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원의 항해일지

바다 이야기

부에노(조운엽) 2021. 5. 10. 06:39

 

 

꿈나무 아가씨는 바다를 보며 무슨 상상을 하고 있을까...

바다 이야기

지구에는 다른 행성과 달리 바다가 있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바다 전체의 평균 수심은 약 사천m로 알려져 있다.

가장 깊은 마리아나해구는 수심이 만이천m에 가까워 에베레스트산이 들어가고 남아 한라산까지 집어넣어도 이백여m나 더 깊다.

바다가 광활한 만큼 각 대양에 담겨 있는 바닷물의 양도 엄청나다.

바다가 없었다면 지구는 다른 행성처럼 생명체가 없는 황무지였을 지도 모른다.

가장 오래된 화석이 바다에서 살던 생물의 화석이다.

모든 생물의 대사작용이 수용액 상태에서 진행된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 엄마 배 속 양수에서 발차기하며 컸듯이 말이다.

양수도 바닷물 성분과 비슷하단다.

동물의 혈액 조성이 해수의 화학적 성분과 비슷한 것 등은 바다에서 생명체가 탄생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바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이는 수심이 10m 깊어질 때마다 1기압씩 높아지는 수압과 차갑고 빛이 없어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바다는 육지보다 환경 변화가 적어 생물이 생겨나기에 유리한 곳이다.

물은 온도 차이나 변화가 더뎌 생물이 육상의 극심한 더위나 추위를 견디고 극복하는 것을 겪지 않아도 된다.

과학자들은 지구상에 생물이 처음으로 나타난 때를 30억 년 전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구가 태양계의 일원으로서 탄생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45억 년 전이라고 추정한다.

최초의 지구 내부가 핵, 맨틀, 지각으로 나뉘는 과정에서 바다와 대기가 만들어졌다.

생명이 출현할 때까지의 지구의 상태를 알 자료는 극히 적어 운석이나 다른 천체를 연구해 추정하고 있다.

도구를 사용하는 인류의 조상이 나온 시기는 약 200만 년 전이라고 한다.

전 지구상에 있는 생물의 약 80%는 바다에 살고 있다.

바다에는 30여만 종의 생물군이 분포하며, 이들의 재생 능력은 육지 생물보다 훨씬 뛰어나다.

흔히 아마존 숲이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지만, 실제 산소 생산량의 70%는 바다의 해조류와 미생물이 만들어낸다.

바다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어류 식량 자원이다.

세계 인구 증가로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농축산업 생산만으로 인류를 먹여 살릴 수 없어 바다 양식에 많은 나라가 눈을 돌리고 있다.

바다에서는 연안, 열대해역, 극지, 심해 등과 같은 다양한 환경 조건에 적응한 생명체가 산다.

이와 같은 특이한 생물의 특성은 우리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홍합과 말미잘에서 추출한 자체 치유 성분으로 인체에 해롭지 않고 상처를 치료하고 조직을 재생해주는 지혈제를 만든다.

우뭇가사리에서 추출한 한천으로 면역력을 키우는 신약 소재를 만들어 암, 아토피, 관절염, 패혈증 등의 증상을 억제해준다.

게, 새우 등 갑각류에서 얻을 수 있는 키틴, 키토산으로 통증 완화를 해주는 상처 치료제로 쓰인다.

미역과 다시마 같은 해조류에서 뺀 알긴산으로 뼈, 근육, 혈관 등의 조직 재생에 사용한다.

사람의 이빨은 단단한 무기물이라 잘 분해되지 않지만, 갯지렁이나 오징어의 이빨은 유연한 유기물이다.

단단하면서도 오래가고 수명을 다하면 자연에서 분해된다.

이 성분을 활용해 더 강하면서 유연한 물질을 만들 수 있다.

플랑크톤을 이용해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 또한 개발되었다.

또, 바다에 떠 있는 플라스틱 부표를 파고 들어가는 갯지렁이에서 플라스틱을 자연 분해할 수 있는 소재를 얻기도 한다.

