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원의 항해일지

세계의 입맛을 바꾼 노르웨이의 '연어 프로젝트 저팬'

부에노(조운엽) 2021. 3. 8. 06:22

 

 

노르웨이 청정바다의 연어 가두리 양식장

세계의 입맛을 바꾼 노르웨이의 '연어 프로젝트 저팬'

연어는 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가서 삼사 년 살다가 산란기에 다시 태어난 강을 찾아와 알을 낳는 회유성 어종이다.

이 습성으로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어로는 'salmon'이라고 적지만 'L'자가 묵음이라 '쌔먼'이라 읽는데 '샐먼, 살몬'이라고 발음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횟감이나 구이 요리 등으로 인기가 많은 생선이다.

연어는 우리나라에서 귀한 생선이라 일반인들이 자주 접하지 못했었다.

배에서도 참치회는 자주 먹어도 연어회는 구경하기 힘들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연어를 파는 곳이 많아 쉽게 먹을 수 있다.

연어를 회로 먹기 시작한 것은 얼마 안 된다.

연어는 지금 초밥의 주재료이지만, 전에 일본에서는 연어를 날로 먹지 않았다.

노르웨이가 일본인에게 연어를 날로 먹게 만든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1970년대에 일본은 물고기를 많이 잡아 생선을 수입하지 않았고 초밥에 연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일본 초밥은 돔과 참치가 주도했었다.

이 모든 것은 1985년에 노르웨이 어업부 장관이 수산물 대표단을 이끌고 일본에 방문하여 '프로젝트 저팬'에 집중한 후부터 차츰 바뀌었다.

80년대에 노르웨이는 연어 양식에 성공해 국민들이 많이 먹었지만 남아도는 게 문제였다.

정부는 생선을 잘 먹는 나라에 팔기 위해 통박을 굴렸다.

도쿄에 가서 일본 수산업 관계자들을 불러 연어 초밥을 선보였다.

그러나 일본인은 기생충 때문에 연어를 날로 먹지 않는다고 했다.

노르웨이 대표단은 일본인의 고정관념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에는 기생충이 없기 때문이다.

대표단은 노르웨이의 청정한 바다에 초점을 맞춘 광고를 만들었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노르웨이는 십 년 넘게 삼천만 달러 이상을 썼다.

노르웨이 대표단은 연어 수출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마지막 신의 한 수로 니시레이라는 냉동식품 회사에 연어 오천 톤을 거저 주다시피하고 그것으로 초밥을 만들어 팔아보라고 했다.

곧, 연어 초밥은 일본 전역에 판매됐고 특히 값싼 초밥집에서 잘 팔렸다.

도쿄에서도 회전 초밥집에 분홍색 연어가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 음식문화에 새로운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일본은 노르웨이의 남아도는 연어를 해결해주었고, 일본 초밥 또한 전 세계로 퍼져서 세계인의 입맛을 바꾸었다.

연어 초밥 시장은 중국, 홍콩, 싱가포르, 미국, 유럽 등으로 번져갔다.

이제 중국은 일본보다 노르웨이산 연어를 더 많이 수입하는 나라가 됐다.

태어난 강으로 먹이를 먹지 않고 굶으며 기 쓰고 돌아가 기어코 후손을 남기고 죽는 연어가 눈물겹다.

특히 폭포를 힘차게 튀어 오르는 연어의 역동적인 모습은 동물 본능의 대단함이 느껴진다.

폭포를 오르기도 쉽지 않지만, 보통 이때 입 벌리고 식사 대기하는 곰들에 먹히기도 한다.

곰은 지방을 보충하기 위해서 배가 고프지 않아도 연어의 껍질과 눈알만 먹고 몸통은 내버려 둔다.

맨 대 와일드에서 베어 그릴스와 오바마마가 알래스카에서 곰이 먹고 남긴 연어를 주워다 구워 먹는 게 방영되기도 했다.

산란기에 바다에서 강으로 무리 지어 가는 도중 물개와 상어의 일용할 양식이 된다.

갈매기, 수리와 같은 새들도 기름진 연어고기를 좋아한다.

이렇게 연어를 먹는 동물들이 많아 연어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곰이나 물개, 상어 등의 먹잇감이 되고, 알을 낳고 죽은 연어는 여우, 독수리, 갈매기 등이 먹는다.

마지막 남은 연어의 사체는 강 연안의 식물들에 영양분을 공급해준다.

