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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 산맥의 마르지 않는 사막 호수

부에노(조운엽) 2007. 1. 20. 05:08

 

 

안데스 산맥의 마르지 않는 사막 호수

 

한국은 지금 추운 겨울이지만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 중부 지역 이상은 연일 삼사 십 도가 넘는 한여름이라서 전 국민이 일손을 놓고 여름휴가를 가는 민족 대이동 기간이다. 안데스 산맥에는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한겨울에는 눈이 수십 미터나 와서 엄청 쌓인다. 제일 높은 아콩까구아 산이 해발 약 칠천 미터 정도이고 주위에 높은 산들이 많이 있는 큰 산맥이라서 한여름에도 산 정상에는 눈이 종종 와서 만년설을 항상 볼 수 있다. 그 눈들이 녹아 내려서 흘러내리는 물로 안데스 산맥 좌우에 있는 칠레와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식수로 이용하고 농사를 짓는데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를 날이 없다고 한다.

 

 

 

 

워낙 땅이 넓고 인구는 얼마 안 돼서 농사 규모 또한 엄청나다. 포도밭 한 필지나 올리브 농장이다 하면 수십 헥타르이고 밀이나 옥수수 밭은 수백 헥타르여서 농장의 끝이 안 보인다. 관리도 많은 사람이 달라 들어서 하는 것이 아니고 50헥타르에 한 명의 인부가 고정으로 일하는 정도이다. 산후안의 포도밭 1헥타르( 3,300)에 한화로 약 천 만 원 정도 한다니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는 농업 환경이다. 이런 농장뿐 아니라 시내 가로수 밑에는 수로가 만들어져 있어 안데스 산맥의 물을 끊임없이 흘려 내려 농사도 잘 되고 가로수도 울창하다. 이 수로는 남미 원주민이 살던 인디오 시대에 이미 만들어져서 이것을 보수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 이곳에 와서 생각하던, 일 년 내내 비가 한두 번밖에 안 오는 사막기후에서 어떻게 저렇게 농사도 잘 되고 가로수가 울창한가 하는 의아심이 풀렸다. 오히려 비가 오면 이곳 사람은 싫어한단다. 건조한 기후에 비가 오면 박테리아가 많이 번식하여 농약을 쳐야 하니까.

 

 

 

 

Ullum(우줌)이라는 안데스 산맥 밑의 인공 호수를 차를 타고 방문했다. 올라가는 길은 사막지대였다. 우주 공상 과학 영화나 헐리우드의 서부 영화를 찍으러 많이 온다는데 사람의 발자취가 별로 없는 울퉁불퉁한 사막이지만 안데스 산맥의 웅장한 자태와 함께 어우러지는 경치는 이방인의 눈길을 끌 만하다. 사막 한가운데 뻥 뚫린 이차선 도로를 몇 시간 달린 끝에 우줌에 도착하니 언제 사막지대를 거쳐 왔는지 모르게 인공호수의 고운 물 빛깔과 아름다운 이국적 주변 경관에 넋을 잃을 지경이다.

 

 

 

 

휴가나 방학을 맞은 현지인들이나 관광객들이 수영과 일광욕, 보트놀이도 즐기고, 윈드서핑을 하는 모습이 평화롭고 여유 있게 보인다. 윈드서핑을 하는 젊은이들과 손을 들어 ‘Holla(올라, 안녕)!’라고 인사를 하고, 라이프 자켓(구명조끼)을 입은 비키니 차림의 아가씨들과 기념촬영을 하자니까 선뜻 응한다. 이 곳 아가씨들의 자태는 머리는 작고 다리가 길며 흔한 말로 팔등신이 많이 보인다. 그런데 그녀의 어머니같이 보이는 분들과 같이 가는 것을 보면 모녀지간으로 매칭이 잘 안 된다. 왜 연세 드신 아주머니들은 평수가 그리 많이 나가는지, 아마 넓은 땅덩어리에 인구보다 세 배나 많은 소를 키우면서 값싼 소고기와 육류섭취가 많아 출산한 후부터 살이 찌는가 보다. 길거리에서 여성들이 남자보다 더 많이 담배를 물고 다니는 것을 보는데 이유는 식욕을 떨어뜨려 체중 증가를 억제하기 위함이란다.

 

 

 

물빛은 회색이 많이 섞인 초록색이라고 표현해야 될까, 안데스 산맥의 석회분이 많이 섞여서 그렇기도 하고 인공호수를 만들기 전에는 이 지역이 대규모의 포도 농장이라서 진흙이 많고 바닥 굴곡이 심해서 물빛이 그렇게 보인다고 한다. 물고기도 엄청 많고 잘 잡지를 않아서 낚시만 넣으면 멍청한(?) 잉어, 향어들이 부지기수로 올라온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먹거리가 풍부하고 값이 싸다 보니 우리나라 강태공같이 물고기를 잡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 거 같다. 낚시하는 사람은 보기 힘들고 어쩌다 낚시를 해도 미끼 없는 바늘로 하거나 고기에게 조금 인심을 쓰면 빵 조각 하나 달랑 끼워서 잡는데 먹을 만큼만 놔두고 나머지는 다시 놓아 준다. 물고기를 잡는다는 자체보다는 그냥 소일거리로 즐기다가, 또는 물놀이 하다가 지치면 간과 신장에 좋다는 마떼(남미사람들이 주로 마시는 녹차 비슷한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하고, 식사 때가 되면 일행들과 아사도를 구워서 와인과 함께 먹는다.

