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회와 굴, 멍게
맛있는 참치와 문제점
참치회는 배를 타고 처음 먹어봤다.
어느 배나 일요일 점심 메뉴로 대부분 참치와 코끼리 조갯살 그리고 운이 좋으면 멍게 등이 나왔다.
냉동 멍게는 아무 데서나 살 수 없으니 말이다.
글쓴이는 바다와 거리가 먼 곳에서 살아와 회를 별로 구경하지 못했다.
마구로회를 처음 접하니 물컹하고 맛이 이상해 조리장에게 라면이나 끓여달라고 했다.
싱가포르 주롱포트에서 시멘트를 풀어주고 있을 때 한국 원양어선이 마구로를 하역하려고 우리 배 바로 앞에 접안했다.
통신실에서 내려다보니 냉동 참치가 크레인에 주렁주렁 묶여 냉동차에 실리는 것을 신기하게 본 적이 있다.
참치는 잡아서 피와 내장을 뺀 뒤 영하 60°C에서 얼려 냉동 보관한다니 마치 하얀 바윗덩어리 같이 보였다.
그 배 선원 몇이 우리 배에 놀러 오면서 작은 참치 몇 마리를 먹으라고 가지고 왔다.
이국 항구에서 만난 동포가 반가워 같이 술잔을 나누었다.
그때도 마구로를 입에 안 댈 때였다.
그들은 만선 될 때까지 몇 달이고 바다에만 떠 있어 로빈슨 크루소 같은 장발에 구릿빛으로 타 있었다.
만선이 되어도 냉동운반선이 조업지까지 와서 싣고 가면, 일 년이고 마냥 작은 배 안에서 고기만 잡고 있단다.
참으로 사람이 할 짓이 못 되는 거 같다.
그러니 어선 선원은 이 항구 저 항구 다니며 외국 사람 사는 것을 볼 수 있는 상선 타는 우리를 많이 부러워했다.
항구의 여인에 대해 뻥이라도 치면 눈빛이 반짝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짠한 그들이 가는 길에 소주와 국산 면세 담배, 라면을 바리바리 싸주었다.
다랑어, 주둥이에 긴 뿔이 있고 등지느러미가 커다란 새치류, 가다랭이 등 고등엇과의 큰 물고기는 몽땅 참치라고 부른다.
참다랑어, 눈다랑어는 횟감으로 많이 사용되고, 날개다랑어, 가다랑어는 주로 통조림 만드는 데 쓴다.
옐로우핀이라고도 부르는 황다랑어는 횟감, 통조림용으로 다 쓸 수 있다.
크기는 혼마구로라는 참다랑어가 가장 크며 그다음으로 눈다랑어, 황다랑어, 그리고 날개다랑어와 가다랑어는 작은 편이다.
가다랑어는 가쓰오부시를 만드는 데 이용된다.
가쓰오부시는 가다랑어를 쪄서 훈제하고 발효 시켜 얇게 포로 뜬 일본의 식자재이다.
대부분의 국물 있는 일본 음식은 가쓰오부시와 다시마를 우려낸 육수가 기본이다.
우동은 물론이고 소바, 라멘 등 가쓰오부시를 사용하지 않는 일본식 국물을 찾기가 힘들 정도라고 한다.
마니아가 아니면 회 맛을 잘 구분하질 못한다.
글쓴이를 비롯해 우럭인지 광어인지 그냥 회니까 안주로 먹는 사람이 많다.
참치 회의 경우 회를 잘 몰라도 눈에 확 들어오는 붉은 빛 살코기와 입에 넣으면 기름지고 차진 맛으로 일반 회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지금보다 훨씬 젊었을 때 동네에 참치 전문점이 생겨 한 번 먹으러 간 적이 있다.
주량이 보통 병 반 정도였는데 참치가 맛이 있고 배가 부르지 않아 홀짝홀짝 마시다 보니 세 병이나 마셨다.
그런데 뒤 날 말짱한 걸 보고 참치 마니아가 됐다.
부위별로 차이는 있지만, 특히 고급 부위의 경우 입에 살살 녹는 느낌이다.
참치 볼때기 살이나 아가미 살을 최고로 치고 뱃살, 머릿살 등이 맛있다.
주전자에 소주를 붓고 참치 눈알을 넣어 마시면 술에 취하지 않고 술술 잘 넘어가는 것 같다.
눈물주라고 하던데 마니아는 한 번쯤 마셔봤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참치를 김에 싸서 먹는 경우가 많다.
질 낮은 다랑어를 먹을 때 비린내를 좀 줄이기 위한 것이니 고급 참치를 먹을 땐 따로 먹는 것이 나을 것이다.
다랑어 중에서도 참다랑어를 최고로 치며 일본에서 경매로 35억에 낙찰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비싼 가격에 낙찰받는 건 그만큼 품질이 우수한 점도 있겠지만, 업소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다른 생선에서 맛볼 수 없는 식감, 어마어마한 크기에서 오는 상징성과 먼 바다로 나가야 잡을 수 있는 희소성이 합쳐져서 일본, 한국에서 고급 회 취급을 받는다.