멍게의 혈액에서 추출하여 철을 결합해 만든 치료제를 치아에 덮으면 시린 증상이 완화되고 손상된 치아를 회복시킬 수 있다.

멍게가 거친 바다에서 상처 난 조직을 자가 치유할 때 쓰는 물질을 활용한 결과이다.

미역이나 멍게에는 자체 특수 성분이 있어 따개비나 해조류가 붙지 않는다.

최근에는 배에 해양 생명체가 들러붙지 않게 하는 방오 도료를 연구하고 있다.

배 바닥에 해양 생명체가 들러붙으면 마찰이 증가하고 붙은 무게만큼 속도가 떨어진다.

글쓴이가 타던 배에 따개비와 해초류가 많이 붙어 배 속력이 안 나니 두바이에서 잠수부를 고용해 배 밑바닥을 수중 그라인더로 간 적이 있다.

100해리를 갈 수 있는 연료로 7~80해리밖에 못 가면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방호제를 칠하지만, 방호제에 주석과 구리가 들어있어 환경 문제로 사용이 금지됐다.

그래서 우리나라 과학자가 홍합이나 따개비, 해초가 붙지 않는 친환경 페인트를 개발해 대박 났다.

우리가 생명체를 연구하는 가장 큰 목적은 생로병사의 비밀을 알기 위한 것이다.

그것은 곧 우리 인간과 생명의 탄생, 노화의 XY를 풀어 늙어서 벽에 뭐 칠하지 않고 만수무강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길이기도 하다.

또한, 생물자원을 연구해 얻은 물질로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심해열수구에서 사는 미생물로부터 DNA 증폭 효소를 얻을 수 있다.

이 효소는 범인이 범행 현장에 남긴 혈흔이나 담배꽁초에서 DNA를 추출, 이를 증폭하여 범인을 잡는 데 이용된다.

이외에도 친족 확인, 질병 진단할 때도 유용하게 쓴다.

해삼이 포식자로부터 도망갈 때 쏟아버리는 내장의 신경 세포 유전자에서 장기 재생 기억장치의 원리를 연구한다.

아직도 우리는 지구상의 미생물 중 99% 이상을 알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과학자가 그것을 알기 위해 밥만 먹고 연구에 연구를 하고 있다.

우리가 쓰는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는 유기물의 장기 순환 과정에서 지하에 생긴 부산물이다.

산업혁명 후 화석연료를 많이 쓰면서 탄소 배출량이 급격히 늘었다.

배출된 탄소는 육지와 바다의 광합성 식물이 흡수하는데 반 이상은 대기 중에 떠돌아다닌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지구에서 방사되는 열이 우주로 빠져나가지 못해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된다.

지구 온난화는 극 지대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며 생태계가 변하여 식량 자원 부족과 지금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상기후로 이어진다.

해양생물의 특별한 기능이나 유용한 물질을 식품, 의약품, 환경 등에 활용하려는 노력이 늘어나면서 해양생물은 생명공학의 주요 자원이 되었다.

극지 어류는 결빙방지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아주 차가운 물에서도 얼지 않고 살 수 있다.

이와 같은 귀중한 자원의 유전자 연구를 통해 고온이나 저온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 기름과 오염물질, 플라스틱을 먹고 분해하는 하마를 만들어 지구환경을 보존하려고 애쓰고 있다.

우리의 똑똑한 꿈나무들도 남들처럼 의사, 판사나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넓고 깊은 바다와 우주에 꿈을 가져 세상에 뭔가를 남기는 삶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글쓴이가 아는 한 봉제공장 공장장의 따님은 이공계를 나와 최근 연구소에 취직했다는데 초임 연봉 팔만 불 받는다고 일주일에 한 번은 딸 자랑하느라 입가에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그분 앞에서 글쓴이 아들이 외항선 이 년 타니 연봉 십만 불 넘더라는 소리가 절대 안 나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