 

  

  

복잡다단한 현대에 살면서 이곳 사람들은 스트레스도 별로 없는 거 같고 미소 띤 얼굴로 웃으면서 이야기 하고 나름대로 삶을 즐기며 사는 모습이 이방인의 눈에는 소박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출처 : 멀고도 가까운 은의 나라 cafe.daum.net/imigrantessudaca

 

 

 

 



Memorias De Una Vieja Cancion

 


Zapata 좋은 글, 사진 감사합니다. 01-28
Rail Art박우물 멘도사가 사막지대인데 그렇게 녹음이 울창하더라구요. 안데스산의 혜택을 보는 것이죠. 또 님의 글 읽고 깨달은 것..왜 그리 여성들이 비율적으로 담배를 많이 피우는가 했더니 또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엔띠엔도 ^*^ 01-28
지성 은의 나라 너무 아름답습니다~^^ 01-28
sandro 프랑스, 한국 여성들도 다이어트 때문에 담배 피우는 사람 제법 있습니다. ^^;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도 많이 피지만. 살 빠지는 것보다 피부 나빠지는 게 더 시급한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골초들은 피부가 악어나 상어같더라구요;; 01-28
sandro 근데 알헨에도 향어가 있나 봐요? 독일에서 개량한 잉어 우량종인데 먹거리도 많은 알헨에서도 굳이 수입했나 보군요. 진흙 호수에서 잡힌 잉어나 향어는 서양인들로서 는 요리하기 힘들어서 굳이 안 먹는지도 몰라요. 진흙냄새를 빼는 기술이 아마 없을 겁니다 01-28
sandro 민물고기를 유럽인들은 안 좋아하기도 하구요. 독일에서도 잉어 안 먹는다던데요. 중국에서는 많이 먹는다는데 일본/한국 모두 민물고기는 천시하는 경향이 있죠. 아까운 자원입니다, 잘 가공하고 요리해서 굶주린 볼리비아인들에게 갖다주고 싶군요;; 01-28
sandro 알헨 백인들은 저리 여유롭게 잘 사는데 인근 국가 볼리비아인들은 빵과 물, 코카잎만이 주식이라니(무슨 누에도 아니고), 저 미소 짓는 아르헨티노들이 얄미워보이는군요. 누구는 고기가 주식이라 비만 억제한다고 줄담배나 피워대고...빈정상합니다. 01-28
sandro 근데 안데스 산맥의 눈 녹은 물...생수로도 판매하는 걸 본 것같습니다만? 웬지 안데스의 물과 암염은 매우 청정할 것 같고...몸에 좋을 것같은 이미지예요. +_+ 01-28
Paulo 땅이넓다하니 생각이나는데 빠라구아이에서 처음본 지평선은 지금도 셍각이납니다. 하늘과 땅이 닿는 눈이보이는데까지 언덕하나없이 곡물을 심어논 넓은 평아. 눈이 시원해지면서 가슴이 열리는 느낌이었읍니다. 01-28
teraposa 산드로님 아르헨 볼리비아 빈부격차 따질려면 스페인 콜럼버스한테 따지세요 01-28
saci 나 담배 피우는데....다들 부러워할 정도로 피부 무지 좋은데........물론 담배 예찬가도 아니고...건강때문에 끊으려고는 하지만... 01-29
saci 유럽에서도 페르시안 향어많이들 먹는데....그리고 이태리의 fish soup도 여러종류 민물 물고기를 다같이 여러가지 향신료와 같이 끓이다가 뼈와 고기를 같이 갈아서 체에 받혀서(그런 도구가 있지요) 먹는데...전혀 민물냄새 안나고요.. 01-29
saci 헝가리의 halasle도 마찬가지로 끓이는데 거기에 유명한 세게드 헝가리안 파프리카 (무지 매움)를 넣고 마늘과 양파를 많이 넣어서 걸은 국물에 생선알 넣어서 한번 더 끓이는 데....정말 너무 맛있읍니다...한국에서는 민물매운탕 냄새나서 안 먹었는데.. 01-29
saci 지금은 민물 fish shop을 엄청 좋아하게 되었지요.... 01-29
토마토 얼마전만해도 한국에 계시던 분이 지금은 아르헨티나에서 그곳 사진을 보내오니 신기하네요.그곳이 멘도사나 그 근처겠지요? 사막지대를 도시로 만든 곳이라 주민들의 도시사랑과 자부심이 대단하지요.그래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만 있던 내가 감탄했어요. 01-29
토마토 도시에 휴지하나 없고, 엄청 깨끗하고...사막지대이고 비가 안오는데도 불구하고 공원들이 엄청 많고...멘도사 도시는 삼분의 일이 공원인것 같았어요.거기의 삶, 정말 여유롭죠.시에스따도 있고... 01-29
Zapata 우줌이란 호수는 산후안 서쪽에 보이네요. 멘도사 북쪽 같고요. 이런 reservoir 가 다른 데도 발달해 있지 싶습니다. 01-30