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옆을 지나는 화물선
고래, 그대는 누구신가요?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동해로 가자던 송 선배는 지금도 이 노래를 부르며 많은 사람을 추억 모드로 보낸다.
그때 우리 중고생들은 포경 수술하는 것을 고래 잡으러 간다고도 했다.
배를 타고 태평양이고 대서양 등 대양항해를 하면서 큰 고래를 몇 번 봤다.
선교에서 오후 당직 서던 친한 2항사나 갑판수가 고래를 보면 알려주기도 했다.
망망대해에서 어제 같은 오늘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바다에서 거대한 고래가 유영하는 것을 보면 반갑고 그 위용이 대단하다.
검푸른 한바다에서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큰 사각 머리가 나왔다가 들어가고 또 꼬리를 첨벙대며 거대한 물거품을 내면서 나아간다.
숨 쉬기 위해 분수처럼 수증기를 하늘로 품어내는 게 보인다.
게다가 무지개까지 보이면 정말 환상이지...
우리나라에서는 선원을 마도로스라고도 한다.
마도로스는 네덜란드어 'matroos'에서 나온 말로, 면허가 필요하지 않은 숙련 갑판수, 'Able bodied seaman'을 말한다.
고래는 대부분 몇 마리가 떼를 지어 다닌다는데 새끼처럼 보이는 작은 놈 덩치도 어마어마하다.
또 작은 돌고래 수십 마리가 떼를 지어 배 옆으로 몰려와 누가 빠른가 경쟁하기도 한다.
얼마나 빠른지 쏜살같이 쫓아와서 배를 추월하고는 사라진다.
그 돌고래는 질주 본능이 있는 모양이다.
지보다 느리면 흥미를 잃었는지 금방 사라지니...
칭찬하면 고래도 춤을 춘다는 말이 있다.
홍콩에 배가 들어갔을 때 오션파크에서 물개와 돌고래 쇼를 봤었다.
조련사가 뭐라 뭐라 칭찬하니 정말 돌고래와 물개가 박수도 치고 춤을 추더라.
고래는 바다에 살지만 어류가 아닌 포유류에 속하고 일반적으로 4~5m보다 작으면 돌고래라고 부른다.
고래는 앞다리가 지느러미로 변했고 뒷다리는 퇴화하여 인간의 꼬리뼈와 같이 다리뼈의 흔적이 남아있다고 한다.
물개나 바다표범같이 바다와 육지를 왔다 갔다 하며 살 수 없고 물에서만 살아 수중 생활에 가장 잘 적응한 포유류라고 한다.
피부에는 털이 사라지고 피부밑에는 비계 층이 발달하여 체온을 보존하고 몸이 물에 잘 뜨게 진화했다.
따뜻한 바다에서 새끼를 한두 마리 낳아 넉 달 이상 젖을 먹이고 먹이를 찾아 북극이나 남극까지 이동한다.
배부르게 먹고 지방을 축적하여 다시 새끼 낳으러 따뜻한 곳을 찾아온단다.
고래는 바다에서 가장 큰 생물이고 가장 넓은 이동 반경을 가진 동물로 알려져 있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엄마 찾아 삼만 리가 아니고 조상들이 해온 대로 먹이 찾아 만km 이상을 이동한단다.
수명도 길어서 백 년 이상 사는 놈도 많다.
오래 사는 고래의 몸에는 따개비가 붙어있다.
바닷가 바위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따개비는 단순히 고래의 몸에 붙은 것이 아니고 살점 깊숙이 뿌리를 내려 고래와 함께 산다.
붙어있던 따개비가 떨어지면 고래 몸에 평생 지워지지 않는 둥글고 흰 자국이 낙인처럼 남는다
고래는 아가미로 호흡하지 않고 수면으로 올라가서 숨을 내쉬어야 한다.
숨구멍이 머리 뒤에 있어 멀리서 보면 마치 어렸을 때 만화에서 본 것같이 오아시스 분수에서 물을 뿜는 것 같이 보인다.
시야 확보가 중요한 대기와는 달리 물 속은 어두워서 듣는 게 자연스럽게 발달하였다.
이들은 소리를 이용하여 의사소통하고, 사냥을 하며, 동족과 적을 구분한다.
수염고래는 소리를 내 거나 들으면서 암컷에 대한 구애나 밥 먹자는 의사소통을 한다.
어떤 고래는 노래를 부르고 그 노래를 주변의 고래가 배워 따라부르는 신기한 현상도 있단다.
고래는 잠수 중에는 호흡하지 못한다.
