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유령선
유령선이라는 게 정말 있을까?
주인 없는 빈 배가 으스스하게 바다에 혼자 떠다닌다.
돛이 부러져 있고 찢어진 깃발이 바람에 휘날린다.
사람 해골도 걸려있는 것 같다.
그런 유령선을 소재로 한 공포 영화나 만화가 여러 편 나와 있다.
대항해시대에는 주로 범선이 다녔는데 그 배는 바람이 불어야만 움직인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한바다에 그냥 며칠이고 바람 불 때까지 멈춰 서있어야 한다.
그게 아주 길어지면 물과 식량이 떨어져 굶어 죽을 수도 있다.
그렇게 무풍지대에서 선원들이 다 죽고 배는 혼자 정처 없이 떠돌아다닌다.
꼭 선원들이 배 안에서 죽지 않았더라도 무풍지대에서 탈출하려고 노를 젓는 구명정으로 옮겨타 육지를 찾아가다가 모두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난파선과는 개념이 다르다.
난파선은 배가 뭔가에 부딪히거나 좌초해서 멈춘 것이고, 유령선은 사람 없이 바다에 마냥 떠다니는 거다.
역사상 유명한 유령선 사건으로 메리 셀러스트호가 있다.
아직도 그 의문이 풀리지 않아 많은 미스터리물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메리 셀러스트호는 19세기 캐나다의 노바스코샤에서 무역선으로 만든 범선이었다.
그 배는 서인도 제도와 중남미에서 다양한 화물을 운반했다.
메리 셀러스트호는 뉴욕에서 알코올 원액을 가득 싣고 이탈리아 제노바로 갈 예정이었다.
배에는 선주인 벤저민 브릭스 선장, 그의 아내와 두 살 된 딸을 비롯해 여러 선원이 타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한참 지나도 그 배는 제노바에 도착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메리 셀러스트호가 사고로 침몰했거나 해적에 나포되었을 거로 생각했다.
메리 셀러스트호가 출항하고 한 달이 지나 영국 상선이 아조레스 제도와 포르투갈 사이의 북대서양에서 이상한 범선 한 척을 발견했다.
배는 좌우로 약간씩 흔들리며 움직이고 있었는데, 돛대를 기이하게 펼친 모습으로 가고 있었다.
아무리 신호를 보내도 그 배는 응답하지 않았다.
바로 메리 셀러스트호였다.
영국 상선 선장은 메리 셀러스트호를 알고 있었고, 그 배 캡틴과 뉴욕에서 출항하기 전에 같이 술도 마신 사이였다.
자기 배보다 먼저 출발한 배가 아직 바다를 헤매는 게 의아했다.
선원들이 그 배를 자세히 보니 조타실이나 갑판에 아무도 보이지 않아 사고가 나 표류 중이라고 생각했다.
일등 항해사와 선원 몇이 메리 셀러스트호에 올라탔다.
정말 배에 아무도 없었고 배 안은 물이 들어와 엉망인 상태였다.
구명정이 사라졌으며, 선원들이 매우 급하게 배를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어쨌거나 배는 가라앉지 않았고 항해가 가능한 상태였다.
선장의 항해일지 말고 모든 서류가 없었고, 항해일지는 열흘 전까지만 기록되어 있었다.
시계는 고장 나고, 나침반은 부서져 있었다.
화물인 알코올 통들은 그대로 있었지만, 그중 몇 통이 비어 있었다.
선원들 개인용품은 그대로 남아있어 해적들에게 당했을 가능성은 적어 보였다.
싸움이나 피 흘린 흔적 또한 발견되지 않았다.
어쨌든 메리 셀러스트호는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감쪽같이 사라진 채 열흘 넘게 유령처럼 표류한 것이었다.
영국 선장은 그들이 배를 포기한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난감했다.
아무튼 선원이 다 사라진 멀쩡한 메리 셀러스트호를 지브롤터로 끌고 갔다.
