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 부근에서 한 잠수부가 바닷말 덩어리 아래를 지나가고 있다
사르가소해 무풍지대
해풍은 바다에서 육지로 부는 바람을 말한다.
해가 지구를 뎁히면 바다보다는 육지가 더 따뜻해져 더운 공기가 위로 올라간다.
그 때문에 육지에서는 상승기류가 일어나 그걸 메꾸려고 바람이 바다에서 육지로 분다.
이것을 해풍이라 한다.
해풍 등 바람의 이동은 기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대항해시대 범선은 편서풍이나 무역풍 등을 타고 항해를 했다.
바다에서 바람이 불지 않는 곳을 무풍지대라 한다.
바람의 힘으로 항해하는 범선의 경우 역풍보다 못한 게 바로 이 무풍이다.
역풍이 불면 지그재그로 가는 거라도 가능하지만, 무풍지대에는 해류까지 흐르지 않으면 제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다.
적도 바다는 파도가 거울처럼 잔잔한 무풍지대이다.
그 바다에서 항해하면 배가 마치 미끄러지듯 푸른 바다에 하얀 물살만 남기고 간다.
북위 30도와 남위 30도 부근에서도 미풍이 불거나 바람이 없어지는 유명한 무풍지대가 있다.
그곳이 바로 바닷말의 바다라고 불리는 사르가소해이다.
멕시코만류 등 네 개의 해류에 둘러싸인 북위 30도 부근의 바다이다.
사르가소해가 선원들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15세기 포르투갈 항해사로부터 비롯된 거라 한다.
Sargasso라는 이름은 모자반의 포르투갈어이다.
보통 무슨 해라 부르는 것은 육지나 섬으로 둘러싸인 곳에 붙는 이름이나 사르가소해는 해류에만 둘러싸였는데 Sea란 이름이 붙었다.
사르가소해는 대기 상층부에서 내려온 건조한 공기가 주변으로 서서히 퍼져나가는 지역이라 바람이 잠잠한 날이 많고, 해류 역시 잔잔한 무풍지대이다.
이는 바람과 해류만으로 항해하던 당시 선박이 정상적인 항해가 어려웠고, 재수 없는 경우 이 해역에서 발이 묶이곤 했다.
모자반류는 1m가 넘게 자라는 대형 해초인데, 주변 바다에서 밀려와서 사르가소해에 떠다니는 것이다.
아예 바다를 해초가 덮고 있다는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다.
또한 이 바다에는 여러 해류에 떠밀려온 부유물들이 밀려드는데 난파선의 잔해도 보였다.
이런 이유로 사르가소해는 항해사들이 기피하게 되었고 배의 무덤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사르가소해에 들어온 범선들은 죽은 듯이 고요한 바다에서 마냥 멈춰 서 있게 된다.
그렇게 오래 서 있다가 배에 싣고 있던 식량과 물이 떨어지게 된다.
거기다가 짐으로 말을 실었다면 물과 사료 부족으로 말이 먼저 죽기 시작한다.
그리고 선원들의 식량도 문제가 되어 말이고 쥐고 죄다 잡아먹었다.
결국 식량이 다 떨어지면 선원들은 모두 굶어 죽고 배는 유령선이 되는 것이다.
공포의 바다라 할 만하다.
콜럼버스의 산타마리아호 선단이 이 사르가소해의 무풍지대와 해조류가 배의 진로를 방해하는 것에 대해서 기록을 남겼다.
콜럼버스가 마음고생 하며 여기를 빠져나가는 데 약 20일이 걸렸다고 한다.
결국 이런 여러 가지로 배가 해초에 휘감겨 좌초한다는 괴담이 나온 것이다.
현대의 배는 대부분 동력선이라 이제는 먼 옛날이야기다.
요즘은 유럽과 북미에서 흘러나온 플라스틱이나 비닐 쓰레기가 해초와 뭉쳐서 섬처럼 떠다닌다고 한다.
일명 쓰레기 섬이라고 해서, 작은 부유물부터 커다란 그물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둥둥 떠 있다.
태평양에서도 하와이섬의 몇 배 크기의 엄청난 쓰레기가 떠다니며 매년 점점 커진다고 한다.
단지 쓰레기만 떠다니면 모르겠는데 그 부근에는 플라스틱에서 나온 독성 물질과 미세 플라스틱이 어류 등 바다 생물의 체내로 흘러 들어가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한다.
이런 것은 분해나 배출도 되지 않아 결국 사람의 밥상에 올라온다.
과거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공포의 바다가 되어가고 있다.
미국 해양보호협회의 쓰레기 연구 보고서에는 중국, 인도 등 인구가 많은 국가가 바다를 오염시키는 주 오염원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국가들, 일본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엄청나게 많이 버린다.
자랑스럽게 우리나라도 그 뒤를 따른다.
불필요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포장과 배달에 플라스틱을 없애기 위한 새로운 대안을 빨리 찾아야 한다.
플라스틱을 재활용을 더 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얼른 찾아야겠다.
말레이반도에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까지 800여㎞에 이르는 말라카해협은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바다라 동서 해상 교역에 중요한 바다이다.
바람이 적은 말라카해협은 암초가 많아 속도를 줄여 지나가야 해서 돛을 단 배는 한 달 넘게 걸렸다.
이 때문에 해적들이 놀기 좋았다.
그래서 예로부터 이 해협에서 가장 큰 문제는 해적의 노략질이었고 지금도 해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세상의 재난이 미치지 않아 평화롭고 안전한 곳을 무풍지대라고 한다.
말래카해협 또한 수심이 깊지 않은 무풍지대인데 역설적으로 해적들 식구를 먹여 살리는 기막힌 바다이다.
글쓴이도 이참에 용병 데리고 해적이나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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