이렇게 바다에서 온 연어의 영양분은 강 근처 동식물들에 공급된다.

비가 오고 침식 현상 때문에 육지의 영양분은 바다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연어와 같은 회유성 어종들은 이런 영양분의 흐름을 역으로 순환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어가 줄어들면 강 근처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의 개체 수에도 민감하게 변화가 생긴다는 연구 발표가 있다.

연어가 강 따라 올라오다가 둑 같은 데에서 지쳐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잦다.

어로라고 해서 강 옆에 물길을 만들어 놓은 것을 캐나다 밴쿠버에서 본 적이 있다.

씩씩대고 지나가는 큰 연어를 우리 눈으로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길이 막힌 연어들의 알을 강제로 채취해 인공수정시켜서 강물에 알을 풀어주는 경우도 많다.

미국과 캐나다는 연어가 돌아오기 쉽게 하려고 무려 삼천여km가 넘는 강 지류에 만든 둑과 보를 없앴다.

내륙에서 나는 곡물을 수로로 나르는 농부와 해운업자의 반대도 있었으나, 생태계를 살리자는 일이기에 큰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미국의 경우 철도가 잘 발달하여 유니온 퍼시픽의 마일 트레인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마일 트레인은 열차가 1마일, 즉 1,610m가 넘어, 길이를 마일 단위로 세어야 하기에 마일 트레인이라고 부른다.

열차 대열이 긴 것은 3~4마일, 킬로로 4~6km가 넘는다.

건널목에서 이 열차 대열을 만나면 시동 끄고 죽었다고 복창해야 한다.

호주와 남아공의 광석 운반 화물철도의 길이를 따라올 나라가 없지만, 운영 면에서 미국의 마일 트레인을 최고로 쳐 준다.

연어는 상류로 오르다가 죽고, 알 낳은 후 대부분 죽는다.

대서양 연어는 극히 소수의 암컷이 살아남아 바다로 돌아가 한두 번 더 산란하러 오기도 한다.

우리 식탁에 많이 오르는 노르웨이산 연어는 대서양 연어다.

대서양 연어는 두세 번 산란하더라도 죽지 않는다.

그래서 양식용 연어는 거의 모두 대서양 연어를 쓴다.

노르웨이가 세계 연어 물량의 반 가까이 차지하며 캐나다와 알래스카, 미국 북서부 등지에서도 많이 잡힌다.

연어회 하면 밝은 주홍빛에 흰 줄이 있는 이미지가 떠오르며 회로 먹을 경우 가격이 다른 생선에 비해 싼 편이다.

기름기가 제법 있어 적게 먹어도 배부르게 느껴진다.

훈제뿐만 아니고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연어 요리도 있다.

간장게장처럼 끓였다 식힌 간장에 연어를 한나절 정도 절여서 먹는 간장연어장과 간장연어알장도 있다.

참치 통조림처럼 가공된 연어 통조림도 시중에 나와 있다.

연어 머리 구이도 별미다.

연어는 산란기가 될 때까지 한 삼사 년 크면 외형이 많이 변한다.

주황색 크릴 새우를 많이 먹은 탓에 원래 휜살이 붉게 변하고 주둥이가 길어지며 구부러진다.

종에 따라서 꼽추처럼 등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큰 놈은 간혹 2m가 넘고 75kg까지 큰다.

우리나라 강에도 회유하여 산란하는 어종이지만, 하천 개발과 남획으로 그 수가 많이 줄었다.

그 때문에 국내에서 유통하는 연어의 절대다수는 노르웨이나 캐나다 등지에서 수입한다.

최근 방류 사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회유하는 연어의 수도 조금씩 늘고 있단다.

주된 회유지는 강원도 남대천, 울산 태화강 등 동해안 하천들이며 섬진강 등에서도 치어 방류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물고기는 먹이사슬 위로 갈수록 오염물질이 체내에 남는 양이 많아진다.

따라서 참치나 연어처럼 큰 물고기 체내에 수은, 다이옥신, 미세 플라스틱 등이 남아있을 수 있다.

미국, 캐나다에서는 -20°C에서 일주일, 또는 -35°C 이하에서 15시간 이상 냉동하는데, 기생충이 다 죽어 안전하다.

쌀 등 농산물에도 농약 위험은 늘 있는 것이고, 양식 연어 회는 자연산보다 기생충 면에서 훨씬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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