그런 배를 예인해오면 요즘 돈 십억 이상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고, 그 배를 그냥 놔두고 가면 나중에 큰 비난을 받을 수도 있었다.
일주일 후 지브롤터에 입항했다.
영국 지브롤터 해안 경찰은 메리 셀러스트 호를 억류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선장과 선주가 보험금을 노린 자작극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자작극 혐의는 곧 풀렸다.
그렇게 자작극을 해서 얻는 이득이 별로 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아무리 자작극이라도 그렇게 사람들이 귀신같이 없어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또 미국과 영국의 항구에 메리 셀러스트호 선원에 대한 수배령이 내려졌지만 그들의 흔적은 아무 데서도 찾을 수 없었다.
다국적 선원 간에 다툼이 벌어져 살인이 일어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으나 어디에도 격렬하게 싸운 흔적은 없었다.
내부가 잘 정돈되어있어 그 어떤 반란의 가능성도 생각할 수 없었다.
몇 달간 수사한 끝에 도저히 알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렇게 배에서 원인불명의 실종 미제사건이 일어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빈 오크통과 관련해 화물로 실은 알코올이 폭발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오크통에서 기화한 알코올이 화물칸을 가득 채워 화물을 묶은 철제 밴드가 서로 부딪치면서 스파크가 일어나 폭발했다는 이야기다.
이 굉음을 듣고 캡틴이 배가 폭발하는 줄 알고 선원들과 황급히 구명정을 타고 탈출했으나 메리 셀러스트호는 멀쩡하게 남아있었다는 추측이다.
또 쿠바 아바나에서 흘러 다니는 이야기로 자신이 메리 셀러스트호의 선원이었다는 헤밍웨이 닮은 노인이 어느 술집에 자주 나타났단다.
노인이 술이 한잔 되면 메리 셀러스트호가 항해하다가 표류하던 배를 발견했는데, 그 배에 있던 사람들은 다 죽어 있었고 배 안에는 금과 은이 잔뜩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메리 셀러스트호의 선원들은 모두의 인생을 바꿔 줄 그 금은보화를 차지하려고 짬짜미하여 화물인 알코올을 써 보물선을 소독하였다.
실제 메리 셀레스트호의 화물인 알코올 몇 통이 비어있었다.
그렇게 자기 배를 놔두고, 항해 도구를 챙겨서 보물선을 타고 육지에 닿은 뒤 보물을 나눠 가지고 각자 바이바이하고 헤어졌단다.
메리 셀러스트호 사건은 쿠바에서 모르는 이들이 없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도 나름대로 신빙성이 있다.
금은보화를 나르던 배 선원이 어찌 된 연유로 다 죽고 배가 바다 위를 떠돌다가 그 배를 찾아 수색하던 프랑스 해군에 발견된 적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 후 메리 셀러스트호에 탔던 선원과 가족들은 다시는 세상에 흔적이 없었다고 한다.
선주는 그 배를 재수 없다고 헐값에 팔아버렸다.
그 뒤로 13년 동안 선주가 무려 열 번 이상 바뀌었고 배도 많이 낡았다.
메리 셀러스트호의 마지막 캡틴은 그 배를 운항해서는 별 재미가 없다고 판단해서 이 저주받은 배로 보험사기를 쳐 목돈을 벌 생각을 했다.
하지만 메리 셀레스트호의 저주는 끝나지 않았으니...
선장은 많은 보험료를 내고 돼지 사료 같은 잡동사니를 배에 가득 실어 고의로 배를 암초에 올리려 했지만 좌초되지 않았다.
애매하게 부서져서 항해만 곤란하게 된 메리 셀러스트호에 불을 질렀으나 타고 남은 잔해마저도 가라앉지 않고 물에 떠 있었다.
결국 선장은 있지도 않은 화물을 더 추가해서 터무니없는 보험료를 청구했다가 그만 덜미가 잡혔다.