이들이 포유류인데 바닷가에서 떼로 죽는다든지, 육지에 닿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게 육지에서 자신의 몸무게에 폐가 눌려 숨을 쉴 수가 없기 때문이란다.
그 큰 덩치가 물 위로 점프해서 장관을 보이기도 하는데 기생충이나 따개비 같은 것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라는 등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대부분의 종이 육식동물이고 무리 생활을 하며 2~3m의 작은 놈부터 30m 이상 되는 대왕고래까지 여러 종류가 있다.
대다수의 종이 바다에 살지만, 강에 사는 고래도 있다.
양쯔강, 갠지스강, 아마존강, 캄보디아 등에 민물 돌고래가 멸종 직전에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거기가 아주 오래전에는 바다였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고래는 돌고래처럼 이빨이 있는 놈과 대왕고래 같이 이빨 대신 수염이 있는 종이 있다.
대형 고래류는 대부분 수염고래 종인데 이들은 큰 먹이를 씹어서 삼키는 게 아니다.
정어리, 크릴 등 고기떼를 보면 쫓아가서 한입에 몇십 톤을 들이마시고 수염 사이로 물을 뱉어내 마치 체로 거르듯이 먹이를 꿀꺽 삼킨다.
이 수염은 마치 플라스틱 빗자루 같이 생겼는데 고래 입에 이빨이 있어야 할 자리에 마치 수염처럼 빽빽이 나 있고 아래턱에는 없다.
이 수염은 사람의 손톱이나 발톱과 같은 케라틴이라는 물질이라고 한다.
고래를 잡으면 고래고기, 고래기름, 고래수염 등 버릴 것이 별로 없다.
예전에 부산 자갈치 시장이나 장생포에 가면 고래고기를 팔았다.
향유고래의 배설물인 용연향은 향료로 쓰이며 지금도 무척 귀하고, 큰 덩어리 하나에 수십억 원 한단다.
고래의 힘줄은 엄청나게 질겨 끈질긴 사람을 보고 질기기가 고래 심줄 같다고 말한다.
고래가 죽어 사체가 가라앉으면 먹이가 부족하고 빛도 들어오지 않는 척박한 심해에서 몇 년 동안 생물들에 양분을 제공해준다고 한다.
한마디로 신성일과 허장강이 나와 히트했던 당시 영화 제목처럼 아낌없이 주고 가는 고마운 동물인 셈이다.
포경선이 나온 후 고래를 엄청 많이 잡아 수가 많이 줄었고 20세기에는 거의 멸종에 이른 적이 있다.
참고래 등 몇 가지 종은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졌단다.
국제 포경 위원회와 여러 동물단체에서 고래를 못 잡게 했다.
그래서 옛날부터 고래잡이를 주요 생존 수단으로 살아왔던 알래스카와 시베리아의 에스키모 말고는 고래를 잡을 수가 없다.
그래도 일본과 한국은 은근히 규제를 피해 돈 되는 고래를 많이 잡고 있다.
일본인은 고래 회를 좋아한다고 한다.
맛은 부위별로 천양지차라 12가지 맛이 난다는데 비계 쪽은 약간 비리고 고기는 소고기와 돼지고기에 멸치 섞인 맛이 난다는 등 아무튼 오묘하단다.
고래는 상당히 똑똑한 동물이라고 한다.
고래가 사람을 먹이인 줄 알고 입에 넣었다가 평소에 먹던 먹이가 아니라서 뱉어냈다고 한다.
다이버 말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로 진짜 죽을 뻔했다가 산 거라고 했다.
고래도 상당히 민감한 동물임에 틀림없는 모양이다.
고래가 검고 큰 생물이다 보니 부잣집 큰 집을 '고래 등 같은 기와집'이라는 말로 많이 써왔다.
글쓴이가 어렸을 때 살던 하꼬방은 고래 수염 같이 눈이 오면 하얀 집, 비가 오면 새는 집이었는데...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이 있다.
어부지리와 상반되는 표현으로 남의 싸움에 약자가 피해를 받는 경우로 약소국의 경우 자주 당하는 일이다.
베트남 전쟁 때 캄보디아와, 세계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곳의 주변 나라들이 이 속담의 새우처럼 되기 딱 좋다.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아랫사람들의 싸움에 윗사람들이 피해를 보거나 골 아파하는 것을 비꼬는 '새우 싸움에 고래 등 터진다'라는 웃기는 짬뽕 같은 이야기도 있다.
채 백 년도 못 사는 우리 인간이 천 년의 근심과 걱정을 안고 고래 등을 터뜨리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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