비가 많이 발달해 등대지기 없이 돌아가지만, 사람만 철수했다 뿐이고 유지 보수 인력은 여전히 필요하다.

무선 설비 기사 자격증을 따고 무인도에서 등대지기로 근무했던 선배 조교 이야기가 생각난다.

"물고기 잡아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외로움에 지치면, 바다에 비친 달이 날 오라 손짓하는 것 같고, 내가 미친 건지 파도가 미친 건지 다 미쳐가."

GPS가 발달한 현대에는 갈수록 등대가 무인화되고 있다.

등대지기가 바다에서 배의 운항을 돕는다면 관제탑에서 비행기의 안전 운항을 위해 일하는 타워지기도 있다.

그리고 산꼭대기에 있는 타워에서 근무하는 타워지기도 있다.

등대지기는 해양수산부, 타워지기는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이다.

타워지기도 등대지기처럼 교대근무로 돌아간다.

등대나 타워는 잠시라도 비울 수 없어 하루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며 근무처에 들어가면 함부로 나올 수 없다.

가족과 친척의 경조사가 있어도 비번인 다른 사람이 대신 근무해주기 전에는 나갈 수 없다.

Global Positioning System은 위성에서 보내는 신호를 받아 현재 위치를 아는 위성항법 시스템이다.

비행기, 배, 자동차 등의 내비게이션 장치에 쓰이며, 스마트폰에서도 많이 사용된다.

GPS는 미 국방성에서 폭격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군사용으로 개발한 시스템이다.

이것이 나오기 전에는 특정 목표물을 파괴하기 위해 수천 개의 폭탄을 쏟아붓는 융단 폭격을 했는데 정확도와 효율성이 떨어졌다.

GPS를 이용한 폭격의 정확성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증명됐다.

우리 머리 위에는 30개의 GPS 위성이 돌고 있다.

21세기 들어 미국이 GPS를 전 세계에 무료로 제공하여 자동차 내비게이션과 위치 추적 등 많은 국가에서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EU,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독자적인 위성항법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과 세계의 패권을 놓고 다투는 입장에서 미국만 의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시 돌아가는 시설로서의 등대는 고대 이집트 때 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 등대가 있었다.

무려 160m나 되는 높이에 거대한 거울로 불빛을 반사해서 21해리 즉, 40km 밖에서도 불빛이 보였다고 전해진다.

2세기경 로마 제국이 이 등대를 모방해서 스페인에 '헤라클레스의 탑'이라는 등대를 만들었는데 지금도 잘 돌아가고 있단다.

등대지기와 관련해 20세기 초 스코틀랜드 북부의 아이린 모어섬에서 일어난 의문의 실종 사건이 아직도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

영국은 당시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엄청난 물자가 움직였다.

스코틀랜드도 마찬가지로 늘어난 화물선으로 해난 사고가 자주 일어났다.

그래서 북쪽의 아이린 모어섬에 등대를 설치했고 등대지기 세 명이 상주하였다.

그런데 늘 밝혀있던 등댓불이 꺼져 근처를 지나가던 배들이 포트 컨트롤에 신고하였다.

섬에 무슨 일이 있는지 해안경비대가 가보려고 했으나 워낙 거센 북해의 풍랑 때문에 바로 가지 못했다.

파도가 좀 가라앉은 열흘이나 지난 뒤 섬에 갈 수 있었다.

배가 섬에 도착했지만, 등대지기 세 명은 보이지 않았고 섬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경비대원이 등대로 올라가 보니 등대는 잘 보존되어 있었고 연료도 채워진 채였다.

다만 식탁 의자가 넘어져 있었는데, 그것 말고는 등대 자체에 특별히 이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등대를 나와 섬 구석구석을 조사하자, 섬의 서쪽 지역이 심하게 파괴된 것을 발견하였다.

경비대장은 다음과 같은 전보를 해경 본부로 보냈다.

"시계가 멈춰 있고, 사고는 약 일주일 전에 일어난 것이 틀림없다는 징후들이 있다. 불쌍한 등대지기들이 흔적없이 사라진 것은 바람에 날려갔거나, 장비를 고치려다가 바다에 떨어져 죽었을 것이다."

섬을 조사할 때 방수복 두 벌이 없어지고 한 벌만 남은 것을 알았다.

등대지기 세 명 중에 한 명은 반드시 등대에 있어야 하는 규정을 지킨 것이라고 해석되었다.

그러나 그들 모두 사라져버렸다.

이 때문에 귀신이 잡아갔다든지 외계인이 납치해갔다는 등 억측이 많았다.

아니면 싸우다 서로 죽이고 남은 사람이 시체를 치우고 자살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으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아무 데도 없었다.

워낙 미스터리한 사건이라 여러 매체에서 이 사건을 다루었고 책과 음악, 오페라 그리고 영화 'Keepers'로 나왔다.

사건이 일어난 섬의 등대는 이후에도 등대지기들이 계속 근무하였으나, 1971년에 자동화되어서 무인 등대가 되었다

등대의 역할이 바닷길을 비춰 주는 것으로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불빛을 반짝인다.

울산 울기등대는 10초에 한 번씩, 울주 간절곶등대는 15초에 1 섬광으로 각기 다르게 반짝인다.

해도에 그것을 적어 항해사와 어부들이 목적지를 정확히 찾아가게 한다.

등대는 바닷가 높은 곳에 있어 경관이 좋다.

한적한 곳이다 보니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가덕도 등대 체험 또는 일박이일 숙박 신청을 하게 되면 이 등대에서 하룻밤을 자고 갈 수 있다고 한다.

단, 군사시설이라 단체 접수를 하고 미성년자는 반드시 보호자가 동행해야 한다.

이같이 등대의 목적은 바다에서 길잡이다.

긴 항해를 한 선원과 어부에게 이제 육지에 다 왔음을 알려준다.

그래서 등대는 희망과 긍정의 상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