당시 선박을 고의로 침몰시키면 교수형이었고 증거가 충분한 상황이었지만, 선장의 재판은 지루하게 끌기만 했다.
배심원단 몇 명이 바다에서 고생하는 마도로스를 사형시키는 것을 주저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선장은 풀려났고 석 달 후 사망했다고 한다.
이후 메리 셀러스트호는 도저히 수리할 수 없는 상태라 놔뒀다가 아이티 앞바다에 가라앉았다고 추정된다.
2007년 호주에서 요트 카즈 2호에 탄 선원 3명이 감쪽같이 사라진 채 배만 발견된 적이 있다.
호주 서부 퍼스에서 북동부 타운즈빌로 가던 요트가 산호해에 표류하고 있는 것을 해안 경비대가 가서 보니 사람이 없었다.
엔진은 이상 없었고, GPS와 무선 장비, 노트북도 모두 켜져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음식과 포크, 나이프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구명조끼와 구명 장비는 요트 안 제자리에 있었다.
특이한 것은 돛 한쪽이 찢어져 있었다.
돛 말고는 모두 정상이었는데 사람만 없었다.
그 어떤 위기나 실종의 단서가 없었다.
또한 배가 발견된 위치가 항로와는 동떨어진 산호해에서 떠돌고 있었다.
아무튼 해안 경비대는 보트 인근을 샅샅이 뒤졌다.
비행기까지 동원해 인근 바다를 수색했으나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타운즈빌 해안 경찰에서 이 사건을 수사하였다.
그리고 나름의 사건 정황을 추정하는 보고서를 올렸다.
요트 카즈 2호에서 낚시를 하던 한 사람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바다에 빠졌다.
다른 사람이 그를 구하려 했지만, 그도 바다에 떨어지고 말았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 요트를 운전하던 사람이 돛부터 내리려 했지만, 요트가 순간적으로 심하게 흔들려 돛이 찢어지며 그 역시 돛대에 맞아서 바다에 떨어졌다.
시속 15노트로 달리던 요트는 사람이 헤엄쳐서 따라잡을 수 없어 조난자들에게서 멀어져 갔다.
세 사람은 체력이 다하여 주변에 바글대는 상어에 다 먹히고 말았다는 것이다.
풍랑을 만나서 사고가 났다는 것은 테이블 위의 음식들이 가지런히 있었고 구명 장비가 온전히 있었기에 설득력이 없었다.
다른 가정도 있었다.
요트가 얕은 바다에서 좌초되어 요트를 밀어내기 위해 선원들이 배에서 내렸다가 재수 없게 돌풍과 파도가 쳐서 배가 암초에서 벗어났고 문제의 요트는 주인을 뒤로 한 채 유유히 멀어져갔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먹을 게 없어서 당의 지시로 바다에 고기 잡으러 나간 어선들이 엔진 고장이나 연료 부족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어부들이 전부 굶어 죽어 시체가 되는 바람에 유령선이 되어 일본으로 떠내려가 해상보안청에 발견되기도 했다.
일본 해상보안청 직원들이 이 북한 유령선을 보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사람이 여럿 있다고 한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2’는 17세기에 침몰한 선박이 20세기 초까지 여기저기에 모습을 나타냈다는 유령선 플라잉더치맨호의 이야기이다.
이렇듯 저주를 받아 영원히 바다를 떠도는 유령선은 영화와 소설 등의 예술 작품에서 단골로 등장한다.
그리고 우리는 유령선을 전설이나 괴담으로 생각하고 귀담아듣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유령선이 실제로 있다고 믿고 있고, 유령선을 보았다는 증언도 있다.
세계 곳곳에서 목격되는 유령선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혹시 버뮤다 삼각 지대와 같이 소용돌이치는 바다를 지나가다가 4차원 세계의 미아가 되어 날 궂으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배들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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