돌돔이나 다금바리같이 단가가 비싼 생선도 있지만, 참치는 여러 나라에서 고급 횟감으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안 잡혔는데 이상 기온으로 바다 온도가 올라가면서 제주도 근처에서 가끔 잡히기 시작하였다.
참치회를 고급으로 치기 시작한 건 2차 세계대전 이후 냉동, 냉장 기술이 발달한 이후부터였다.
다랑어는 빨리 상해서 생선을 좋아하는 고양이도 냄새나서 안 먹는다고 하고 개도 안 물어가는 인기 없는 생선이었다.
냉장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었고, 점령국 미국의 영향으로 고기 소비가 늘자 쇠고기와 맛이 비슷한 다랑어를 많이 먹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 외에도 태평양 섬과 지중해의 몰타 같은 곳에서 생참치를 쉽게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
특히 호주 남부의 포트 링컨은 다랑어 수출로 유명한 곳이다.
예전에는 그저 다랑어가 많이 잡히는 가난한 어촌이었다.
그때 당시 다랑어는 인기는 없는데 그저 많이 잡히고 처분도 어려운 생선이었다.
어찌나 남아도는지 다랑어를 집어 던지는 놀이를 할 정도였다.
이 행사는 50년 넘게 지금도 계속하지만, 참치가 귀하신 몸이 되어 진짜 참치 대신 플라스틱 모형을 쓴다고 한다.
이제 냉장과 가공기술의 발달, 스시의 세계적인 유행으로 지금 이 마을은 전 세계로 다랑어를 수출하며 아주 잘 먹고 잘살고 있단다.
참치회를 무한 리필로 파는 식당이 많이 생겼다.
참다랑어는 원가가 너무 비싸서 기대를 안 하는 것이 낫고 빅아이라고 하는 눈다랑어만 되어도 감지덕지며 대부분 새치류 뱃살이라고 보면 된다.
참치류는 붉은 살 생선이므로 하얀 부분이 없고 하얀 건 새치 살이다.
간혹 양심에 털 난 업자가 참치 기름 살과 맛이 비슷한 기름치라는 걸 파는 경우가 있다.
기름치 지방 살은 왁스 성분으로 많이 먹으면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게 되며 식용으로 유통하거나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상어나 갈매기도 기름치는 재수 없다고 피한다고 한다.
기름치는 식용이 아닌 공업용 왁스 원료로 쓴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수입 금지 어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부터 국민 건강을 위하여 기름치를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게 법으로 막았다.
태평양 비키니섬 핵실험에서부터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으로 바다는 방사능에 오염되어 왔다.
방사성 물질이 바다에 퍼져 바다 생물에 흡수되고, 그중 일부를 사람이 먹기 때문에 변화는 서서히 나타날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위험한 것은 수은과 카드뮴 등 중금속 오염이다.
이것이 모든 어류의 몸속에 축적되고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고래, 상어 그리고 대형 참치는 그 축적도가 훨씬 높다.
다랑어의 수명이 15년 가까운 것을 생각하면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수은과 관련해 미국 식약청은 '임신부와 수유 여성, 어린이는 영양 섭취를 위해 참치캔 등 수은 함량이 낮은 어류를 주당 340g까지 먹는 것이 좋다.'고 발표했다.
참치 통조림에 들어가는 작은 가다랑어의 경우 수은의 축적도가 높을 수가 없다.
생선이 사람 건강에 이롭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미국민의 ‘생선 최소 섭취량’을 제안한 것이다.
혼마구로와 빅아이는 지나친 어획으로 개체 수가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참치 어획을 규제하자고 하지만, 세계적인 다랑어 소비국인 일본과 한국은 콧방귀도 안 뀌고 있다.
한 마리에 몇억 원도 하는 바다 로또를 누가 포기하겠는가...
통조림에 들어가는 참치인 가다랑어, 황다랑어, 날개다랑어는 흔하디흔해 팍팍 먹어도 괜찮다.
참다랑어 개체 수가 줄다 보니 일본과 국내에서 양식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양식에 성공하고 있다고 한다.
양식이 활성화되면 종 보존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수요가 상당하므로 양식 어가의 소득에 도움이 될 것이다.
참치잡이 어업은 1960년대부터 남태평양에 진출해온 한국의 대표적인 원양어업이었으며, 국내 선단을 다 합하면 세계 제일의 규모이다.
일본에서 톤 당 만 불 이상에 사가 큰돈이 되다가, 일본에 수출이 잘 안 될 때 통조림 공장을 만들어 유통한 것이 대박이 되었다.
한국의 3대 참치캔 회사로는 동원, 사조 그리고 오뚜기가 있다.
그중에서 동원참치가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그래서 강동원, 최동원 씨 등의 별명이 참치로 굳어지기도 했다.
'은퇴 선원의 항해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래 이야기 II (0) | 2021.03.31 |
---|---|
고래, 그대는 누구신가요? (0) | 2021.03.23 |
세계의 입맛을 바꾼 노르웨이의 '연어 프로젝트 저팬' (0) | 2021.03.08 |
도다리회와 고래회충 (0) | 2021.03.08 |
돈 되는 해삼 무역 (0) | 2021.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